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상임대표 정병오입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인사드리는 것은 처음입니다. 오늘은 한가지 특별한 요청 사항이 있어서 편지를 드립니다. 기윤실의 정기 후원자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인데요. 그동안, 기윤실이 정기 후원할 만한 가치있는 활동을 하고 있던가,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이 편지가 그 질문에 답이 될 것입니다. 5분만 시간을 내어 아래 저의 편지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기윤실 상임대표 정병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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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상임공동대표 정병오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나라 안팎의 여러 문제로 힘겨운 시절이지만, 선생님께 주님의 이름으로 평안의 인사를 드립니다. 보통은 공동대표단의 이름으로 소식을 전했는데, 오늘 드릴 말씀의 성격상 제 개인의 이름으로 찾아뵙는 것이 나을 듯 해서, 다른 공동대표들께 양해를 얻고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오늘의 용건은 저희 기관이 선생님께 한가지 요청 드릴 일이 있어서 입니다. 저희 기관이 여러 사역을 펼치며 준비하는 데에 선생님께서 정기 후원자로 이 사역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하는 내용인데요. 5분만 시간을 내서 저와 기윤실의 이야기를 들어 주실 수 있을까요?

선생님께서 잘 아시다시피 기윤실이 시작된 1987년은 한국 사회가 군부독재에서 민주화로 넘어가는 혼란과 어려움을 겪던 때였습니다. 동시에 한국교회가 양적 성장의 정점을 달리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성장의 열매를 교회당과 기도원 건축 등 교회 내부로 소진하고, 믿음의 행실을 통해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는 무관심했습니다. 당시 청년들은 이토록 정의가 사라지고 약자들이 고통당하는 현실에 대해 아무런 해답을 주지 못하는 복음과 교회를 바라보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때에, 손봉호, 이만열, 김인수, 장기려, 강영안 등 복음주의 평신도 지도자들은 그리스도인이 먼저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고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기윤실은 지난 35년 동안 한국 교회와 사회를 향해 외침과 실천을 이어왔고, 그에 따른 변화와 성과는 수없이 많습니다. <스포츠신문 음란물과 싸워 이를 근절시킨 일>은 시민운동이 언론과 싸워 이겼던 유일무이한 사건으로 기록되었고, 각종 선거 때마다 불법과 부정을 일삼던 악습을 끊고자 했던 <공명선거운동>은 시민들의 의식 변화와 감시 확산으로 법제화를 통해 선거 문화를 바꾼 모범 사례였습니다. <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을 반대>하며 가장 먼저 문제제기하여 지금까지 싸우고 있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금권선거와 이단 옹호 등으로 그 기능을 상실했을 때 <한기총 해체운동>을 펼쳐 많은 교회와 기관이 탈퇴하도록 하여 그 힘을 무력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 <작은 차 타기 운동> 등은 물질주의 풍토를 거스르고 절제와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되도록 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미쳤고, 현재의 <자발적불편운동>으로 이웃과 환경을 돌보고 생명력있게 하는 일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윤실 내에서 시작된 여러 <분과 모임>과 <기독 전문인 운동>을 건강하게 독립시켰습니다. 대표적으로 좋은교사운동, 기독법률가회, 교회개혁실천연대, 놀이미디어센터, 크리스천라이프센터 등이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입니다.

