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포집 기술은 여전히 개발 중인 기술이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산업화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국제적인 공동 대처가 필요한 분야라 할 수 있다. 우리 신자들도 이런 기술의 개발과 도입으로 우리가 사는 지구를 재난으로부터 지키려는 노력에 대해 알고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물론 인류가 풍요로운 삶을 위해 지금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을 지속하는 한, 그 어떤 해결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우리 인간은 쉬지 않고 육체와 정신의 활동을 하며 이 땅에서 살아간다. 이 생명 활동을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음식을 통해 공급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그 에너지원이다. 이 물질들을 최소 단위까지 잘게 쪼개어 보면 탄소라는 원자들이 화학결합을 통해 사슬이나 고리 모양으로 서로 연결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 탄소들의 화학결합 속에 에너지가 들어 있는데, 우리가 호흡으로 흡수한 산소로 그 결합을 깨서 에너지를 뽑아 쓴다. 이 과정을 ‘산화’ 혹은 ‘연소’라 한다. 이렇게 해서 깨진 탄소는 산소와 결합하여 다시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CO2)로 공기 중에 배출된다. 인간은 매일 생명 활동을 위해 1kg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 등 모든 생명체가 이런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생명체가 생명 활동을 위해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산소로 바꾸는 것은 식물의 역할이다. 식물은 깨진 탄소 원자들을 연결된 덩어리(분자)로 바꾸어서 땅으로 되돌려 준다. 식물의 잎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뿌리가 땅속의 물을 잎으로 빨아올리면, 잎에 있는 녹색을 띠는 엽록체라는 기관이 햇빛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의 탄소를 다시 고리 모양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작용을 빛 에너지를 이용한다 하여 ‘광합성’(光合成)이라 부른다. 이렇게 식물은 태양의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탄소 덩어리를 만들어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에 에너지원을 공급해 준다.

 

인간과 동식물이 탄소를 사용하여 에너지를 얻고, 사용한 탄소를 식물이 다시 포집하여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원래 탄소 물질로 되돌리는 이 과정을 탄소 순환(탄소 사이클, carbon cycle)이라 부른다. 탄소 순환은 태초부터 세상 끝날까지 생태계 안에서 에너지원이 모자라지 않고 끊임없이 사용될 수 있게 만드신 하나님의 지혜라 할 수 있다. 탄소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원소는 낭비 없이 재사용되게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인간은 생물학적 활동뿐 아니라 문화적 활동을 하면서 살도록 창조되었기 때문에 초기부터 음식을 요리하고, 난방을 하고, 흙을 구워 그릇을 만들고, 금속을 녹여 각종 도구를 만들면서 살아왔다. 이런 활동을 위해 불을 사용했는데, 불의 에너지원인 나무, 석탄, 석유 역시 탄소 원자들이 결합된 탄소 덩어리이다.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에너지원은 과거의 식물과 미생물에서 유래했기에 ‘화석’(fossil) 연료라 불린다. 이들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방식 역시 인간이 에너지원을 얻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산화 혹은 연소를 통해서이다. 즉, 공기 중에 있는 산소에 의해 이 연료들의 탄소 덩어리가 깨지면서 에너지가 발생되고, 그렇게 해서 깨진 탄소와 산소가 결합하여 다시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18세기까지 이런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의 식물에 의해 포집되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 정도여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18세기 말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된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증기 기관을 이용한 기계들을 가동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석탄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19세기 말부터 전기의 등장으로 석탄의 사용이 더 늘었고, 거기에다 자동차까지 개발되어 석유의 사용량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2021년 현재, 인류는 풍요로운 과학기술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화석 연료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1대가 매일 화석 연료를 사용하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사람이 배출하는 양의 12배가 넘는 12.6kg 정도라 한다. 산업혁명 전에는 공기 중 0.028%를 차지했던 이산화탄소량이 2021년 현재 0.041%를 넘어서고 있다. 화석 연료 사용과 식물에 의한 이산화탄소 포집 사이의 탄소 순환에 균형이 깨진 결과이다. 현재 매년 공기 중 0.0002%씩 증가하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로 지구 평균 기온이 조만간 1.5도까지 증가하고 곧 2도에 육박하여 재난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론적으로 그 해결책은 간단하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포집하는 것이다. 자연의 탄소 순환처럼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나라들이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선언이 바로 그 말이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실행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류가 화석 연료의 싸고 편리함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이미 수소나 태양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도입하고, 이 기술 사용을 늘리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과 정책 도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물론 숲의 파괴를 막고 숲을 가꾸는 정책은 이미 도입되었다. 과학기술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은 탄소 포집 기술(carbon capture technology, CCT)이라 부르는데, 탄소 포집, 이용 및 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 CCU, CCS, CCR(carbon capture and reuse, 탄소 포집 및 재사용) 등으로도 불린다.

 

탄소 포집 기술의 핵심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이나 화학 공장에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를 설치하여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 배출하지 않고 모으는 것이다. 이를 위한 습식, 건식, 분리막 등 다양한 포집 기술이 개발되어 있거나 개발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이산화탄소는 고압으로 액화하여 지하 퇴적층이나 채굴 후의 유전층 혹은 천연가스층에 저장하는 것이다. 또, 액체 공기를 사용하는 산업이나 화학 물질을 만드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상적인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원래의 탄소 덩어리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식물의 광합성을 모방하여 이산화탄소를 원래의 탄소 물질로 되돌리는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공 광합성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아직 식물의 광합성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탄소 포집 기술은 여전히 개발 중인 기술이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산업화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국제적인 공동 대처가 필요한 분야라 할 수 있다. 우리 신자들도 이런 기술의 개발과 도입으로 우리가 사는 지구를 재난으로부터 지키려는 노력에 대해 알고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물론 인류가 풍요로운 삶을 위해 지금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을 지속하는 한, 그 어떤 해결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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