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중은 달랐다. 그들은 여전히 목숨 걸고 가두시위를 벌이고, 집을 떠나 난민 생활을 하면서도 끝끝내 군부에 협력하기를 거부했다. 누군가는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누군가는 현지 상황을 글과 영상으로 알리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를 든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옆 사람에게 산소통을 양보하기도 하고, 얼마 남지 않은 집안의 음식을 시위대를 위해 내놓기도 한다.  (본문 중)

김민아(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간사,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지난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도 일 년이 훌쩍 지났다.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 총선 결과에 불복하여 반란을 일으킨 후,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지도자 및 시민사회 인사 수십 명을 구금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수많은 미얀마 시민들이 불복종 시민운동을 전개하였고 지금까지도 적극적으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군부는 이러한 민중들의 열망을 잔혹하게 탄압하였다. 초기 비폭력적인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으며, 주변 민가로 피신하는 이들을 따라가 집에 거주하는 갓난아기까지 총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점차 군부에 저항하는 무장 세력이 커지자 민간인들을 체포하여 산 채로 불태워 죽이는 끔찍한 범죄도 저질렀다. 현재는 대량 살상 무기를 마을에 퍼붓고 전투기로 미사일을 쏘는 등 전쟁에 가까운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유엔은 현재까지 미얀마 군부에 의한 체포 및 구금이 12,500명 이상이고 민간인 살해는 최소 1,600명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국제 사회는 미얀마 쿠데타가 발발하자 사태를 주시하며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고 국제 인권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국제 원조를 삭감 혹은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미얀마 군부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지금까지도 국제 사회의 우려를 무시하고 더욱 잔혹하게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있다.

 

일부는 유엔 평화 유지군의 파병이 시급하다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외 군대의 파병이 자칫 미얀마 군부를 자극하여 내전으로 확전되고 국제 사회가 개입하는 대리전의 양상을 띠게 되면, 결국 상상할 수조차 없는 막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미얀마 민중에게 돌아갈 것이 우려된다. 더욱이, 칼에 칼로 맞서는 것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평화는 고정된 특정 국면이 아니라 모든 과정과 정신을 포괄하는 매 순간순간의 사건이다. 따라서 해외 군대의 투입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쿠데타가 발발하고 한 달 남짓 지난 후 한국의 개신교 단체들은 미얀마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민주화를 위한 미얀마 시민들의 열망을 지지하고 직접 지원하기 위한 모임을 결성하였다. 2021년 3월 18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독청년아카데미, (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인권센터의 주도로 100여 개의 교회 및 기관과 250여 명에 달하는 개인 회원으로 구성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기독교 행동’(이하 기독교 행동)이 출범하였다. 기독교 행동은 100여 개가 넘는 시민 단체들의 모임인 ‘미얀마지지시민모임’의 실무 단체로도 참여하며 한국에서의 미얀마 민주화 운동 연대를 위한 다방면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얀마 바간 ⓒpixabay

 

기독교 행동은 현재까지 약 6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모금하여 국제 기독교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로 보내 인도주의적 도움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2021년 3월 25일부터 현재까지 매주 목요일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미얀마 무관부 앞에서, 또는 온라인으로 ‘미얀마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을 위한 목요 기도회’를 이어 오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24일로 기도회는 53차를 맞았다. 그밖에 미얀마 역사 및 민주화 운동 현황 공부 모임, 성명서 발표,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고 있는 포스코 규탄 시위, 중국 대사관과 러시아 대사관 앞 1인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이 겪는 공포와 절망, 슬픔에 마음이 찢어지면서도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가끔은 무심하게, 가끔은 그들을 잊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처음에는 분노와 절망, 연민과 슬픔으로 들끓던 가슴도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무뎌지고 하루하루 포기하는 마음이 커져 간다. 고백하건대 가끔은 매주 목요일 기도회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것이 귀찮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얀마 민중은 달랐다. 그들은 여전히 목숨 걸고 가두시위를 벌이고, 집을 떠나 난민 생활을 하면서도 끝끝내 군부에 협력하기를 거부했다. 누군가는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누군가는 현지 상황을 글과 영상으로 알리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를 든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옆 사람에게 산소통을 양보하기도 하고, 얼마 남지 않은 집안의 음식을 시위대를 위해 내놓기도 한다. 멀리서 그깟 기도회 준비하고 시위 참여하는 것이 뭐 그리 힘들다고 징징댔는지,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한 생명이 전 우주의 무게보다 무겁다고 믿는다. 미얀마 시민들의 싸움과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인다면, 가슴 치며 주님께 호소하길 원한다면, 기독교 행동의 활동에 동참해 주길, 함께 기도해 주길 바란다. 2021년 2월에 멈춰 있는 미얀마의 봄을 되찾아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해 본다.

 

첫째,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최소 44만 명이 피난을 떠났고 약 1,400만 명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군부는 인도적 지원도 차단하고 있다. 코로나19까지 덮쳐 현지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지만, 군부는 병원을 비롯한 치료 시설을 장악하고 시민들에게 혜택을 나누어 주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산소통조차 구하기 힘들어 죽어 가고 있고, 관조차 구할 수 없어 버려진 집에는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치료 및 방역 지원, 난민에 대한 생필품 및 식량 지원, 구금자 및 피해자 가족을 위한 법무 지원 등을 위한 모금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둘째,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의 협력을 중단하기를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다. 군부는 현재 모든 정부 부처를 통제하고 본인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가스 판매 수익, 배당금, 세금 등의 모든 수입을 MOGE(미얀마석유가스공사)를 통해 유용하고 있다. 따라서 다국적 석유·가스 회사들이 가스전 사업에 따른 대금을 MOGE에 지급하는 것은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이들의 인권 침해를 묵인하며 권력 유지를 위한 자금을 조달해 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미얀마 시민들과 국제 사회는 군부로 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였고, 마침내 프랑스의 토털에너지와 미국의 쉐브론은 지난 1월 21일 가스전 철수를 결정하였으며, 유럽연합 역시 2월 21일 MOGE를 포함한 네 개의 기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의 포스코는 여전히 미얀마 군부와 사업 관계를 유지하며 군부를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의 협력을 끊고 가스전 사업 수익금이 미얀마 민중을 탄압하는 데 쓰이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매주 진행되는 미얀마 목요 기도회에 참여한다. 미얀마를 응원하고 잊지 않으려 하는 기독교인들이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기도회를 이어오고 있다. 개인으로, 교회로, 혹은 친구들 몇 명이서도 기도회 주관을 맡을 수 있다. 우리의 기도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기도회를 주관하고 그것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한다. 폭압자가 총칼을 들이밀며 무고한 생명들을 무참히 짓밟을 때 기도가 무슨 힘이 있나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감히 말하건대, 아무 실천도 하지 않고 기도만 하는 것은 위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모든 행동의 시작과 끝은 기도여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우리의 기도 속에서 하나님이 역사하실 것을 믿으며, 우리의 기도를 통해 미얀마 민중들이 힘을 얻을 것을 믿으며, 그 기도 속에서 우리가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음을,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이 증거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기도회 참여 방법: 페이스북 페이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기독교 행동’

모금 계좌: 신한은행 140-013-285120 (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문의: 김민아 hangiyeon19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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