제인 구달이 말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은 명료하다. 동물의 생존 터전 파괴가 원인이고 이 동물의 영역을 회복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인간과 유전자가 유사한 침팬지가 거꾸로 인간으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지 않을까 염려한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제인 구달, 인간과 자연세계를 중재하는 과학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다.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보겠다는 것으로, 향후 동물 보호와 생명 존중에 대한 추가 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적으로는 인간과 동물, 즉 인간과 비인간의 생명을 보는 경계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현대 과학은 생명을 DNA라는 물질 속 염기 배열인 유전자로 본다. 유전자로 볼 때 인간이 동물과 특별히 다르다 할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뚜렷한 경계 대신 유전자가 서로 얼마나 유사한지 아닌지로 구분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간과 침팬지의 경우 계산에 따라 최대 98.4%까지 유전자가 일치하여 인간과 가장 유사한 종이라는 식이다. 인간과 생쥐는 97.5% 일치하므로 침팬지보다는 인간과 덜 유사한 종이 되는 것이다.

우리 시대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에 제인 구달(Jane Goodall, 1934~, 영국)이라는 여성이 있다. 동물행동학자이면서 환경운동가이다. 2021년 올해 그는 ‘과학적이면서 영성적인(spiritual) 호기심으로 인류가 자연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템플턴 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템플턴이라는 사업가가 노벨상에 종교 부문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내놓은 기금으로 제정되었는데, 영국 왕실인 버킹엄 궁전에서 수여하며 상금은 약 16억 원으로 노벨상을 능가하는 큰 상이다. 탬플턴 재단은 구달이 동물의 지적 능력(intelligence)에 대한 세계관을 바꾸었고, 그로 인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했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구달 자신도 수상 소감에서 동물도 지각이 있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인 구달에게 종교 발전에 기여한 상을 수여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제인 구달은 1960년부터 아프리카에서 침팬지와 지내면서 일평생 침팬지를 연구한 과학자다. 침팬지와 야생 동물 보호를 위한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세워 연구하는 한편, ‘뿌리와 새싹’ 같은 국제 환경운동 네트워크도 만들어 동물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침팬지와 함께한 나의 인생』, 『희망의 밥상』, 『생명 사랑 십계명』(2021년 『생명의 시대』로 재출간) 등 어른과 어린이들을 위한 수십 권의 책을 냈다. 그를 다룬 평전도 나와 있다.

제인 구달 같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서 야생 동물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전 세계의 동물원을 방문해서 쇠창살을 없애고 동물이 살기에 쾌적한 환경으로 개선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제인 구달이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던 재돌이와 다른 돌고래들을 원래 살던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내는 데 기여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가축을 열악한 환경에서 밀집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여 육식 대신 채식을 권장하기도 한다.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에는 이런 그를 기려 제인 구달 길이 조성되어 있다. 과학자이면서 자신의 과학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보기 드문 인물인 그가 주장하는 ‘생명 사랑 십계명’의 제1계명은 ‘우리가 동물 사회의 일원인 것을 기뻐하자’이다. 그러면서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마음을 열고 겸손히 동물에게 배우자 한다. 이것이 구달의 사상이다.

 

 

과학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온 후 100년쯤 지나서 과학자들은 소위 인간의 진화 형제인 원숭이와 인간을 연결해 주는 화석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여 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간다. 1959년 루이스 리키라는 고인류학자는 탄자니아 올두바이 계곡에서 20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로부스투스라는 인류 조상의 화석을 찾았다고 주장한다. 이 루이스 리키의 발굴팀 중 한 명이 제인 구달이다. 하지만 제인 구달은 찾기 힘든 화석 발굴 대신 살아 있는 침팬지를 관찰하여 인간의 진화 형제들이 누구인지 밝혀야겠다고 마음먹고 1960년부터 아프리카 오지에서 침팬지와 살면서 그 일에 일생을 바친다.

제인 구달이 침팬지들과 같이 지내면서 얻은 결론은 침팬지와 인간이 공통 조상에서 유래한 형제라는 주장이 맞다는 것이었다. 그 근거로 구달이 발견한 사실은 침팬지들이 ‘서서 걷는다’ ‘도구를 사용하고 전수한다’ ‘전쟁을 한다’ ‘근친상간을 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한다’ ‘사냥을 하고 음식을 공유한다’ ‘정치를 하고 거짓말도 하고 도덕적이다’ ‘공격했다가도 서로 화해한다’ ‘의사소통을 한다’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 ‘웃기도 울기도 한다’ 등이었다. 그의 발견에 이어 우랑우탄이나 다른 동물에게서도 비슷한 행동들이 발견되어 현대 과학의 인간론을 형성하게 된다. 이것이 현대 과학이 인간과 동물을 보는 시각이다. 기독교에는 큰 도전인 동시에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제인 구달이 말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은 명료하다. 동물의 생존 터전 파괴가 원인이고 이 동물의 영역을 회복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인간과 유전자가 유사한 침팬지가 거꾸로 인간으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지 않을까 염려한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2050년 100억 명에 이를 인류가 생존을 위해 하루빨리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동물과 공존할 길을 찾을 것을 호소한다. 아울러 그는 무엇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빈곤을 해결해야 생태계 복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난한 이들이 생존을 위해 야생 동물의 영역을 침범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인 구달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희망’이다. 당장 함께 작은 실천을 통해 희망을 찾자고 강조한다. 종교적이든 과학적이든 상관없이 함께 실천하자 한다. 크리스천 청년이나 청소년들에게 이런 제인 구달의 주장과 교회의 가르침 중 어느 쪽이 더 호소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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