저는 기윤실이 시작할 무렵 대학교 4학년 학생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친구들이 군부독재에 저항하다 감옥에 가기도 하고 가난하고 압제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놓기도 하고, 심지어 분신 자살을 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정의감에 근거해 이렇게 헌신된 삶을 사는데,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자녀 된 자로서 이 세상의 불의와 고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는 저와 교회의 모습에 심히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 한 믿음의 선배들이 기윤실로 모여, 성도와 교회들이 복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이 세상 가운데 사랑과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길을 열어주었기에 저도 그 길을 따라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통치를 실현하고자 몸부림치는 삶을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1987년 기윤실의 창립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고 기윤실이 제시하는 운동들에 함께 하던 저는, 1992년부터는 <기윤실 교사모임>을 통해 학교 교실과 학생들 가운데서 ‘기독 교사’로서의 삶을 고민하고 실천해왔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좋은교사운동>이라는 기독 교사들의 연합모임으로 확장되면서 <좋은교사운동>의 임원과 대표로서 교육을 바꾸는 일에 한동안 집중하며 헌신했습니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다시 기윤실로의 부르심을 받아 상임집행위원으로 의사결정에 참여를 하다가, 2017년부터는 기윤실의 공동대표 겸 상임집행위원장 직무를 수행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기윤실의 전통과 위상을 생각할 때, 기윤실 대표는 제게 버거운 자리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책임을 맡은 것은 30년 전 믿음의 선배들이 시작한 이 소중한 운동이 현재에도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과, 그리고 이제는 우리 세대가 이 운동의 책임을 맡아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대표가 된 뒤 기윤실의 조직과 살림살이를 보다 세세하게 살펴보니 기윤실은 마치 ‘종갓집’ 같았습니다. 오랜 세월 가문의 전통을 지켜오며 내외부로부터의 신뢰의 자산은 가지고 있지만 실제 곳간은 넉넉하지 않은, 기품있는 기와집의 풍채는 있지만 오래되고 낡아 수리해야 할 곳이 많고 젊은이들이 살기에는 불편함이 많은 집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표 사역 초기부터, 변화된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에 따라 운동을 발굴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해 조직을 새롭게 하는 일을 했습니다. 상임집행위원회와 사무국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각 운동본부별 역량을 강화하는 일에 집중해 왔습니다. 종가집의 마루와 기둥, 일꾼을 새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5년이 지난 지금, 4개의 운동본부와 2개의 부설기구에서 30-50대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들이 기윤실과 자신의 소명을 따라 이 시대 교회와 사회에 필요한 일들을 발굴하고 연구하며 자발적이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으로 변모되었습니다.

 

이렇게 조직의 역량을 강화한 결과, 여러가지 의미있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2018년에 시작한 웹진 <좋은나무>는 교회가 사회의 변화와 필요를 따라가지 못할 뿐 아니라 이념과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세상의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기독 전문가들의 팩트체크와 건강한 관점을 담은 글을 정리하여 주 3회 SNS로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들과 다양하고 복잡한 시대 상황을 어떻게 분별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카카오채널 구독자가 3천 명을 넘어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 <청년센터WAY>의 사역도 기독 청년들과 청년 사역자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학자금 대출, 고금리 대출, 소득 불안정으로 재정적 악순환에 있는 청년들에게 재무상담과 희망지원금을 통해 빚으로부터 벗어나 자립하도록 지원하는 <청년재무상담소>를 통해 지난 5년간 120여명의 청년이 부채로부터 벗어나고 건강한 재무관리 습관을 형성하게 되었으며, 관계와 정서적 어려움으로 위축되고 고립된 청년들을 돕는 <청년상담센터 위드>를 통해 지난 2년 간 100여명이 청년들이 마음건강을 회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청년 사역은 소문이 퍼지면서 청년 수요가 늘고 있어 교회/청년부와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 금권과 교권을 총동원하여 담임목사직 세습을 강행하려는 명성교회에 맞서 지속적인 싸움을 주도해왔습니다. 그래서 교단 총회는 물론이고 법원에서도 담임 목사직 세습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비록 명성교회가 이 모든 판결을 무시하고 있지만, 교회의 잘못된 모습에 대해 선지자적 목소리를 발하고 교회를 깨우는 역할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재해 등의 문제가 생길 때, 우리 기독 시민들은 해당 지역 시민들을 위한 긴급 구호의 필요를 보면서, 어디를 통해야 내 후원금이 믿을만하게 집행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많은 분들이 기윤실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2017년 북한 수해 지원에 800여만원, 2020년 대구경북지역 코로나 피해 지원에 1억2천여만원, 2021년 미얀마 민주화운동 사상사 지원에 2억1천여만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지원에 1억8백여만원의 금액이 모금되었고, 기윤실이 협력하는 기관들을 통해 지원한 뒤 상세 내역을 공개하며 기도요청도 드린바 있습니다. 그만큼 기윤실이 세계적 재난을 돕는 창구 기관으로서 신뢰를 얻고 있으며, 그 신뢰를 바탕으로 기도와 지원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역할을 감당해왔습니다.

