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마른 불쏘시개, 바람(산소), 나무(화목)의 3박자가 갖추어진 환경에서 불티(Trigger)가 튕겨지면 발생한다. 야생에서 불을 피울 때와 꼭 같다. 건초를 불쏘시개로 놓고, 나무를 비비거나 부싯돌로 불씨를 만들고 후후 불어서 산소를 공급해 주면 불쏘시개에 불꽃이 인다. 그리고 불이 화목에 옮겨 붙으면 큰불이 된다. 대형 산불이 나는 이유도 동일하다. (본문 중)
이우기(인하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예전에는 TV에 홍수 뉴스가 자주 나왔다. 장마 후에는 늘 수재민 돕기 모금 방송이 있었고, 비라도 좀 오는 날이면 한강 다리의 위험 수위가 몇 미터나 남았는지를 전하는 뉴스에 조마조마해 하며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런 방송이 사라졌다. 우리나라에 해마다 찾아오던 홍수가 사라지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산에 나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무가 없던 시절에는 비가 대부분 지표면을 타고 흘러내려서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켰다.
나무는 키가 자라면서 동시에 뿌리도 깊어진다. 나무는 스스로 살려고 수원지를 찾아서 뿌리를 내리는데, 뿌리가 지층 여러 개를 뚫고 깊이 내려간다. 지표수만으로 경쟁했다면 나무들은 거의 말라 죽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비가 안 내리고 건조한 시기에도 꾸준히 공급되는 지하수 층을 찾아낸 나무들은 거목으로 성장하게 된다. 빗물은 이렇게 깊이 내려간 나무뿌리를 타고 지하 깊은 층까지 전달되어 저장되었다가 천천히 샘물, 하천, 강으로 들어가 강물의 수량을 조절한다. 물은 나무뿌리 덕분에 여러 지층을 통과하며 불순물이 걸러지고 땅속 미네랄이 녹아들어 풍부해지고 느리게 흐르며 동식물을 풍요롭게 한다. 이처럼 키 큰 나무와 울창한 삼림 덕분에 홍수와 갈수가 조절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육림은 세계 역사에 전무후무한 성공 사례이다. 울창해진 산림은 국가의 자산이며 국민 전체를 풍요롭게 한다. 숲은 생산력 높은 자원이며 동물은 물론 공기와 수질을 보호한다. 우리나라는 1967년부터 산림청 주도로 10년 치산녹화 사업을 3차례 수행해 왔고 나무를 베면 엄벌에 처했다. 그 기간에 100억 그루 넘는 나무를 심어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유례없는 조림 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이렇게 생겨난 숲과 나무가 재난의 원인이 되기 시작했다. 대형 산불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산불 때문에 풍요롭게 가꾸어 놓은 삼림과 온갖 자원이 하룻밤에 사라지고 있다. 세계적인 관리 지표이며 최근에는 고액으로 거래되기도 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 1년 치가 산불 한번으로 증발한다.
산불은 마른 불쏘시개, 바람(산소), 나무(화목)의 3박자가 갖추어진 환경에서 불티(Trigger)가 튕겨지면 발생한다. 야생에서 불을 피울 때와 꼭 같다. 건초를 불쏘시개로 놓고, 나무를 비비거나 부싯돌로 불씨를 만들고 후후 불어서 산소를 공급해 주면 불쏘시개에 불꽃이 인다. 그리고 불이 화목에 옮겨 붙으면 큰불이 된다. 대형 산불이 나는 이유도 동일하다. 겨울철에는 강우량이 적어 산이 건조하다. 우리 산에는 화목, 특히 소나무가 많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인 불쏘시개가 가득히 완비되어 있다. 어느 산이든 들어가 보면 불쏘시개가 지천이다. 그 어떤 작은 불씨라도 튀면 한순간에 대형 산불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산불이 이 정도 밖에 안 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미국의 옐로스톤 공원 사례를 들면서 산불이 나더라도 사람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옐로스톤 공원에서 큰 화재가 났을 때 인위적 개입으로 인해 나중에 생태계 문제가 악화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림은 자연적으로 생겨난 숲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숲이다. 식목일에 줄을 맞춰 심은 동종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나 이제는 인공 밀림을 이루게 되었으므로 인공적 관리가 필요하다.
