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도 현재의 판 구조론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물론 거대 이론이 지엽적인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안전을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의 연구 결과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현대 과학은 절대 안전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땅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지난 12월 14일 오후 5시 20분경 제주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6년 경주에서 규모 5.8, 2017년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한 지진이 발생한 이후 4년 만에 일어난 강력한 지진이었다. 물론 이런 지진은 해외의 대규모 지진에 비할 바는 아니다. 2004년 규모 9.3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에 의한 해일은 23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고, 2010년 아이티에서 일어난 규모 7.0 지진은 22만여 명의 사망자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냈다. 그리고 2011년 태평양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은 역사상 최악의 재산 피해를 입힌 자연재해로 추정되는데, 이때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인한 피해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크게 땅, 물, 공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안에 인간을 포함한 각종 생물이 살고 있다. 그런데 생물뿐 아니라 땅, 물, 공기도 쉬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이 지구상에 아무것도 안 하면서 편안히 쉬고 있는 존재는 없다. 이런 활동을 위해서 에너지가 필요한데,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지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99.985%는 태양 에너지이다. 이 태양 에너지로 대기와 물이 순환하고, 식물이 광합성을 하여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소량의 0.013%는 지구 내부에서 올라오는 지열 에너지로 이 에너지에 의해 화산이나 지진 등 지질 활동이 일어난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0.002%는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달에 의한 조석 에너지이다. 이렇게 보면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 세상이 불(에너지), 공기, 물, 흙(땅)의 4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지구 전체 에너지의 0.013% 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은 이 지열 에너지는 우리가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 땅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받아들이는 일이지만, 땅이 움직이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은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과학사(史)에서 중요한 논쟁거리였다. 15-6세기 세계 지도가 작성되면서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들의 해안선이 서로 닮아 합치면 마치 퍼즐 조각처럼 잘 들어맞을 것 같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20세기 초 이런 주장들을 통합하여 독일의 베게너(Alfred Wegener)가 『대륙과 대양의 기원』(1915)이라는 책을 통해 ‘대륙 이동설’을 주장한다. 지구의 모든 대륙들은 아주 먼 과거에 ‘판게아’라 부르는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있다가 약 2억 년 전쯤 지금의 여러 대륙으로 쪼개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해안선의 유사성 외에도 서로 다른 대륙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암석, 화석, 동식물이 발견되는 점들을 대륙 이동설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이론이 나오자 치열한 논쟁과 반론이 제기되었다. 갈릴레오나 다윈 때처럼 종교계에서 나서지 않아 사회적 이슈로까지는 번지지 않았지만 과학계에서의 논쟁은 치열했다. 가장 큰 반론은, ‘무엇이 이 거대하고 단단한 땅덩어리를 움직이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아직 지구 내부의 구조나 지열 에너지를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해저 탐사나 지진 탐사가 본격화되면서, 지구 내부의 구조와 에너지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해저에도 산맥이 있고, 어느 곳에서는 용암이 솟아 나와 옆으로 퍼지면서 해저가 확장된다는 것을 발견한다. 또, 지진파를 통해 지구 내부에 맨틀층이 있는 것을 찾아냈는데, 그중 지각 바로 아랫부분은 높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일부 암석이 녹는 것도 알아낸다. 이런 발견들을 통해 1960년대 후반 대륙 이동설은 ‘판 구조론’이라는 더 큰 이론의 일부로 편입되어 오늘날 지구과학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

 

판 구조론은 지각의 가장 바깥 부분이 10여 개의 거대한 판들로 되어 있고, 이 판들이 유동적인 맨틀 위에 뗏목처럼 떠 있어서 이동한다는 이론이다. 이 판들은 끊임없이 서로 상대적인 운동을 하는데, 특히 판들이 서로 맞닿는 가장자리는 서로 충돌하면서 엄청난 열, 균열, 붕괴를 일으키며 이로 인해 화산이나 지진 등 활발한 지질 활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거대한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인도-오세아니아판, 북아메리카판, 남아메리카판, 남극판들과 만나는 경계를 따라 활발한 화산과 지진 활동이 일어난다. 실제로 일본, 인도네시아, 칠레, 뉴질랜드, 캘리포니아 등 이 경계면에서 유독 많은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있어 이 태평양판의 경계면을 ‘불의 고리’라 부른다. 그러나 판 구조론도 상대적인 과학 이론이라 완전하지 않고 계속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도 현재의 판 구조론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물론 거대 이론이 지엽적인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안전을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의 연구 결과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현대 과학은 절대 안전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땅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렇게 창조하신 것이다. 땅이 갑자기 흔들리고 움직이는 큰 지진을 경험한 사람은 땅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일생을 살아간다고 한다. 2022년 새해를 맞으면서, 이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로부터 안정과 평안의 토대를 이 세상에서 찾지 말고 요동치 않는 오직 한 분 하나님에게서 찾는 지혜를 배우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이런 지진의 소식을 접하거나 혹은 직접 겪는 신자들은 특히 이 사실을 더 명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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