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결과가 과거처럼 승자 독식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집권당을 지지하지 않은 51.44% 국민의 미래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던 정책이라도 국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정책이라면, 차기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국정 과제와 정부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윤실을 비롯한 기독시민단체연대는 대선 공약 제안을 작성, 주요 정당에 모두 전달했다. (본문 중)

신하영(기윤실 청년위원, 세명대학교 교양대학)

 

때마다 선거철이면 네거티브 공세다 흠집 내기다 하여 낯 뜨거운 폭로전이 줄을 잇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9일의 대선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도 혐오와 갈등이 가득했던 선거로 기억될 것 같다. 어떤 이들에게는 아직도 대선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승패에 관계없이 나라가 양분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만은 확실하다. 필자는 대선이 끝난 후에도 여전한, 아니 일견 더 거세진 것 같은 갈등과 분노의 이면에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선거 이후 펼쳐져 왔던 승자 독식의 구도에 우리가 익숙해진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싶다. 그래서 선거가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것이고, 이기기 위해서 어떤 짓이든 하는, 그야말로 ‘내일이 없는 것 같은’ 싸움판이 되어버렸다.

 

흔히들 싸움에 지면 결과에 승복한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대선이 싸움이라고 할지라도 유권자인 국민은 어느 후보에 투표했든지 결코 패배자가 아니다. 결과에 승복할 것은 낙선한 후보와 그 정당이며, 국민에게 이 선거의 결과는 승부의 결과가 아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의 여러 청사진들 중 하나의 청사진을 마주하게 된 것일 뿐이다. 어떤 후보를 지지했든 우리는 이제 당선인과 그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들을 ‘나의 미래와 나의 생활’로서 마주해야 한다. 대선의 승리가 특정 당과 당선인의 승자 독식이 되지 않으려면, 그리고 이 선거의 진짜 승리가 국민의 것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거의 결과가 과거처럼 승자 독식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집권당을 지지하지 않은 51.44% 국민의 미래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던 정책이라도 국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정책이라면, 차기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국정 과제와 정부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윤실을 비롯한 기독시민단체연대는 대선 공약 제안을 작성, 주요 정당에 모두 전달했다. 어떤 정당이 집권당이 되든지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선이 끝난 이 시점에서 당시 제안한 정책을 되돌아보는 것은 승자 독식을 넘어 상생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의미 있는 작업이 되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기윤실 청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지난 2021년 연말에 대선공약연대에 참여한 기윤실의 분야별 정책 제안서 중 ‘청년 정책’ 부분의 집필을 맡았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소수자와 젠더 이슈를 중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필자의 평소 고민을 어떻게 차기 정부가 추진했으면 하는 청년 정책의 공약 제안에 녹여낼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우선 기존의 청년 문제를 ‘일자리와 주거’ 문제로 축소해 버리는 경제 지상주의 관점을 경계했다.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청년 정책은 특정 이해 집단을 대상으로 혜택을 나눠 주는 정책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필자는 ‘미래 설계’, ‘한반도 평화’, ‘지속 가능한 지구’의 세 영역에서 청년 정책을 제안하였다. 먼저 ‘미래 설계’는 청년들이 도전하고 실패하며 탐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는 청년들의 도전을 위한 시간과 노력을 ‘비용’으로 취급해 버린다. 그동안 청년을 위한 권리는 단순히 ‘고용될 수 있는 권리’, ‘일할 수 있는 권리’로 대표되어 왔으나, 평생 학습 시대와 고령화 사회에서 청년 시기는 오히려 탐색과 실패의 시기로 주어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청년에게 사회권으로서 진로 탐색의 기간과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서, 생활 안정 청년 기본소득, 비진학 취업 청년을 위한 고용 장려금 확대 등을 주장하였다.

 

다음으로는, 한반도 평화 컨센서스 구축에 청년 세대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미래 세대의 주체성 회복을 제안하였다. 지금 한국 사회가 경험하는 가치관의 혼란, 극단적 보신주의, 가족 이기주의와 물신주의에는 한반도 분단 체제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한반도 평화 시대는 반드시 와야 할 미래이고, 그 새로운 한반도에 살아가게 될 세대는 청년과 현재의 아동 청소년 같은 미래 세대이다. 하지만 여전히 북핵 문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와 통일 관련 의사 결정에서 미래 세대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있다. 통일은 미래 세대의 삶의 문제이고, 생활 밀착형 과제다. 하지만 그간 대북·통일 정책이 정치와 외교 관련 이슈로 거시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짐에 따라, 미래 세대 시민으로서 청년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공론장과 행정·재정적 자원이 부족했다. 따라서 향후에는 대북·통일 정책을 위한 예산 투자 계획, 남북한 문화 교류 등에 청년 세대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통일 정책과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방안 모색과 이후의 한반도 생활인의 삶의 모습에 대한 탐구에 청년 세대를 적극 참여시키고, 남북한 청년 세대 교류를 활성화하여 통일 이후 문화적 충격, 이질감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일 전 인적 교류와 이주 정책을 활발하게 펼쳐 평화 공존을 위한 초석을 깔았던 동독-서독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남북한 공식 대화 채널에 판문점 청년 의석 회의, 남북한 청년 교류 사절단 등 청년의 별도 교류를 확대해서 외교 안보가 아닌 평화와 생활의 감각을 공유하는 대화의 장을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청년 세대가 살아갈 터전으로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가 인류에게 어떤 재앙으로 돌아오는지를 보여주었다. 이제 20·30 세대의 절반은 환경 문제에 민감한 ‘에코워리어’(eco-warrior)로 분류된다. 청년들은 플라스틱 쓰레기 사용을 줄이려고 자발적인 캠페인에 참여하고, 텀블러를 소지하는 등 다양한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제 청년들에게 환경 문제는 ‘하면 좋은 가치 있는 것’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 팬데믹을 불러올 수 있는 생존의 문제’로 여겨지고 있고, 그 심각성과 시급성이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 이 움직임이 상향식으로 전달되어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차기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이행 보고 및 계획 발표 시 청년 세대의 의사 결정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관련 청년 세대 공청회를 개최할 수 있다. 이들의 관심과 위기의식을 개인들의 불안으로 취급하지 않고 청년 정치 의제로 적극 채택하게 된다면, 환경과 생태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아 청년 세대가 정치 영역에 폭넓게 참여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대선 기간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폭력과 부패, 갈등에 수없이 노출되는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집권당의 승자독식이라면 그 얼마나 억울할까. 이 대선의 결과가 집권당의 승자독식으로 끝나지 않고 상생과 공존의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정의로운 사회를 기대하며 바라는 바를 꾸준히 차기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글에서 청년 정책으로 제안된 작은 실천들, 그리고 커다란 제도의 개선과 장기적 인식 개선 방안들이 집권당의 당리당략을 초월해 채택되고, 조금씩이나마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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