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선교’의 시대에는 선교사들이 중심이 된 선교가 일어난다. 그러나 ‘내 집 앞 선교’의 시대에는 한국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선교의 중심이 될 수 있다. 평생 복음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그들을 우리 집 앞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
한철호 선교사 (미션파트너스)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한국 정부가 한국인을 급히 철수시킬 때, 아프가니스탄인 390명을 ‘특별 기여자’ 자격으로 수송기에 태워 데려왔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를 도왔던 사람들이다. 이전에 전쟁이나 재난 등으로 인해 한국으로 온 다른 난민들과는 달리, 이들에게는 90일 거주 비자가 즉시 발급되었고, 이어서 2년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F-1 비자가 주어질 것이다. 이후에도 이들에게는, 히딩크 감독과 같은 ‘특별 공로자’는 아니지만, ‘특별 기여자’라는 자격 때문에 난민 심사도 면제해 주고 5년까지 장기 거주와 취업이 가능한 F-2 비자를 제공해서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 일은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빠르게 자국 협력 아프가니스탄인을 구출한 일로서 여러 나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국내 정착 과정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다문화·이주민·난민 정책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교회의 선교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는 2007년 8월에 100만 명, 2016년 6월에 200만 명을 돌파한 후 2019년 12월에는 250만 명을 넘어섰다. 그 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수가 약간 줄었지만 2021년 들어서면서 다시 회복했다. 2040년에는 체류 외국인의 수가 350만 명을 돌파하는 한편, 한국인의 수는 5,000만 명 이하로 줄어들어, 외국인의 수가 국내 인구의 7%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다문화, 다인종 사회가 되리라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것은 내국인 출생률 저하로 인구가 급감하여 국내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한편, 세계화 시대에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한국으로 오길 원하는 외국인은 증가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앞으로 일시 거주 외국인 근로자뿐만 아니라, 한국 시민권을 획득하는 일반 이민자 수도 증가할 것이다.
물론, 아직 난민에 대한 한국인들의 정서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은 2012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독립된 난민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1994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난민 신청 건수는 총 72,403건인데, 이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1,119건으로 1.5%에 불과했다. 2021년 올해의 난민 인정률은 0.5%이다. 2018년, 예멘 난민이 제주에 입국할 때는 국민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이번에 아프가니스탄 사람 390여 명을 특별 기여자로 입국시키고 장기 체류 비자를 허락하는 등의 과정에서는 우리 국민의 난민을 대하는 태도와 정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인구 절벽 현상을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로서 경제 이민 허락 기준이나 난민들의 한국 정착 기준이 장기적으로는 완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변화는 선교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 체류 외국인 수를 국적별로 보면, 2020년 말 현재 중국인이 894,906명(44%, 한국계 포함)으로 가장 많고, 그 뒤로 베트남인 211,243명(10.4%), 태국인 181,386명(8.9%), 미국인 145,580명(7.2%) 등이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일본,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네팔, 타이완, 미얀마, 스리랑카, 홍콩,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인도 등이 그 뒤를 이었다.1) 이런 통계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대부분 비기독교 국가 출신임을 보여준다. 이 사실은 한국 교회의 선교와 관련하여 무엇을 말해 주고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가는 선교’에만 치중하여 왔으나, 어느새 ‘환영하는 선교’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보여 준다. 즉, 국내 거주 미복음화 국가 출신 외국인과 이주민을 향한 전도의 기회가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내 집 앞 선교’ 시대가 되었다.
‘가는 선교’의 시대에는 선교사들이 중심이 된 선교가 일어난다. 그러나 ‘내 집 앞 선교’의 시대에는 한국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선교의 중심이 될 수 있다. 평생 복음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그들을 우리 집 앞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 선교에 일어난 새로운 변화다. 최근 통계에 발표된 외국인들의 국내 거주 지역 분포를 보면, 경기 32.6%, 서울 21.2%, 충남 5.6%, 경남 6%, 인천 5.7% 등의 순이며, 그 외에도 전국 모든 지역에 상당수가 분포해 있다. 즉, 국내 어디에서나 타 문화권 선교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상황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선교 사역은 초기에는 그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돕는 일, 예를 들면, 의료 지원이나 한국 고용주의 횡포를 막아주는 일 등 인권 지원이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가 법적으로도 정비되었기 때문에, 지원 사역과 더불어 복음 전도 사역이 더 중요해졌다. 이전에는 한국 교회 안에 한 부서로 존재하던 외국인 교회가 빠른 속도로 자국민들 중심의 독자적인 교회로 세워지고 성장하고 있다. 필리핀인 교회, 몽골인 교회, 중국인 교회, 조선족 교회, 태국인 교회, 인도네시아인 교회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 도시마다 한인 교회가 세워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케냐인 교회는 케냐의 교단이 한국에 교회를 운영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전후로 선교지에서 돌아온 선교사들과 은퇴하는 선교사들이 국내에서 외국인 교회를 개척하거나 지원하는 사례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이주민 사역은 곧 한국 교회 선교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성도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주민 선교에 참여할 수 있다. 이주민 선교의 대상을 세분화하면 다문화 가정, 근로자, 난민, 그리고 유학생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상별로 사역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교회 안에 있는 타민족 예배를 지원하는 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민족별 교회를 돕는 일, 이주민 사역 단체에서 봉사하는 일 등에 참여할 수 있고, 일상에서 다문화 이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개인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일도 할 수 있다.