‘양간지풍’이라는 해괴한 용어도 회자된다. 강원도 양양 간성지역에 봄철에 부는 강한 푄(Föhn) 바람이 산불의 원인이라는 말이다. 강한 바람은 산불의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수백 년 전 혹은 그 이전에도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대형 산불은 없었다. 우리 산에 대형 산불이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산불은 강원도에서만 나는 것도 아니며, 영남, 호남, 충청 지역에는 푄 바람도 없다. 원인을 잘못 짚으면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된다.
세계적 기후 온난화의 영향이라고 퉁치고 넘어가는 사람도 많다. 그러면 어쩌자는 것인가? 구체적 대안이 없이 퉁치면 산불은 대형화로 넘어간다. 오히려 온난화보다 더 큰 이유는 세계적인 연료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나무를 연료로 사용할 때에는 비교적 작은 나무들, 나뭇잎, 고사목 등을 선별해서 제거하는 자연스러운 간벌과 관리가 되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다수 국가들이 석탄, 전기, 가스로 난방하면서 나무를 방치하고 있다. 난방 문제는 실제로 한국 조림성공에 핵심 요소의 하나였다. 당시 국제기구의 식목 지원금 일부를 난방 연료 개선에 투입하겠다고 설득했던 지도자의 안목이 탁월했다. 혹독한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난방용 화목을 불가피하게 베어가던 상황을 정확히 짚고 연탄을 대대적으로 보급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살려낸 나무들이 이제는 산불의 원인으로 변했으니 다음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산불을 제대로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사고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식목 대신에 벌목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아프지만 베어야 할 때이다. 나무를 더 심을 빈 공간도 없다. 허허벌판 민둥산이 이제는 천지 가득 나무들로 채워졌다. 풍요로운 삼림이 만들어졌지만, 이제 그것을 현명하게 다스리는 관리 책임을 인식해야만 할 때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식목일 중심의 법 제도가 워낙 강경해서 벌목은 금기이다. 그러니 산이 작은 나무들, 관목, 수풀로 빽빽한 밀림이 되었지만 손댈 수가 없다. 마른 풀잎, 나뭇잎과 부러진 나뭇가지까지도 굴취·채취 금지 항목에 해당되어 건드리지 못한다. 결국은 이들이 거대한 불쏘시개인 바이오매스가 되었고 산불 발생의 핵심 요인이 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단기적으로는 불쏘시개와 불티를 관리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나무의 품종 개량이 필요하다.
우선 불티는 대개 담뱃불과 논두렁 태우기, 쓰레기 소각에서 발생하므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홍보가 필요하다. 사회적 책임 의식 캠페인과 아울러 입산자 신원 인식 및 차량 운전자 관리 등 종합적 IT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드물게는 낡은 변전기와 전선 위의 새 둥지, 낙뢰 등도 불티의 원인이 되므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는 사람의 과실에 의한 불티가 대부분이지만 미국은 자연 발화 불티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미국은 땅이 비옥해서 나무들이 잘 자라고 30-50m 이상 쭉쭉 올라간 나무 군락이 많다. 그런데 키가 큰 나무의 가지들이 서로 맞닿아 있는 상태에서 바람이 불면 가지들이 서로 비벼지면서 마찰에 의해 불꽃이 튄다. 이런 자연 발화를 미국 사람들은 하늘에서 불꽃이 튄다고 도깨비불이라고 한다. 한국의 나무들도 계속 키가 자라고 있기 때문에 얼마 후에는 미국처럼 나무끼리의 마찰로 불티가 튀는 도깨비불이 발생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나무의 성장 상황에 따라 지속가능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 산불 관리를 위해서 시급한 일은 임도를 만드는 일이다. 도로가 있어야 불티 관리와 나무 관리가 시작된다. 수치상 한국의 임도 밀도는 3.66m/ha이다. 