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국토교통부가 2021년에 발표한 『2020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7-2021) 변경안”에 의해 2021년까지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을 42.0%까지 하기로 했지만, 2020년 현재 실제 보급률은 27.8%에 불과하다. 전국 시내버스 4대 중 1대만 휠체어 사용자도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내버스 외의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이용은 전혀 불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공항버스, 관광버스, 각종 셔틀버스도 휠체어 사용자는 이용이 전혀 불가능하다. (본문 중)
배융호(한국환경건축연구원 UD복지연구실 이사)
장애인의 권리 가운데 하나가 접근권(Rights to Access)이다. 접근권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건물에 접근하여 이용하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정보와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참여하며 동등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접근권이 가장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사회 활동에 참여할 권리 등 모든 권리를 누리려면 접근권이 전제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접근권은 크게 세 가지 권리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건물 등 시설물에 접근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이다. 다른 하나는 도로 및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이동권(Rights to Mobility)이며, 마지막 하나는 정보 접근권이다.
이동권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고 안전하게, 자유롭게, 그리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동등한 이용은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면 장애인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동권은 안전한 이동, 원하는 때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이동, 그리고 편리한 이동을 의미한다.
장애인 이동권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2001년부터 시작된 장애인이동권연대(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운동을 통해서이다. 2001년도 1월 22일, 수도권 도시철도 4호선 오이도역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수직형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 부부가 휠체어리프트의 추락으로 한 명은 사망하고 한 명은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수직형 휠체어리프트를 승강기 분류에 포함하지 않아 설계 기준, 검사 기준이 없어 발생한 사고였다. 이 사고로 장애인들은 그동안 억눌러 온 이동에 대한 자유를 외치며,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 개정,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 휠체어 사용자도 탈 수 있는 저상버스 도입 등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동권 운동을 통해 2005년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이 제정되었고, 교통약자법에 따라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 교통수단이 전국에 도입되었다. 그리고 2006년도 이후에 신축된 모든 철도 역사와 도시철도 역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
그러나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국토교통부가 2021년에 발표한 『2020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7-2021) 변경안”에 의해 2021년까지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을 42.0%까지 하기로 했지만, 2020년 현재 실제 보급률은 27.8%에 불과하다. 전국 시내버스 4대 중 1대만 휠체어 사용자도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내버스 외의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이용은 전혀 불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공항버스, 관광버스, 각종 셔틀버스도 휠체어 사용자는 이용이 전혀 불가능하다.
지하철 등 도시철도를 보면, 서울시의 경우 2015년에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통해 2022년까지 서울시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 등을 약속하였으나, 2021년 현재 서울시 지하철 22개 역사에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으며, 저상버스 도입율도 65.6%에 불과하다. 휠체어 사용자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위험하고 불편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만 한다.
미국, 일본, 대만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도 탈 수 있는 일반 택시를 도입하여 운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는 일반 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 다만, 휠체어리프트 또는 램프가 장착된 장애인 콜택시와 같은 특별 교통수단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 교통수단은 장애인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여 탑승할 때까지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24시간 운행이 아닌 오후 9시까지만 운행하는 등 시간 제약이 있고, 타지역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어 여전히 이용에 어려움이 크다.
이러한 이동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관련 법률을 검토하여 모든 여객 시설 및 모든 교통수단에 대한 장애인의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보행 환경을 정비하여 안전하게 만들고 연속 보행을 통해 목적지까지 이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보급률을 100%로 올려야 한다.
넷째, 고속버스와 같은 시외버스, 관광버스와 같은 전세버스 등 모든 버스에 대한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해외처럼 휠체어 사용자도 이용이 가능한 일반 택시를 도입하고 요금을 지원해야 한다.
여섯째, 특별 교통수단 차량을 증차하고, 즉시 신청과 예약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 항만 및 여객 터미널을 정비하여 선박 이용 부문의 이동권을 확대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장애인의 이동 환경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이동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노력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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