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약 2,000만 명 중에서 최저 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40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0%에 해당하니 적지 않습니다. 편의점이나 식당 아르바이트생, 청소 노동자, 생산직 노동자 등, 최저 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은 우리 주위에 다양하고 많습니다. (본문 중)

우상범(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

 

정답은 최저 임금입니다. 원래 임금은 노사[노동자(혹은 노조)와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것처럼, 월급날이 되면 일한 사람과 일을 시킨 사람의 마음이 변합니다. 노동자들은 더 많이 받기를 원하고, 사용자는 더 적게 주려고 하는 것이죠.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면 문제가 없지만,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 계약서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이라면 교섭을 통해 적절한 임금을 받아 낼 수 있지만, 노조가 없다면 어려운 일입니다. 기업이 영세하다면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한 달 내내 수고하며 일해도 생활이 말할 수 없이 어려운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가가 나서서 인간다운 생활을 하도록 최소한의 임금을 법으로 정했는데, 이것이 최저 임금입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국가가 정한 수준 이상의 임금을 주지 않으면 처벌받게 되는 무서운(?) 법이죠.

최저 임금 제도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894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시작되어 이후 영국, 유럽, 미국 등으로 전파되었고, 이제는 거의 모든 나라가 시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에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최저 임금 규정을 만들었지만, 전쟁으로 온 나라가 피폐해지고 먹고 살기 힘들어서 실시하지 않았죠. 1970년 청계천 미싱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자살을 했을 때도, 국가는 ‘수출’을 최우선으로 추진해 ‘경제’를 살린다는 이유로 최저 임금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에 정부는 국가 경제가 성장하여 최저 임금 제도를 실시해도 된다고 판단했고, 1986년 말에 드디어 「최저임금법」을 제정하여 1988년부터 시행하게 됩니다. 최저임금법에서 명시한 이 제도의 목적은, “노동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최저임금법 제1조). 한 명이라도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법적으로 최저 임금 기준이 적용됩니다.

맨 위의 문제에서 언급한 단어들이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매년 4월 중순입니다. 왜냐하면 법에 따라 매년 3월 31일 전에 노동부 장관이 다음 연도의 최저 임금 심의를 요청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노동자 단체(한국노총과 민주노총)가 추천한 노동자 위원 9명, 사용자 단체(경총, 중소기업중앙회 등)가 추천한 사용자 위원 9명, 정부가 추천한 공익 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됩니다. 매년 노동자 위원들은 ‘대폭 인상’, 사용자 위원들은 ‘동결이나 인하’를 주장하기 때문에 최저 임금 결정이 쉽지 않죠. 결국, 공익 위원들이 노사 의견을 취합하고 조정하여 적절한 최저 임금을 제시합니다. 노사가 공익 위원 제안을 받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27명 위원들이 표결하여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종종 노사 위원들은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최저 임금을 살펴보면,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9년 600원이던 것이 2021년 8,720원이었으며, 2022년에는 9,160원이 됩니다. 내년도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생산직 노동자는 월 1,914,440원을 받게 됩니다.1) 이 금액에 연장, 야근, 휴일 근무 등 각종 수당을 추가하면 월 200만 원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약 2,000만 명 중에서 최저 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40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0%에 해당하니 적지 않습니다. 편의점이나 식당 아르바이트생, 청소 노동자, 생산직 노동자 등, 최저 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은 우리 주위에 다양하고 많습니다.

 

<그림1> 연도별 최저 임금 현황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우리나라의 최저 임금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높지 않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이 가입되어 있는 OECD 국가들과 최저 임금을 비교하면 중간 수준입니다. 2019년의 유로로 환산한 우리나라 최저 임금(당시 최저 임금은 8,350원)은 OECD 평균으로 전체 25개국 중에서 12위로 중간 정도입니다.

 

<표1> 우리나라 최저 임금 수준2)

 

매년 그렇듯이 내년도 최저 임금 인상과 최저 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 4월부터 노사 간 이견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첫째, 최저 임금 인상과 관련하여 경영계는 코로나19로 적자이거나 폐업 위기인 기업 및 자영업자들이 많아 임금 지급 능력이 떨어져서 최소한 ‘동결’(8,720원)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코로나19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최저 임금 인상은 불가피하고, 2020년 최저 임금 인상 폭이 겨우 2.9%에 불과하며, 대통령 대선 공약인 최저 임금 1만 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해는 대폭 인상(1만 800원)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둘째, 최저 임금 차등 적용의 경우, 경영계는 소상공인이나 영세 사업주 등의 임금 인상 부담을 고려해 업종, 사업장 규모, 연령에 따라 차등 적용을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노동자끼리 격차가 커지고 차별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했습니다. 최저 임금 차등 적용에 관해 27명 위원들이 표결하여 반대 15표, 찬성 11표, 기권 1표로 무산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최저 임금과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바로 생활 임금입니다. 생활 임금은 해당 지역의 가계 지출, 주거비, 교육비, 물가 수준 등의 특성을 반영한 노동자들의 실제 생활이 가능한 최소한의 임금을 말하는데, 보통 최저 임금보다 10-30% 정도 높습니다. 생활 임금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조례를 만들어 결정합니다. 현재 서울시, 경기도, 인천 등 12개 광역시와 부천시, 수원시 등 일부 기초 단체가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 생활 임금을 보면, 이미 10,000원이 넘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법적 강제성이 없어서 생활 임금은 민간 기관에 적용되지 못하고 현재 자치 단체 산하 공공 기관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표2> 최저 임금과 지자체별 생활 임금 비교(단위: 원)3)

 

영세한 자영업자와 사용자는 최저 임금 인상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최저 임금 때문에 자녀들과 함께 치킨이나 피자를 배달 시켜 먹고, 연인끼리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즐기며, 가끔 온 가족이 외식하는 소박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돈’이 아닌 ‘생활’에 초점을 맞춘 사회를 만들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우리 주님이 염원하셨던,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세상이 아닐까요?

 


1) 월 근무일 수 계산: (일 8시간*주 5일+주휴일 8시간)*월평균 4.35주=약 209일.

2) 김유선(2019), “최저임금 국제 비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3) 김군수 외(2019), “2020년 경기도 생활임금 산정 및 추진방안”, 경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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