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은 오늘 대한민국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 낸 토지 가치의 상승분을 누가 가져가는 것이 옳은가? 여기에 대한 분명한 답을 만들지 않고 몇 사람 처벌만 하고 끝난다면, 그것은 이 중요한 대선 시기에 전국민적 관심과 에너지와 시간을 쏟게 만든 대장동 논란은 국민들에게 매우 소모적이고 손해가 막심한 사안이 된다. 화천대유가 가져간 수천억보다 더 큰 손해일 것이다. (본문 중)

이성영(희년함께 상임대표)

 

대장동 바람이 대한민국을 휘몰아쳤다. 거세게 휘몰아쳤지만 대장동 개발 사업의 구조와 대장동 사건의 본질은 파악하지 못한 채 사람들을 자신이 반대하는 정치 집단에 대한 확증 편향만 강화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의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전국민적 에너지를 쏟게 만든 사건이라면, 일시적 비난과 정치 혐오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이 있었다면, 관련자들은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 더 나아가 소수가 독식하는 토지 불로소득 부동산 개발을 근절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그간 쏟아부은 전국민적 관심과 에너지가 아깝지 않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의 임야와 농지 등 920,467㎡(약 27만 8,440평)를 택지로 개발하여 5,903세대의 공동 주택을 공급하는 1조 5천억 원 규모의 민관공동 개발 사업이다. 민관공동 개발 사업 방식을 취한 대장동 개발은 공공이 지분의 50%+1주를 소유하여 토지주들의 토지를 용도 전환 전 감정가액 수준으로 매입할 수 있는 토지 수용 권한을 보장받아 토지 매입 비용 및 리스크를 대폭 낮추었다. 그뿐 아니라, 임야를 택지로 바꾸고 용도 지역을 정하는 인허가 권한을 쥔 공공과 함께 진행하면서 인허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민간 개발보다 안정적이다.

 

1조 5천억 원 규모의 사업에 공공 재정 지출 전혀 없이 민간 자본만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오히려 전체 수익의 60% 가까운 5,503억 원(성남 도시개발공사 배당 1,822억 원+공원 조성비 2,761억 원+북측 터널 공사비 920억 원의 합계, 배당률 57.7%)을 환수할 수 있었던 이유도 민간 홀로 개발을 했을 때 짊어져야 하는 토지 매입 리스크, 인허가 리스크를 대폭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장동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측은 왜 민간 개발 사업자에게 4,000억이나 되는 막대한 이익을 주도록 대장동 개발 사업을 설계했느냐,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반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옹호하는 측은 성남시와 성남 도시개발공사가 1조 5천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조달하기는 불가능하기에 공영 개발은 불가능했고, 민간 개발이었으면 개발 이익 전체를 민간이 다 가져가는데 민관공동 개발을 통해 전체 개발 수익의 60% 수준을 환수한 것은 지금까지의 개발 사업 중 개발 이익을 가장 많이 환수한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2015년 당시의 부동산 경기로는 민간이 가져가는 개발 예상 이익은 전체 이익의 30%인 1,800억 정도였는데,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4,000억가량의 수익을 가져간 것이라고 항변한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각자의 판단으로 남겨두고, 편법과 불법을 저지른 이들은 검찰 수사에서 명백하게 드러나 처벌을 받도록 지켜보면 될 일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사회적 필요에 의해 토지의 용도를 변경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이익을 누가 가져가도록 할 것이며,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먼저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토지 불로소득이 누구에게로 흘러갔는지 살펴보자.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해 원주민에게 평당 280만 원의 토지를 매입한다. 개발 사업이 아니었다면 거래가가 매입 가격의 절반도 되지 않았을 농지, 임야 등의 땅이다. 용도 전환으로 인한 토지 불로소득은 1차적으로 원 토지 소유자에게 돌아간다. 평당 280만 원에 매입가에 기반 시설 설치 등 택지로 만드는 데 들어간 총비용을 합하면 택지 조성 원가는 평당 718만 원이다. 택지조성 원가 718만 원의 땅은 건설사들에게 감정 가격인 평당 1,400만 원에 팔린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평당 700만 원의 이익을 얻는다. 건설사들은 평당 1,400만 원에 낙찰받은 땅 위에 아파트를 짓고 평당 2,400-2,500만 원으로 아파트를 팔았다. 시공 마진을 다 포함한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가 현재 평당 688만 원으로, 건설사들은 평당 300-400만 원가량의 토지 불로소득을 챙겨간다. 분양 가격 6-7억 원에 팔렸던 아파트는 현재 12-3억 원에 거래되고 있어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 역시 5-6억 원가량의 토지 불로소득을 얻은 셈이다.

 

요약하면, 토지주, 정부, 건설사, 수분양자가 각기 토지 불로소득을 나누어 가지는 구조이다. 화천대유는 택지 조성 사업을 정부와 함께 진행하면서 4,000억 원 배당, 수의 계약으로 받은 5개 필지에서 분양 수익 4,500억 원을 가져갔다.

 

6천 세대가 되지 않는 작은(?) 주택 개발 사업에서도 조 단위의 토지 불로소득이 발생한다면, 대한민국 전역에서 발생한 지금까지의 토지 불로소득, 향후 10년간 예정되어 있는 200만 호 이상의 주택 공급 과정에서 발생할 토지 불로소득의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농지와 임야를 택지로 용도 전환하는 정부의 인허가, 국민의 세금을 들인 교통·문화·교육 기반 시설의 공급, 인구 집중으로 인한 상권 활성화 등 토지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은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노력이다. 사회 전체의 노력을 누가 가져가야 옳은 것인가? 토지주? 시행사? 건설사? 수분양자?

 

대장동 사건은 오늘 대한민국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 낸 토지 가치의 상승분을 누가 가져가는 것이 옳은가? 여기에 대한 분명한 답을 만들지 않고 몇 사람 처벌만 하고 끝난다면, 그것은 이 중요한 대선 시기에 전국민적 관심과 에너지와 시간을 쏟게 만든 대장동 논란은 국민들에게 매우 소모적이고 손해가 막심한 사안이 된다. 화천대유가 가져간 수천억보다 더 큰 손해일 것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한 분노의 에너지를, 대장동이 대한민국에게 던지는 질문, 즉, ‘땅의 이익은 누구의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로 흘러가게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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