해외로 단기 선교를 하러 가는 것처럼, 국내에서 이주민들이 출신 국가별로 집단 거주하는 지역으로 단기 선교 여행을 가는 것도 한 방안이다. 서울권에 있는 다문화 밀집 지역으로는 용산구 이태원의 무슬림 밀집 지역과 아프리카 타운, 용산 2동 힌두 타운, 영등포구 신길동과 대림동의 중국인 타운, 성동구 왕십리의 베트남인 타운, 중구 광희동의 몽골 중앙아시아인 타운, 창신동의 네팔인 타운 등이 있다. 경기권에는 더 많은 집단 거주 지역이 있다. 안산 원곡동은 전체가 다문화 마을 특구이다. 시흥시 정왕동의 중국 동포 타운, 인천 연수 1동의 중앙아시아인 타운, 인천 부평구 부평 1동의 미얀마인 거리, 포천 송우리의 외국인 마을 등, 경기도 대부분의 지역에 집단 거주지가 있다. 전국 다른 주요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이주민과 다문화 가족을 향한 복음화 사역의 기회가 한국 교회의 모든 이들에게 열린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 사역은 또 하나의 중요한 내 집 앞 선교 영역이다. 교육부의 교육 기본 통계에 따르면, 2001년에 4,690명이던 유학생이 2011년에는 89,537명으로 10년 사이에 20배가 되었고, 2019년에는 160,165명으로 증가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152,281명으로 조금 감소한 상태이다.2) 국적별로는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 전체의 44.4% 로 가장 많고, 그다음 베트남(23.4%), 우즈베크(4.7%), 몽골(4.6%), 일본(2.7%) 순이다. 그 외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 189개국에서 유학생들이 와 있다. 3) 유학생 중에서는 학위 과정 학생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비학위과정 학생은 감소하고 있다. 현재 웬만한 대학에는 3,000-4,000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와서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지 않으면 그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유학생들에게는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하나는 학업을 따라가는 문제다. 한국에 온 유학생 중 학부 학생의 비중이 40% 이상이라 한국어 강의를 듣는 데 어려움이 많다. 또 하나는 재정 문제다. 90%가 자비 유학생이라서 스스로 재정을 충당해야 하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학생들이 많다. 3D 업종에서 일하는 유학생도 있다. 따라서 유학생에게는 재정 지원과 한국어 교육 지원 등이 필요하다.
이주 근로자나 난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온 유학생 대부분은 미복음화 국가 출신이다. 자국에서는 절대로 복음을 들을 수 없었던 이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복음을 듣고 변화되는 일이 많다. 따라서 유학생 복음화 사역에 한국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학생은 그들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리더들이다. 또한, 한국에 온 외국인 집단 중에 자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가장 큰 부류가 유학생이다. 이들이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경우 장차 출신국의 기독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유학생 사역이 선교적으로 중요하다.
현재 유학생 사역은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교회에서는 유학생들을 위한 예배를 열거나, 한국어 학교를 개설하여 도움을 주고 신뢰가 쌓이면 복음을 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몇몇 대학에서는 학교 안에 유학생을 위한 교회가 세워져 도움을 주고 전도에 참여하고 있다. ISF(International Students Fellowship) 등과 같이 전문적으로 유학생 사역에 집중하는 단체도 있다. 이런 단체는 한국어 교실 등 유학생들의 필요를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하면서 접촉점을 마련하여 복음을 전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유학생이 한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서 선한 영향력을 받고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 유학 중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어 반한 감정을 가지고 돌아가는 유학생도 있다. 혹 예수님을 믿게 되지는 않더라도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면 현지 선교에 엄청난 힘이 된다. 한국에 온 유학생들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를 가진 자들이다.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복음에 반응하도록 해야 한다. 누구든지 한 번의 만남으로도 인생이 변화의 경로에 들어설 수 있다. 물론 유학생들 가운데 기독교에 대해서 반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약간의 편의를 제공하고 그것을 근거로 억지로 복음을 믿으라고 강요함으로써 오히려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관계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그들이 복음을 들었을 때 마음에 깊이 생각해 보고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들이 기독교가 왕성한 우리나라에 와서 몇 년을 지내고도 복음을 접할 기회를 한 번도 가지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한국의 기독 대학생들이 유학생 선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학 안에서 그들을 자연스럽게 만나 우정을 쌓고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작은 선행을 베풀고, 학업에서 어려운 부분을 도울 수 있다. 교회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을 그리스도인의 가정으로 초대하여 함께 시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기독교적 삶의 가치를 보여 줄 수 있다. 특히, 추석과 같은 명절에 외로워할 유학생들을 가정으로 초대한다면,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게 되며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교회가 팀을 조직하여 유학생 사역 단체가 진행하는 한국어 교실의 자원봉사자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도 있다. 지금 한국 대학 중 유학생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대학도 많다. 대학 정원을 채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유학생 입학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은 공부보다는 취업을 목적으로 유학을 오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도록 기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환대가 선교다.
1) 법무부 출입국 통계, 국적(지역) 및 연령별 체류 외국인 현황
2) 교육통계서비스, 연도별 외국인 유학생 수
3) 2019년도 국내 고등교육 기관 외국인 유학생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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