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실업자 정의를 바꿔 말하면, 일주일에 1시간이라도 일을 하면 취업자로 본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를테면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은 사실상 실업자 상태이면서도 일단은 취업자로 파악된다. 통계의 맹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본문 중)

구자창(국민일보 기자)

 

OECD보다 낮은 한국 청년실업률이 던지는 의문

 

8.9%. 2021년 6월 기준 대한민국 15~29세의 실업률이다. 쉽게 말해 지난 6월 국내 청년 100명 중 실업자는 대략 9명이었다는 얘기다. 전체 연령대의 실업률은 그보다 낮은 3.8%였다. 청년의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통계다. 온라인에서 일자리상황판을 검색해 보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고용률과 실업률 등의 일자리 상세지표를 매달 업데이트하고 있다(dashboard.jobs.go.kr/).

 

2021년 6월 청년실업률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https://dashboard.jobs.go.kr/main)

 

일자리상황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OECD 실업률 비교’ 항목이다.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가져다 쓰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고용현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비교하려는 목적이다. OECD의 전체 연령대 실업률은 6%였다. 지난 6월 국내 전체 연령대 실업률 3.8%보다 1.5배 정도 높다. OECD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0.5%였다. 지난 6월 기준 한국의 청년실업률 8.9%보다 1.6%p 높다. OECD 회원국 상당수가 유럽의 선진국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청년의 고용상황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얘기가 된다.

의문이 생긴다. 한국 청년들이 일자리 부족에 죽어난다는데, 코로나19까지 겹쳐서 연애도 포기하고 취업도 포기하고 결혼도 포기하고 죄다 포기한다는데, 과연 정말 힘든 게 맞는지. 앞서 기성세대도 겪었던 청년 시절의 고통을 괜히 부풀린 것은 아닌가. 요즘 청년들은 곱게 자라서 근성 없는 의지박약이 됐고, 무책임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것은 아닌가. 군부독재, IMF 사태 등 고난을 돌파해 온 중장년층 세대가 떠올릴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30대 청년들은 실제로 힘들다. 이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통계 수치와 동떨어져 있다. 통계청의 실업자 정의는 ① 조사주간에 일을 하지 않아야 하고, ② 4주간 구직활동을 했어야 하고, ③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자이다. 이 기준에 따른 청년실업률은 2005년 8%, 2010년 7.9%, 2015년 9.1%로 대동소이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해 고용이 크게 감소한 2020년의 청년실업률도 9%였다. 이 수치만 보면 청년들의 현실이 특별히 더 어려워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말 그러한가. 만약 그렇다면 취업난에 고통받는 청년들의 울음소리는 환청에 불과한 것인가.

 

실업률 통계의 착시효과

 

이유는 실업률 통계의 착시효과 때문이다. 통계청의 실업자 정의를 바꿔 말하면, 일주일에 1시간이라도 일을 하면 취업자로 본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를테면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은 사실상 실업자 상태이면서도 일단은 취업자로 파악된다. 통계의 맹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1년 6월 청년확장실업률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https://dashboard.jobs.go.kr/main)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단순 실업률 대신 ‘청년확장실업률’이라는 통계 수치를 ‘고용보조지표’라는 이름으로 따로 발표하고 있다. 일반 실업률에 포착되지 않는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한 것이다. 지난 6월 청년확장실업률(15~29세 기준)은 23.5%였다. 100명 중 24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였다는 의미다. 앞서 나온 청년실업률 8.9%라는 수치와는 차이가 크다.

청년확장실업률은 기존의 실업률 통계에 ‘시간 관련 추가취업 가능자’ 숫자를 더해 계산한다. 실제 취업시간이 ‘주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취업을 희망하고 또 추가취업이 가능한 자를 의미한다. 어려운 개념인 것 같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병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들은 단순 실업률 통계에는 취업자로 분류된 ‘유령 인원’이다. 취업과 실업의 경계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최근 4년간 15~29세 청년실업률 통계를 보더라도 기존 실업률의 빈틈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청년실업률은 2017년 9.8%, 2018년 9.5%, 2019년 8.9%, 2020년 9.0%로 하향 추세를 보인다. 2020년 코로나19의 국내 창궐로 청년실업 문제가 커진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하지만 청년확장실업률은 2017년 22.7%, 2018년 22.8%, 2019년 22.9%로 횡보하다가 2020년 25.1%로 치솟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의 숫자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청년확장실업률에도 빈틈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제 기준에 따라 15~29세의 실업률만 계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30대 초중반까지 취업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이 넘쳐나는 현실은 청년확장실업률로는 파악할 수 없다.

