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을 많이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위기감을 주기도 하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우리 일상을 빚어가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대 우리 이웃들의 삶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코로나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에게 변화된 일상 이야기를 나누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편집자)

전희경(예닮글로벌학교 과학 교사)

 

2020년 2월 중순, 코로나 상황이 갑자기 우리에게 닥쳤다. 학교 현장에서는 언제 개학을 할지, 온라인 수업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대면 수업은 언제 실시할지, 방역 수칙은 무엇이며 어떻게 방역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학교생활과 행사들을 진행할지를 그때그때 결정하고 실행해야 했고, 2020학년도의 학사 일정은 가까스로 마무리되었다. 코로나 상황이 내년에는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서….

 

2021학년도는 코로나 상황을 어느 정도 대비하여 다소 안정된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를 한번 경험해 보았기에, 수업 일정과 학교 행사 등을 계획할 수 있었고 그 계획에 맞추어 학사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코로나 상황이 곧 끝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늘 고려했지만,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이전의 학교생활 패턴으로 돌아가면 될 것이기에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기독교 중고등 대안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우리 학교는 중고등 학생을 다 합치면 재학생이 220여 명 정도 되는 기독교 대안학교이고, 서울, 경기도 강원도뿐 아니라 제주도와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로 구성된 기숙사형 학교이다. 2021학년도에는 학사 일정을 한 달 단위씩 계획하여 학교생활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코로나 전에는 학교생활과 기숙사 생활 중에 중학생은 일주일에 한 번 귀가하였고 고등학생은 한 달에 한 번 귀가하였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에서는 전교생이 한 달에 한 번 귀가하는 형태가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에 맞추어 학사 일정을 새롭게 짰고, 2021학년도는 3월부터 한 달 단위로 학교생활과 기숙사 생활이 돌아간다고 신입생과 재학생 그리고 학부모에게 공지하였다. 이 말은 주말에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학교생활을 한다는 의미였고, 학생들은 한 달이 지나서야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2021학년도에 중고등 과학 수업과 7학년(중1) 한 반의 담임을 맡게 되었다. 초등학교를 금방 졸업한 22명의 학생들이 부모를 떠나 기숙사 생활이라는 것을 하면서 초등학교 때와는 다른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는데, 그것도 한 달씩이나 집을 떠나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등교하는 날, 학생들이 부모님 차를 타고 기숙사에서 한 달 생활할 짐을 챙겨 와서는 체온을 재고 출석 체크를 하는데, 학생들도 부모들도 얼굴에 긴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7학년 학생들은 정말 ‘애기애기’하였다. ‘우리 7학년들 학교생활 잘할 수 있겠지!’ 믿음도 갔지만 애처로움도 있었다.

 

7학년 우리 반 학생들은 대체로 잘 지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2021년의 7학년 학생들은 2020년에 처음 코로나 상황이 닥치면서 초등 6학년 기간을 거의 집에서 보냈으며, 6학년 학교생활에서 온라인 수업과 코로나 방역 수칙 지키기를 이미 경험하고 훈련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그리고 처음부터 한 달씩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각오를 하고 와서 그런지, 나름 잘 적응하며 지내는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마냥 편안히 지나간 것은 아니었다. 처음 한 달은 아침 학급 조회 때마다 밤새 잠은 잘 잤는지, 아픈 학생은 없는지, 기숙사에서 별일은 없었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냈는지, 하나하나 살피고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 반 학생들은 대체로 괜찮다고 대답하였지만, 모든 것이 낯선 상황에서 뭐가 그리 괜찮았을까? 학생들은 제비 새끼처럼 그저 매 순간 담임선생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실제로 처음 한 달은 아이들이 적응하느라 힘들어했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서 지나친 행동으로 실수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친구들과 어울릴 줄 몰라서 혼자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기숙사에서 이런저런 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학교에서도 수업 시간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이런저런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고, 어느 학부모는 자녀들이 전화를 너무 안 한다며 연락을 해 왔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찾아왔다. 자신의 마음이 외로운 것 같고 그래서 힘들다고 했다. 잘 모르는 새 친구들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그 학생은 양호한 편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선생님께 표현할 수 있었으니.

 

 

다른 한 학생은 처음엔 속이 안 좋다며 밥을 못 먹고 죽만 먹었고, 조금 지나선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교실에 앉아 있기가 힘들다고 했다. 결국 부모님께 연락해서 집에 돌아가서 쉬게 하고 심리 상담도 받게 했다. 심리 평가 결과 이 학생은 다른 사람에 비해 도덕 지수가 월등히 높게 나왔다. 스스로 규율을 잘 지켜야만 하는 아이였고, 초등학교 때까지 그렇게 살아와서 칭찬받던 아이였다. 다른 한편으로 이 학생은 기타를 잘 치고 운동을 좋아하는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고, 일을 한 가지씩 천천히 꼼꼼히 해 왔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부모님을 떠나 중학교의 학교생활과 기숙사 생활을 규율대로 잘하고 싶고 잘해야만 하니 힘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이 학생의 특성과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었다. 이 학생은 둘째 달부터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였고, 2학기에는 여러 교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냈다.

