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스페이스X는 내년에는 우주 정거장 여행을 넘어서 조만간 달과 화성에까지 우주여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주여행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를 찾는 인간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확신이 든다. 그중 하나가 우주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우주여행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는 인간의 능력이다. 최근 우주를 향한 인간의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사실 우주는 인간이 잠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최악의 환경이다. 이 지구를 조금만 벗어나도 우리는 숨도 쉴 수 없고 신체 조직들이 팽창하여 파괴되고 만다. 또한, 우주에서는 태양 빛이 있고 없음에 따라 120도에서 영하 120도를 오고 가는 극한의 온도 변화, 무중력(정확히는 무중량)으로 인한 근육과 골밀도의 급격한 감소, 우주 방사선에 의한 세포와 DNA 손상을 경험하게 된다. 우주는 인간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곳인데 인간은 그 불가능에 쉬지 않고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11일, 영국의 버진 그룹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회장이 72세의 나이로 지상 88km까지 올라갔다 와서 자신이 우주를 다녀온 최초의 민간인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9일 뒤, 당시 세계 최고 부자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지상 107km에 다녀온 뒤, 진정한 최초의 민간인 우주 여행자는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쟁은 사람들에게 어디까지가 지구고 어디서부터가 우주인지 그 경계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켰다. 사실 지구와 우주의 경계를 명확하게 정하기는 어렵다. 아직 국제적으로 합의된 바도 없다. 다만 그동안 일반적으로 미국의 물리학자 시어도어 폰 카르만이 제안한 지상 100km의 ‘카르만 라인’을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이야기해 왔을 뿐이다. 공기가 없어 더 이상 비행기를 뜨게 하는 힘인 양력이 없는 한계선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미항공우주국(NASA)과 미 공군은 인공위성이 지구로 추락하지 않고 궤도를 유지하는 최저 고도가 70-90km인 점을 들어 80km를 우주의 경계로 보고, 그 이상 올라간 사람을 우주 비행사라 호칭한다. 이 논쟁에서 한발 더 나아간 인물이 최근 세계 최고 부자로 재등극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다. 그의 회사 스페이스X의 우주선이 9월 17일 민간인 4명을 태우고 지상 585km까지 올라가 지구 궤도를 3일간 돌고 온 것이다. 이는 우주 정거장이 있는 420km나 허블 망원경이 설치된 540km를 훨씬 넘어선 고도로서 그야말로 우주라 부를 만한 곳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땅과 물과 공기로 구성되어 있다. 공기로 이루어진 영역을 대기권이라 부르는데, 대기권은 다시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 외기권(외권)으로 구분한다. 6-20km 높이인 가장 아래의 대류권은, 공기의 80%가 있어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비행기가 다니는 영역(10-13km)으로서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류권 위의 성층권(20-50km)에는 오존이 있어 우주에서 들어오는 방사선을 막아 준다. 그 위의 중간권(50-85km)은 희소한 공기가 있어서 지구로 들어오는 우주 물체들을 태워 유성으로 만들며 지구상의 생명체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지구상의 공기의 99.99997%는 이 부근 카르만 라인 이하에 있다고 한다. 그 위로 인공위성들이 돌고 있는 열권(85-690km)이 있고, 그 바깥의 지구 대기 가장 바깥층인 외기권은 옅고 옅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1만 km에서 심지어 지구 지름의 50배인 63만 km까지라는 다양한 주장이 있다. 이런 주장에 따르면 지구로부터 38만 km 떨어진 달도 지구 대기의 영향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지구는 겹겹이 쌓인 다양한 대기층의 보호 아래 있다. 그런데 인간의 호기심은 이 안전한 지구를 떠나 점점 더 바깥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우주여행을 직접 하였거나 성공시킨 이 억만장자들의 회사들은 벌써 우주여행 상품들을 출시하여 팔고 있다. 가격도 비싸 당장은 부호들만 가능하겠지만 서서히 대중화되리라 예상한다. 우주여행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스페이스X는 내년에는 우주 정거장 여행을 넘어서 조만간 달과 화성에까지 우주여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주여행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등유나 액화 수소 대신 더 저렴한 화학 물질을 연료로 사용하는 로켓도 이미 개발했다. 화성까지 여행할 것을 고려하여 화성에서 채굴 가능한 메탄가스를 이용하는 로켓까지 성능을 검증했다.

 

그런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2021년 7월 12일자) 등 국내외 언론에서 이번 세계적 부호들의 우주여행과 관련하여 환경 오염 문제를 거론했다. 우주선은 일반 항공기에 비해 60배까지 많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선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연간 약 3,900만 회(2019년 기준)에 이르는 항공기 운항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또한, 로켓의 연료로 등유 외 다양한 연료가 사용되고 있어 그 수치를 확정하기가 어렵다. 우주선과 동일한 로켓으로 작동되는 것이 군사용 미사일이다. 그러니 지금 이런 지적을 하려면 우주선보다 훨씬 많은 군사용 미사일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하겠지만, 군사용 미사일은 주로 고체 연료가 사용되고 있고 군사용에 대해 환경 오염 문제를 거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우주선의 환경 오염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향후 엄청나게 늘어날 우주여행의 수요를 예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우주를 향한 인간의 도전의 과정 속에서 다시 깨닫게 되는, 우리가 사는 지구 대기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이다. 우주까지 나갈 수 있게 된 인간의 그 능력으로, 온실 가스나 각종 오염물의 배출로 대기까지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일을 막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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