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자인 나는 지난 2년을 지내 오면서 유튜브나 줌과 같은 새로운 매체의 활용이 새로운 사역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우들 중 잠시 집안 사정 때문에 지방에 이주한 이들도 교회를 옮기지 않고 예배와 소그룹 모임을 누릴 수 있었고, 이전과 같은 소속감을 지닐 수 있었다. 나는 스위스로 이민 간 형제를 위한 줌 모임을 만들었고, 태국으로 선교 나간 친구와 함께 하는 소설 읽기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본문 중)

이시종(목사, 더불어숲평화교회)

 

이번 주중에 교회 운영위원 중 한 명이 자신의 직장 상황을 이야기하며 코로나바이러스가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주일 예배를 지난주처럼 줌(Zoom)으로 드리자고 제안했다. 매일 40만 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시기인지라 이 제안에 누구도 이견을 표하지 않았고, 이번 주 예배도 다시 줌으로 드리게 된다. 지난주에는 방송팀 멤버가 확진되어, 지지난 주에는 설교자가 확진되어 줌으로 드렸다. 줌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예배를 드렸을까 반문해 보기도 한다.

 

4월이면 개척한 지 만 4년이 되는 우리 교회는 지난 2년간 서로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 채 지냈다. 초기 멤버들은 새로 시작하는 교회의 신선함과 따뜻함에 만족감을 누렸던 경험이 있지만, 그 이후로 2년간 우리는 드문 기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화면 너머로만 서로의 모습을 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지난 2년 동안에 새로 교회에 온 교우들 중 어떤 사람은 한 번도 교우들 전체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과연 우리가 교회로 형성되고 있는가 하는 의심과 불안감도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 상황이 이렇게 2년 이상 이어지리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코로나 상황이 빨리 종식되고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비대면 예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개월 특별한 대책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모임들을 시작했다. 본래 진행되던 소그룹 모임 외 다양한 줌 모임을 시작한 것이다. “여성들의 책 모임”, “성경신학 이야기 읽기 모임”, “새신자 책 모임”, “신앙-인문-사회 책 읽기 모임”, “메신저 공부 모임”, “환경 모임”, “온라인 사업 모임”, “영화 모임”, “하루에 딱 30분 이내로 운동하는 소모임” 등. 처음에는 주로 책 모임으로 온라인 모임을 시작했다가 다양한 주제 모임이 생겨나 꽤 풍성해졌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예상외의 역동이 우리 공동체에서 일어났다. 다양한 모임에 교인의 1/3 정도가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 교회는 주일 외에는 모임을 가지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시작한 교회였다. 그래서 대면으로 만나던 시기에는 주일 외 다른 모임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고, 교회 모임은 단조로웠다. 그러나 줌이라는 매체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후에는 온라인 모임의 장점을 체감하게 되었다. 대면 모임을 하려면 이동을 위해서만 한두 시간, 왕복 두세 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하지만, 줌으로 모이게 되니 집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모일 수 있었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놀라운 도구를 얻게 된 것이다. 책 모임의 역동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서로 익숙한 사람들이 소규모로 모임으로 하다 보니, 예열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나눔을 하게 되었고, 한 시간 정도면 웬만큼 이야기를 나눴다는 만족감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발적인 온라인 모임 외에 전체 교우들이 참여하는 소그룹 모임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소그룹 모임에는 대면으로는 자주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교우들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서로 익숙하지 않은 관계인지라 줌 모임을 통해 활발한 역동이 생기는 데는 한계가 많았다. 교우들과 대면하여 함께 예배드리고, 얼굴을 보고 숨결을 느끼며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때 쌓이는 경험에 비해 온라인 모임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만족도가 높지 못한 모임을 이끌어 가야 하는 소그룹 리더들이 조금씩 지쳐 갔다. 더 이상 모임을 지속하면 리더들이 소진될 것이 예견되었기에 운영위원회에서 3개월간 휴지기를 갖기로 결정하고, 올해 초부터 3개월간 소그룹 모임도 방학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역자인 나는 지난 2년을 지내 오면서 유튜브나 줌과 같은 새로운 매체의 활용이 새로운 사역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우들 중 잠시 집안 사정 때문에 지방에 이주한 이들도 교회를 옮기지 않고 예배와 소그룹 모임을 누릴 수 있었고, 이전과 같은 소속감을 지닐 수 있었다. 나는 스위스로 이민 간 형제를 위한 줌 모임을 만들었고, 태국으로 선교 나간 친구와 함께 하는 소설 읽기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영국과 미국에 있는 신학자들과도 정기적인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개의 책 모임을 통해 외부 사람들과 교제할 수도 있었다. 비대면 상황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줌으로 다양한 모임을 가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오랜 시간 대면하여 얼굴을 보고 밥을 먹고 놀며 친밀감을 쌓았던 사람들이다. 비대면 모임의 질은 대면으로 쌓아온 신뢰와 정의 질에 비례하는 것 같다. 그래서 비대면 모임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 기간에 교우들을 대면하여 보고 싶은 열망이 더 절절하게 일어난다.

 

앞으로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코로나가 사라진다고 해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와 함께 2년을 보내며 교우들은 새로운 리듬을 갖게 된 것 같다. 교회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모임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한계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운영위원회에서 올 한 해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 교회 그룹을 네 그룹으로 나눠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그룹으로 대면 예배에 참석하여 얼굴을 보고 교제하도록 한 것이다. 비록 감염 위험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격려하여 위축되고 관성화된 몸가짐을 털어내고 다시 한자리에 모이기로 했다. 이렇게 모여 예배하고 교제함으로써 대면으로 함께 모일 수 없을 때에도 서로를 그리워하며 사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님께서 우리의 몸부림에 은혜를 더해 주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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