삼림에 거의 손을 안 대는 미국(9.5m/ha)이나 캐나다(12.8m/ha)에 비해서도 열악한 수준이며, 험악한 산이 많은 일본도 임도 밀도가 13m/ha이고, 삼림 관리를 잘하는 독일은 46m/ha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최악이다. 완전히 숲 관리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산으로 진입하는 것 자체도 힘들고, 숲은 온갖 잡목과 각종 종자로 자라난 작은 나무들, 나뭇가지, 관솔, 나뭇잎, 풀잎의 정글이다. 간벌을 하고 바이오매스들을 치우려고 해도 그것을 손으로 끌고 나올 수준이 아니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러므로 트럭이나 특수 차량이 지나갈 수 있는 임도부터 갖추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독일처럼 중간 중간 초지를 조성해 사계절 잔디를 입히는 것은 연구가 필요하다. 왜냐면 한국은 단기간 폭우가 내리는 환경이기 때문에 과연 잔디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심층 연구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간벌이다. 중간중간 나무를 잘라 내서 숨 쉴 공간을 열어 주는 것이다. 예전 식목일에 잔뜩 심어 놓은 어린 나무들이 다들 잘 자라나서 지금은 밀생이 되었기 때문에 솎아 내야 한다. 과도한 밀생은 나무속을 썩게 하고 병충해를 부른다. 나무 종류마다 다르지만 나무들은 높이 대비 적절한 거리를 두어 솎아 주어야만 더욱 잘 자라고 이산화탄소 흡수율도 더 높일 수 있다. 나무가 더 자라면 또 잘라 주어야 한다. 이렇게 간벌을 하고 자른 나무를 끌고 내려오려면 임도가 필요하다. 자른 것을 내버려 두면 산이 화약고가 되므로 신속히 치울 수 있도록 임도가 있어야 한다. 산불이 나도 소방차와 장비가 접근하려면 도로가 필요하다. 동네 길마다 소방차 진입로를 확보하듯이 산에도 소방차 진입로를 만들어야 한다.
울진의 금강송 군락처럼 반드시 보호해야 할 삼림은 주변 나무를 미리 잘라내는 선제적 산불 관리를 할 필요도 있다. 이것도 일종의 임도를 만드는 것이다. 또 주위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여 특히 건조한 초봄에는 촉촉하게 물을 뿌려 주어야 한다. 사람 피부만큼은 아니라도 비용을 들여 관리를 해 주자.
한국은 법치 국가이므로 법령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산림 관련법들은 식목을 위해 만들어져 벌목을 처벌하고 있다. 500평방미터 이하는 신고하면 벌목을 허용해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으니 나무를 잘라도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그 규모로는 웬만한 산에 도로 한줄 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산주들의 육림계획을 무시하고 계속 벌목을 허용하지 않으면 미필적 고의로 내는 산불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산불 이후에 지목 변경 개발을 허용해주는 관행은 끔찍하다. 산주들이 정신병자를 자처하거나 전문 방화범 고용을 촉진하는 일이다. 태양열판 설치 후 임야의 용도 변경의 특혜를 준다는 졸속 시행령 때문에 나무를 남벌했던 사건이나, 이산화탄소 흡수율 이론을 쥐어짜는 땜질식 벌목이든 벌목 수요는 들끓고 있다. 나무들을 살리려면, 그리고 나무와 함께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이제는 법령을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 식목은 무지이고 악이며, 벌목은 지혜이며 선이다. 관련 법령들을 모두 반대 방향으로 손봐야할 시기가 왔다.
현재 법령하에서도 주위의 자연환경을 가꿀 수 있는 몇 가지 실천 팁을 제안한다. 첫째, 주변의 덤불이나 잡목을 잘라 주는 벌목을 해 주자. 작은 규모로 나무를 솎아 내는 것은 신고하지 않아도 범법 행위가 아니다. 둘째, 동네 나무들 밑동에 50cm 높이로 동그랗게 회칠 테두리를 해 주자. 땅 속에서 잠자던 벌레들이 나무에 기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벌레가 높이 기어 올라가서 다른 나무로 퍼져나가는 습성을 효과적으로 막는 병충해 방제법이다. 셋째, 주위의 작은 물웅덩이를 없애서 모기 번식을 방지하자. 아예 큰 연못을 만들고 모기 천적인 미꾸라지를 방생하는 것도 좋다. 하나님께서 자연을 잘 다스릴 책임을 우리에게 주셨으므로 교회가 먼저 나서서 이렇게 주변의 자연환경을 가꾸면서 자연 속에 들어갈 수 있고, 더 많은 야외 활동을 하고 더 자주 야외 예배를 드리게 되면 사람에게 나무가 얼마나 큰 선물인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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