 

나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 “애들아,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살살, 재밌게 하자~.” 이 말은 우리 반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게 하려는 말이었고, 마라톤과 같은 중고등학교 생활에서 페이스를 조절하는 법을 알려 주고 싶어 한 말이다. 그 말은 또한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마라톤 같은 인생길에서 내 일을 계속 잘하려면, 잘 가르치고 잘 사랑하려면, 순간의 전력 질주가 아니라 에너지를 비축하는 달리기를 해야 하고, 내 에너지의 80%만 써야 함을 기억하려는 말이었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되자 우리 반 학생들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키도 많이 커 있었고 여전히 한 달씩 지내는 학교생활에 대해 나름 준비를 해 왔다. 1학기 교과 성적을 보고 교과 공부에 목표를 세우고 온 학생들도 있었고, 2학기부터는 악기를 배우겠다고 선배 멘토를 찾기도 하고, 운동 및 관심 분야의 자율 동아리를 만들기도 하였다. 2학기 초에는 우리 반이 찬양 특송을 맡게 되어 서툴지만 밴드도 결성하고 댄스팀도 만들어 특송 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 때문에 그 특송을 영상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그 일도 학생들이 잘 해냈다. 당연히 고등학생 작품보다는 미숙한 결과물이었지만, 찬양 연습과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더 알아가고 협력과 배려를 배우고 성취감도 맛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2학기에는 1학기와는 다른 어려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먼저 공부에서는 중학교 과정 공부를 하면서 성취에 차이가 생겨났다. 국어 영어 수학 과목 등에서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과목별로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고 공부하는 태도와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친구 사귀기에 서툰 학생들은 2학기가 되면서 학교와 기숙사에서 이래저래 친구들과 부딪히며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 2학기에는 서로를 좀 더 알게 되고 또한 자기주장들이 나오면서 각 사람 안에 있는 개성, 상처, 아픔, 어려움들이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드러나니 우리의 문제를 알 수 있었고, 대화할 수 있었고, 인정할 수 있었고,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자라고 있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여러 제약과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우리 반 학생들이랑 말씀 묵상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무척 좋았다. 우리 학교는 『청소년 매일성경』을 가지고 학급별로 말씀 묵상을 한다. 나는 중학생 수준에 맞게 말씀 묵상을 하고 싶었고, 성경적 세계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성경의 스토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경 본문을 깊이 묵상하고 적용 질문에 답을 적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먼저 성경 본문을 직접 읽고 내용을 파악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성경 본문을 읽고, 질문하고, 생각해 보기’가 우리 반 아침 경건회의 컨셉이었다.

 

1학기에는 잠언 본문을 같이 읽고 율법서와 지혜서의 차이점을 얘기하면서 생각해 보았다. 2학기에는 출애굽기와 사사기 본문을 가지고 이스라엘 역사 시대의 흐름과 각 본문의 특징을 알아보면서 성경 본문을 같이 읽고 생각해 보았다. 학생들이 성경을 같이 읽으면서, “성경에 진짜 이런 내용이 나오나요?”, “삼손이라는 사사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이런 일들을 한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어린 양은 무슨 의미일까요?” 등의 생각과 질문을 할 때는 기쁘고 대견하였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을 믿고 살아가는 삶은 정답의 징검다리를 건너서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읽고 질문하고 생각하면서 주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알아 가기를 바랐다.

 

겨울 방학이 되어 학생들이 학교를 다 떠나기 전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과연 우리에게 그날이 올까 싶었는데, 어쨌든 겨울 방학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1년을 돌아보니, 2021년은 정말 긴장과 정신없음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우리 반 학생들 모두가 중학교 1학년 학교생활을 건강하게 보내 주어서 고맙다. 또, 중고등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을 함께하며 가르치신 모든 선생님들에게 정말 수고하셨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이 세계를 다스리시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지키시고 보살펴 주신 우리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겨울 방학 동안 우리의 아이들이 잘 쉬고, 잘 놀고, 게임도 조금 하고, 공부도 조금 하면서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 나도 겨울 방학 동안 잘 쉬고, 운동도 하고, 교과 준비도 하며 한 해를 잘 준비하려고 한다. 2022년에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며, 학생들, 선생님들, 부모님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해가 되기를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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