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인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코로나 상황에 대비해야 하다 보니 업무량이 넘칠 때도 많고, 민원인이 바라는 것처럼 신속하게 일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저와 함께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는 전국의 방역 요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시고,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준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본문 중)

리아(가명)

 

저는 지방의 한 소도시 감염병 대응팀에서 코로나 방역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인구 비율이 높지 않아 확진자 수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시는 지역이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감염병 대응팀에서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을 나누려 합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일하는 저와 제 동료들의 이야기인데, 공무 특성상 모든 것을 세세하게 다 나눌 수 없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제가 담당하는 지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공지를 받으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야 합니다. 출근하면 우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분들로부터 오는 민원 전화가 빗발칩니다. 아무래도 동선이 겹치는 분들은 일상생활 가능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결과를 알고 싶어 하십니다. 이런 전화는 생각보다 많이 오는데, 심한 날은 거의 온종일 전화벨이 울리곤 합니다. 그래서 코로나 관련 민원 전화는 민원실 인력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감염병 대응팀이 따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문의 전화에 응답하는 일 외에도, 코로나 확진자 1명이 발생했을 때 기본적으로 조치해야 하는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확진자에게 양성 사실을 통보합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로 재택 치료 가능 여부에 따라 시설 치료자와 자가 치료자로 먼저 분류합니다. 혹시나 확진자가 위‧중증 반응을 보여 바로 병원이나 시설 격리가 필요한 경우엔 보건소 구급차를 보냅니다.

 

다음으로 기본 역학 조사를 실시합니다. 확진자가 최근 다녀온 장소를 우선 파악하고, 해당 장소에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통보합니다. 그리고 확진자의 기억, CCTV, 카드 사용 명세 등을 통해 밀접 접촉자를 빨리 파악하여 연락을 취해야 합니다. 그나마 확진자가 협조적이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경우라면 해당 업무가 수월하게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역학 조사를 몇 번이고 다시 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사람은 기본적으로 PCR 검사를 두 번 이상 받아야 하는데, 타인의 도움 없이 PCR 검사를 받기 어려운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이 없으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겠지만, 장애가 있거나 노인들 중 보호자가 없는 분들은 PCR 검사장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직접 방문해 PCR 검사를 진행하곤 합니다. 그런데 대놓고 방호복을 입고 방문하면 주위에 소문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부분을 배려하여 방호복을 따로 챙겨 갔다가 근처에서 최대한 노출을 피하며 환복하곤 합니다.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병에 걸리는 것이 본인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보니 생기는 어려움에 속이 상할 때가 많습니다.

 

자가 격리가 필요한 밀접 접촉자에게는 자가 격리 통지서와 함께 식품 세트와 체온계 세트, 마스크, 손 소독제, 소독 티슈 등을 전달해 드립니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해 드려야 합니다. 생각보다 앱 설치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도 많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설치를 해 드리다 보면 확진인지 아닌지 모르는 분들과 접촉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합니다. 저에겐 익숙한 일입니다만, 혹시나 확진자와 접촉했을 우려 때문에 가족이나 친척들과 만나는 일을 조심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근무 시간 내에 확진자로 의심되는 분이 PCR 검사를 진행하면, 최종 결과 확인을 위해 확진 의심자와 함께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속 검사가 아닌 일반 PCR 검사를 진행하면, 보건환경연구원이나 민간 수탁 업체로 해당 내용을 보내고 약 5시간 후에 결과를 통보받게 되는데, 밤늦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감염병 대응팀이 무기한 대기해야 합니다.

 

이렇듯 확진자 한 명이 발생했을 때 따라오는 업무량이 적지 않습니다. 그나마 제가 있는 곳이 확진자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집단 감염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코로나 시국 이후 교회발 집단 감염도 자주 있었는데,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런 소식들을 접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저와 같은 일을 하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감염병 대응팀은 조류 인플루엔자, C형 간염, 쯔쯔가무시병 등 다른 전염병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요즘엔 시국이 시국인지라 코로나를 중심으로 업무가 돌아가고 있지만, 언제 다른 전염병이 유행할지 모르므로 항상 긴장을 풀 수 없습니다.

 

한정된 인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코로나 상황에 대비해야 하다 보니 업무량이 넘칠 때도 많고, 민원인이 바라는 것처럼 신속하게 일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저와 함께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는 전국의 방역 요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시고,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준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스크를 잘 착용해 주시고,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곳곳에서 고생하는 방역 요원들이나 의료인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해 주세요.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긴 터널을 언젠가 꼭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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