좀 더 정밀하게 보려면 15~34세 추가취업 가능자의 수치를 살펴야 한다. 취업준비생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대학졸업자의 경우 평균 취업연령이 30세를 넘겼기 때문이다.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령은 30.9세였다. 30세를 넘겨서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의 숫자는 이 수치를 봐야 확인이 가능하다.

통계청은 15~34세의 실업률과 확장실업률을 따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30대를 30~34세, 35~39세로 나눠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15~29세에 더해 30~34세의 추가취업 가능자 숫자를 파악할 수 있다. 15~34세 추가취업 가능자는 2019년에는 12만~16만 명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1차 유행기인 2020년 3월에는 23만3777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5월 기준으로는 24만2869명으로 더 증가했다. 30대 중반 이하 청년층이 코로나19로 일자리 대란을 겪는 현실은 이렇게 몇 단계를 더 파고 들어야 본모습을 드러낸다.

 

 

조언‧훈계보다는 경청‧응원이 절실한 청년 세대

 

지난 6월 취재 도중 접촉한 한 30대 청년은 “청년들이 평생 알바만 하는 사회가 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눈높이가 너무 높다’ ‘열정이 부족하다’는 등 어른들의 훈수에 대한 볼멘소리였다. 이 청년은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대학을 중퇴했다. 전공과는 거리가 먼 영상제작에 뜻을 뒀기 때문이다. 그는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지도 않았고, 열정이 부족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영상제작 공부를 하는 동시에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지금처럼 평생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고 했다.

또다른 청년은 최근 공기업에만 원서를 넣고 있다길래 ‘여유 부리는 것 아니냐’고 슬쩍 긁어봤다. 그러자 그는 “경력 없이 서른이 넘은 사람은 중소기업에서도 안 받아준다. 공기업은 블라인드 채용이라 나이를 안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답했다. 청년들이 실제로 처한 현실을 모르면 필자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하게 된다. 이 청년은 취업 준비와 병행하려다 보니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은 60만 원 전후인데, 생활비만으로도 빠듯해 보였다. 외식을 언제 했는지는 기억도 잘 나지 않고 대부분은 집에서 밥을 해 먹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해결한다고 했다.

정부는 2020년 12월 23일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했다. 대한민국이 청년을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이 필요한 대상으로 본 게 2020년이 처음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청년층이 사회적으로 소외돼 왔다는 의미도 된다. 청년기본법이 처음 제정된 것도 2020년 8월이었다. 이 법에는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정부 차원의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가 처음 명시됐다. 청년 문제에서 한국은 이제야 걸음마를 뗀 상태다. 국무총리 청년정책조정위원회(2030.go.kr)에 접속하면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다.

청년 문제를 국가에만 맡겨 놓을 일은 아니다. 교회와 성도 개개인이 시도할 수 있는 실천 방안들도 존재한다. 가장 손쉬운 것은 취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시간과 금전을 내어주는 것이다.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와 차를 대접하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라떼는~” 하면서 굳이 조언을 해 줄 필요도 없다.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요즘 애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다고 하더라”고 전해주면 된다.

좀 더 의욕이 있다면 청년들에게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전달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요즘 기업들은 하나같이 ‘창의성’을 운운하는데, 창의성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수다.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와중에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게 된다. 이렇게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이 취업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은 창의성을 키울 여력이 없이 계속 쪼들리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다가 생각난 바로 그 청년에게 연락해 기프티콘이라도 보내주면 어떨까. 잠깐 머리라도 식히고 오라고 외식비를 보내준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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