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닝아웃’, 즉, ‘가치 소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내가 구매하여 사용하는 물건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돈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면서 덧셈 뺄셈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물건이 판매되기까지 뒤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교육해야 할 때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옷을 살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 주고, 그래서 자연과 이웃의 삶이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옷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과 필요하다면 중고 시장에서 구입하거나 유기농 인증 옷을 구매하자고 말해 줄 수 있다. (본문 중)
이주은(알맹상점 대표)
‘기후 위기’라는 말이 이젠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2020년에 때아닌 장마가 52일 동안이나 지속되고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환경과 기후 위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환경 관련 키워드로 ‘제로웨이스트’ ‘미닝아웃’(가치 소비)1)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또한, 그 시기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가게들도 많이 늘어났다.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오프라인 가게이다. ‘종이와 플라스틱도 자연에서 나온 소중한 자원인데, 일회용품이라는 이름을 붙여 한번만 사용하고 버리는 것을 왜 당연하게 여겼을까?’ 이런 생각을 품었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알맹상점을 만들었다. 망원시장에서 ‘플라스틱 없이 장보기’ 캠페인을 하면서 만난 세 사람이 알맹상점을 운영한다. 우리는 환경 운동하는 사람들은 돈을 못 번다는 선입견도 깨뜨리고 싶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환경을 돌보는 일, 쓰레기 재활용 일도 재밌게 하면서 돈도 벌고 자급자족하며 잘 살아 보자는 목표로 일하면서, 외부 지원은 전혀 받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사실 기후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가진 문제에서 비롯한다. 인류는 자연에서 끊임없이 무료로 자원을 캐내어 소진하면서 그것으로 부를 축적해 왔다. 자본주의는 그런 과정을 가속화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자본주의 체제를 벗어나서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며 살고 싶지만 그렇게 살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살 수밖에 없는 현재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나는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인 ‘소비’를 바꿔 나가고, 소비를 통해 우리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 강력한 의미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알맹상점에서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제품을 제공하고, 플라스틱 케이스로 개별 포장을 하지 않고 물품만 가지고 갈 수 있게 하고, 용기를 들고 오면 리필할 수 있게 하며, 물건을 받아 올 때부터 일부러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사소한 손상이 있는 상품들도 받아 와서 판매한다. 또, 우리가 구매하는 물건이 생산될 때부터 소비되고 폐기될 때까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림으로써 시민들이 더 나은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때 소비 행위와 관련하여 ‘욜로’라는 말이 유행했다.2) 지금부터 돈을 모아도 집을 살 수도 없으니, 돈이 생기면 언제든 내가 좋아하는 곳으로 떠나고 좋아하는 물건을 사면서 현재를 즐기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던 것이다. 물론 나도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욜로족’이었다. ‘돈을 모아도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는데…’ 생각했고, 기후 위기 이야기에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라고 반응하며,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식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때는 ‘하나뿐인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살다가 죽는 거지 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기후 위기’, ‘환경 오염’이라는 용어는 자주 들었지만, 환경 단체나 환경부가 알아서 해 줄 일이며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큰 착각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숨 쉬는 공기, 내가 마시는 물, 내가 놀러 나가는 자연에 대해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자연은 지금도 끊임없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당하고 있고 오염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내가 마시고 먹는 문제에 왜 내가 전혀 관심이 없었을까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나라도 나서서 무언가 바꿔야겠다 결심하고는 집 앞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가서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남편과 줍고 다니고,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쓰레기 문제, 환경 문제, 소비에 관한 문제들을 알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지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제로웨이스트’와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기 전에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문구에 나의 마음도 설렜다. ‘미니멀’ 관련 유튜브, 블로그, 책들을 밤새 섭렵하며 집에 있던 물건 중 내게 어울리지도 않는 물건들, 왜 샀는지도 모르는 물건들, 1년 넘게 사용하지 않은 물건 등을 계속 비워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워 내기를 하면서 스스로 놀랐다. 내게 필요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산 물건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워 내고자 골라 놓은 멀쩡한 물건들을 막상 버리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정말 버려도 재활용이 되기는 하는 것일까? 인터넷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집안 가득 필요 없다고 느끼는 물건들을 버리려고 쌓아 두고 인증 샷을 날리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워 내고 버리는데 저 많은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우리 집에서도 필요 없어 버리려고 옷가지들을 한가득 내놓았는데, 그것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래서 폐의류에 대해서, 쓰레기에 관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장 쉽게 소비하는 것 중 하나가 옷이다. 옷 중에서 면 종류는 원료가 목화 재배를 통해 생산되는데, 목화는 병충해에 약한 식물이다. 