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교인들이 코로나 이후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해 근황을 궁금해하곤 합니다. 벌써 코로나가 발생한 지 3년이 넘었으니, 그 사이 아이들도 몰라보게 자랐습니다. 말도 잘 못 했고 기어 다니던 아이가 저와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뛰어다닙니다. 막내였다가 동생이 새로 태어나 이제 동생을 데리고 함께 예배를 드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분들이 궁금해하는 모습을 코로나 시대에도 계속 지켜볼 수 있는 점이, 교육부 사역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 아닐까 합니다. (본문 중)
이명진(기윤실 간사, 전도사)
저는 교인 수 약 100명 남짓한 교회에서 사역자로 일하며 교육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희 교회는 다른 교회에 비해 교인 연령층이 젊은 편이고, 아이들 수는 25명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부터 청소년기 학생들까지, 코로나 시기에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우리 친구들과 저희 교육부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2020년 초반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며 현장 예배가 중단되기 시작했을 때, 앞으로 교육부 모임을 어떻게 해야 막막하기만 했었습니다. 많은 교회가 그랬듯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반강제적으로 변화를 맞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 많은 사역자들도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교회일수록 지원받을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고, 어린 친구들이 온라인 환경에 더 익숙하지 않을 거라는 걱정에 상당히 오랜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교육부 부모님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기다려 준 덕분에 하나씩 온라인 예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본격적인 온라인 예배 진행을 앞두고, 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 여론을 파악해 보았습니다. 걱정했던 것처럼 부모님도 온라인 환경에 아이들이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지를 제일 염려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온라인으로라도 아이들끼리 얼굴 보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모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부서를 소수 인원으로 다시 나누고, 예배에 필요한 콘텐츠를 여기저기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숨은그림찾기, 스무고개, 각종 퀴즈 자료 등 PPT로 진행할 수 있는 놀이 자료를 구하거나 제작했고, 성경 이야기를 만화나 그림으로 쉽게 풀어 주는 시청각 자료들을 미리 준비했습니다. 당시 공교육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 시작할 때라 온라인 수업 진행 방식을 유튜브로 살펴보기도 하고, 다른 교회는 줌(zoom)으로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검색해 보며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예배를 시작하던 첫날.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던 방식이라 분위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더 긴장한 채로 화면 속 아이들을 맞이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많이 어색해했었는데,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긴장은 지금도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하니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찬양을 틀어주니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율동을 따라했는데, 그 모습에 제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유아부나 초등부 친구들 반응이 가장 좋았는데, 이제는 본인들이 그림을 그려 화면에 보여 주며 퀴즈를 내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마피아 게임도 하는 등, 나름대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한 친구가 종이접기 작품, 태권도 메달, 읽었던 책, 큐브 등 매주 본인이 자랑하고 싶은 물건을 가져와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도마뱀과 공룡 장난감 등을 가져와 이야기하는 바람에 줌 화면이 전시장이 된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한다고 들었는데, 아이들의 적응이 생각보다 빠름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초등부 친구들만 해도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 혼자서 줌의 여러 기능을 활용할 수 있고, 중등부 친구들과는 온라인으로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사이트를 발견해 일요일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배가 끝날 때면 항상 화면 캡처로 아이들 사진을 찍어 주는데, 그때마다 각자 개성 있는 표정을 지어 주는 아이들을 보며 또 다른 세계에 쉽게 적응하는 아이들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물론 온라인 환경은 현장 예배와 교제에 비해 제약이 많습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온라인 예배에 대한 집중 시간이 짧아서 유아부(4-6세) 친구들은 30분이 넘어가면 더 이상 예배를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또 인원수가 많아지면 아이들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소수 인원으로 예배를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간 우정을 만드는 관계 형성도 쉽지 않습니다. 온라인 환경에서 저와 아이들 간 소통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아이들은 주로 화면에서 저만 보고 있을 때가 많아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 듣는 것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이렇듯 서로 소통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눔 및 발언 비율이 편중되지 않도록 적절히 발언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친구들은 온라인에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얼굴을 보여 주기 싫어하곤 합니다. 가끔은 목소리도 내지 않고 채팅으로만 소통할 때가 있는데, 허공에 대고 혼자 예배드리는 쓸쓸함을 감당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함께 소통하며 예배를 드릴 수 있고, 잘 적응해 주며 함께 참아 주는 친구들에게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많은 교인들이 코로나 이후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해 근황을 궁금해하곤 합니다. 벌써 코로나가 발생한 지 3년이 넘었으니, 그 사이 아이들도 몰라보게 자랐습니다. 말도 잘 못 했고 기어 다니던 아이가 저와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뛰어다닙니다. 막내였다가 동생이 새로 태어나 이제 동생을 데리고 함께 예배를 드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분들이 궁금해하는 모습을 코로나 시대에도 계속 지켜볼 수 있는 점이, 교육부 사역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교회도 이제 다른 교회들처럼 정부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현장 예배 재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오미크론 확산세가 너무 심해 걱정입니다. 실제로 교육부 아이들 확진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는데, 우리 교회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도 늦었지만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에서 자유롭게 자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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