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와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넘어서기 위해 우리에겐 생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소수의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토론이 필요하다. 당면한 위기를 생태적으로 극복하는 전환을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의 합의와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본문 중)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국장)

 

윤석열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의 당선을 축하하고, 막중한 직책에 걸맞게 신중함으로 국정을 운영해 주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더하여 결국 시민을 위한 정부로서의 지향, 특히나 자신을 지지하지는 않았더라도 함께 한 시대를 살아갈 수많은 이들 모두를 위해 복무해 주기를 바란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5년을 기후 위기 활동가들은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이 기간이 위기를 막아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전 지구적으로 ‘대전환’이라고 할 만큼 막대한 변화를 기획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산업 구조의 개편은 물론이고, 에너지 생산 수단의 전환, 교통 체계와 이동 수단의 변화, 농축산과 어업, 운송까지 화석 연료에 기반하여 탄소를 배출해 오던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5년이 결코 허송세월해서는 안 될 기간이다.

 

윤석열 당선자와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세계는 이전의 세계와 다르다. 10년 전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나 5년 전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이미 변화한 시대에서는 합리성을 상실했다. 그곳으로 회귀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도 되지 못할뿐더러 비용과 시간의 낭비가 될 것이다. 우리에겐 실패를 교훈 삼아 되돌아갈 시간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 아울러 IPCC 6차 보고서 2 실무 그룹 보고서의 전망이 맞는다면, 그 실패는 참혹한 현실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저변이 무너지고 생존의 기반조차 망가져 버릴 것이다. 지금은 실수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핵발전을 기후 위기의 해결책으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가 아직 초안 마련 과정에 있고, 그 안에 생태·환경 의제가 어떤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작성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에 기반하여 추측해 보면, 기후 위기의 해결책으로서 핵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바탕으로 화석 연료 발전소의 개수를 줄여 가겠다는 것이 골자가 될 것 같다. 건설에 가장 가까웠던 울진(신한울 3, 4호기)을 비롯해 삼척과 영덕에 새로운 핵발전소를 건설하려 할 것이고, 이에 더해 소형 모듈 원자로 건설을 계획할 것이다. 관련하여 삼척과 영덕은 물론이고, 인수위에 함께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의 한마디로 소형 모듈 원전의 예정 부지로 급부상한 충남의 석탄 화력 발전소 지역들에서는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저항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100가지 해결책을 담고 있다고 말하는 책, 『플랜 드로다운』은 핵발전을 기후 위기의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소개한다. 그러나 일단 사용 후 핵연료를 비롯한 핵폐기물로 인한 오염과 처리 비용으로 인한 발전 단가 증가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단다. 사실상 이런 조건은 충족하기 힘들기에, 『플랜 드로다운』의 편집자인 폴 호컨은 핵발전을 일컬어 ‘후회막심한 해결책’이라고 말한다.1) 그리고 핵발전소 확대를 통한 기후 위기 극복은 국내 상황에도 맞지 않다. 심지어 국내 석탄 화력 발전소 57기를 일부 재생 에너지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핵발전소 숫자가 최소 지금의 두 배는 되어야 석탄 화력 발전소를 중단할 수 있다. 결국 어디에 입지를 두고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의 문제가 또 발생한다. 입지 선정부터 건설까지 걸릴 시간과 절차를 생각하면 결국 골든타임을 고려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보기 힘들다.

 

 

개발 사업은 지역 불균형과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한다

 

윤석열 당선자는 핵발전뿐 아니라 4대강 재자연화를 백지화하고 공항과 케이블카를 비롯한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런 정책들은 기후 위기 상황을 가속화할 정책이다. 게다가 태반의 개발 사업은 모든 생명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을 빼앗아 일부 개발업자들에게 넘기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경우 공익의 사유화를 넘어 공익이 침해당하고 훼손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생태계의 돌이킬 수 없는 파괴나 심각한 오염 피해가 그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모두가 함께 겪게 된다. 이 일을 그저 ‘환경 파괴’, ‘환경 오염’이라 부르지만 실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일종의 범죄 행위다.

 

인간 사이에서 동의가 이루어진 사업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생태계의 지속성을 어떻게 훼손하게 될지를 정확하게 따져 물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개발 이익을 독점할 이들은 개발을 하면 지역에 관광객이 몰려와 마을 강아지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풍족한 마을이 될 것인 양 주민들을 속인다. 그러나 오히려 관광객에 종속되어 자생력이 사라진 시골 마을만큼 취약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 주지는 않는다. 지역의 일부 상권과 노동자들에게는 작은 수혜를 제공하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개발 이익은 결국 서울의 본사로 향한다. 지역의 자연을 수탈하여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일종의 수탈 경제에 불과하다.

 

생태 민주주의의 큰 걸음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와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넘어서기 위해 우리에겐 생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소수의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토론이 필요하다. 당면한 위기를 생태적으로 극복하는 전환을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의 합의와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만이 아니라 생태 문제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생태계 모든 구성원들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까지 포함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대선을 앞두고 ‘100대 공약 제안을 위한 기독시민단체연대’(대선공약기독연대)에서 여러 분야의 공약 제안을 담은 책을 대선 후보들에게 보냈다.2) 물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도 도착했을 것이다. 공약집의 생태·환경 분야 공약을 채워 넣으면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생태 민주주의’의 상상들을 담았다. 굳이 이름도 낯선 생태 민주주의의 상상력을 동원한 이유는 그것이 바로 교회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성서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분의 충만함입니다”(엡 1:23, 새번역)라고 말한다. 교회는 존재 자체로 더불어 사는 세상의 모두를 충만하게 만드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생태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한 민주주의는 그래서 교회의 사명 가운데 하나와 다르지 않다. 호주 산불로 죽어간 캥거루와 코알라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의 목소리가 대변되고, 공항을 만들면 삶터를 빼앗길 수라갯벌의 흰발농게와 백합, 그리고 그곳에 머물러 쉬어 가는 철새들의 삶까지 돌보며, 난개발과 핵발전소로 눈물짓는 지역 주민들이 없도록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민주주의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생태 민주주의다.

 

윤석열 당선자가 내건 공약 그대로 핵발전소를 짓고,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량을 조정하여 유예하고, 개발을 통해 기후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단순히 공약을 지키는 것에만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아니, 생존이 가능한 지속 가능한 삶으로 이끌어 갈 생태 민주주의에 입각한 정책들을 수립하고 실현해 주길 바란다.

 


1) 폴 호컨 엮음, 이현수 옮김, 『플랜 드로다운』(글항아리사이언스, 2019), 83쪽.

2) 대선공약기독연대,  20대 대선 100대 공약 제안서(2021.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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