그래서 해충을 잡기 위해 많은 양의 농약을 뿌리며 재배한다. 이 과정에서 목화를 재배, 채취, 가공하는 사람들이 농약에 노출되는데 이러한 농약 중독으로 매년 2만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그리고 유행을 선도하는 우리나라의 패스트 패션3) 산업 규모는 매우 커서, 유행이 지난 폐의류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규모가 미국, 영국, 독일 다음으로 세계 4위라고 한다. 의류 폐기물이 버려지는 나라는 파키스탄, 인도, 케냐, 앙골라 등이다. 이렇게 버려진 옷들은 사막과 초원에 버려지는데, 아프리카 가나의 초원에는 의류 폐기물이 매일 160톤씩 버려져 쌓인다고 한다. 칠레에서는 연간 3만 9천 톤의 의류 폐기물이 사막에 버려진다고 한다. 이 무게는 그랜드 피아노 8만 5천 대의 무게라고 하는데 상상이 안 될 정도다. 이렇게 버려진 의류 폐기물들은 대부분이 합성 섬유라서 생분해도 안 되고 매립지에도 보내지 못한다. 일부 섬유 쓰레기는 재가공하여 건축 자재 등으로 재활용하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합성 섬유로 된 의류 폐기물은 분해에 최소 200년이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 플라스틱은 공기 중으로 날리거나 식수로 스며든다.4)
이처럼, 내가 간단히 구매하는 옷도 생산 전부터 폐기 후까지 문제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소비로 이렇게 많은 환경 오염과 파괴가 일어나고 있음을 내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목화 재배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음을 알게 된 순간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후로 몇 개월 동안 쓰레기나 환경 문제에 대한 책들을 거의 미친 것처럼 찾아 읽었던 것 같다. 밤새 잠이 안와서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보면서 계속 한 숨만 내쉬었다.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가 사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적어도 나는 그것을 일으키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것이 나의 일이었구나’, ‘내가 문제였구나’ 깨닫게 된 것이다. 쓰레기 문제와 올바른 소비에 대한 정보와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가 더럽고 혐오스러우니 우리 집 근처에 쓰레기는 절대 안 돼’라고만 생각하면서 쓰레기 문제를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때는 이미 지나 버린 것 같다. 이제 쓰레기도 보살펴 줘야 하는 존재, 우리 집 앞에 깨끗하게 버려지고 재활용이 잘 되도록 지켜봐 줘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 인간은 특히 쓰레기 없이 살 수가 없고, 쓰레기를 항상 발생시키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 집 앞에서 쓰레기들이 치워진다고 쓰레기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쓰레기는 육지 곳곳에 포화 상태로 쌓여 있고, 바다에서는 물결에 떠밀려 돌아오고 있다. 여러 나라들이 이미 쓰레기를 처리하기 버거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나로부터 어떤 쓰레기들이 많이 나오는지를 살펴보고 줄여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많이 버려진다면, 어떻게 하면 그 양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작은 일이라도 시도하고 실천해 보아야 한다. 일회용 컵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면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일회용 컵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해 볼 수 있다. 휴지가 많이 버려진다면 나무를 아끼는 마음으로 손수건을 들고 다녀 보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을 낳으므로, 사용하는 물건들을 플라스틱이 아닌 제품으로 바꿔 소비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칫솔은 썩는데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럼 대나무 칫솔로 바꾸어 볼 수 있다. 수세미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오지 않을 천연 수세미로 바꿔 보는 것이다. 나의 주변을 돌아보며, 비교적 짧은 주기로 바꿔야 하는 물건을 하나둘씩 바꾸어 나가다보면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윤리적 소비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미닝아웃’, 즉, ‘가치 소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내가 구매하여 사용하는 물건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돈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면서 덧셈 뺄셈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물건이 판매되기까지 뒤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교육해야 할 때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옷을 살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 주고, 그래서 자연과 이웃의 삶이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옷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과 필요하다면 중고 시장에서 구입하거나 유기농 인증 옷을 구매하자고 말해 줄 수 있다.
물건뿐만 아니라 먹는 것을 소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음식의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에 대해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닭과 돼지, 소를 도축하는 과정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쌀 한 톨도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 농부들이 얼마나 수고하며 보살피는지 알아야 하고, 음식을 못 먹어서 죽는 전 세계 기아 어린이들의 현실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가끔 음식을 남길 때는 아까워하며 반성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남기지 말고 먹어라’ 아무리 말로 가르치더라도 실제로 음식의 소중함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료가 생산되는 과정,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또 직접 만들어 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을 것이다.
소비할 때는 진짜 필요한 물건인지를 생각해 보고, 그 물건의 재료, 생산 과정, 폐기 문제 등 여러 면에서 가치를 고려하며 소비해야만, 우리 모두의 삶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해진다. 그것을 위해 물건이나 음식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알아 보면, 보다 현명하고 신중하고 윤리적으로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다.
1) 정치적·사회적 신념과 같은 자신이 가진 의미(Meaning)를 소비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Coming out)하는 소비자 운동을 의미한다.
2) YOLO는 You Live Only Once를 줄인 말(편집자 주).
3) 유행 주기가 짧아서 빨리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되는 의류.
4) “[세계를 보다]썩는데 200년…개도국 뒤덮은 헌 옷 쓰레기”, <뉴스A>, 2021.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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