 

이와 같은 일들에 더해, 앞으로 저희들이 품고 있는 앞으로의 과제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일반 사회로부터는 물론이고 교회 내 청년 세대들에게도 외면당하고 있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기윤실은 향후 몇 년간 <한국교회 신뢰 회복>과 <청년 리더십 양성>을 위해 다음 몇 가지 사역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 첫째, 한국 교회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형교회들의 건강한 생존과 사역의 방안을 제시하고, 불법과 편법을 행하는 교회들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 둘째, 기독 청년들이 세상 가운데서 부딪히는 신앙적 고민들을 공유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운동을 스스로 펼쳐가는 장을 열어줌으로써 도전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

▲ 셋째,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기윤실이 오랫동안 실천해왔던 자발적불편운동을 통해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기후정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 넷째, 양극화가 갈수록 분화되고 심화되는 가운데 법적,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 제도적 개선방안과 교회가 함께 할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겠습니다.

▲ 다섯째, 이념이 복음을 삼키고 있는 교계의 흐름을 끊고 건강하고 깊이 있는 분별의 신앙을 가진 교회와 기독시민의 모습을 제시하고 견인하겠습니다.

이렇게 위기에 처한 한국 교회의 미래를 대비하는 운동을 펼쳐가려고 하니 가장 걸리는 것이 인력과 재정의 부족입니다. 감사하게도 지금 기윤실에는 각 분야의 운동을 담당할 자원활동 전문가 집단은 확보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기윤실의 사역을 통해 한국 교회에 기여하는 자리에 있는 것을 기뻐하며 열매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운동의 또 하나의 축인 상근 활동가는 4.5명(풀타임 3명, 파트타임 2명)에 불과합니다. 기존의 사역을 감당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지요. 많은 분들이 4.5명의 상근 활동가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이 많은 사역을 감당해 왔느냐며 놀라기도 하고, 35년이나 된 기윤실의 재정이 4.5명의 상근 활동가를 둘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며 의문을 표하기도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기윤실은 지금까지 10여 개의 기독전문인단체와 기독시민운동들을 독립시켰습니다. 이들 단체 중 일부는 기윤실보다 더 큰 조직으로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부모가 혼신을 다해 자녀를 길러 독립시키듯 기윤실이 여러 운동과 회원들을 독립시키면서 한국 교회와 시민 운동에는 기여했지만, 기윤실 자체의 재정과 인력 면에서는 약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윤실 초창기부터 재정적으로 헌신해주신 분들 가운데에는 은퇴 세대가 되면서 자연히 후원을 중단하게 된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2022년 4월 현재, 기윤실의 정기 후원자는 550여명이고, 정기 후원 교회는 60여 곳입니다. 하는 사역들에 비해서 후원자와 재정 규모는 미미합니다. 기윤실의 재정 상황과 사역의 비전을 생각할 때 정기 후원자 450명을 더 모집해서 월 1,000만원의 재정을 확보하고, 후원교회 40곳을 더 모집해 월 1,000만원을 더 확보하는 것이 저희들의 목표입니다.

주변에서 “필요한 곳이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기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윤실에 후원하는 것은 왠지 좀 망설여진다.” 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기윤실이 기독 시민들의 기대와 요청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현실에 송구함을 느꼈습니다.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십시오’ 라고 요청하지 못한 것도 어찌보면 저희들의 그런 자의식도 한몫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 지금의 기윤실은 과거와 다릅니다. 방향을 새롭게 정립했고, 안정감을 갖추었고, 청년 기윤실로 거듭나며,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위해 저희들만이 감당할 몫을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들은 이 시대의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하나님의 도구로 저희들을 드리기 위해 마음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음 번 편지를 통해서 제 상황을 좀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저 역시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이 운동을 섬기고자 분투하고 있습니다.

35년 전 기윤실을 처음 시작했던 믿음의 선배들은, 기윤실이 필요 없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하며 전력을 다해 헌신해왔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재 한국교회는, 기윤실을 여전히 더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선생님, 기윤실을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후원자로 동참해 주십시오.

1~2년이 지나서, “후원하길 참으로 잘했다”라고 생각하실 만큼 소중한 결실을 맺어 선생님께 선물로 드릴 날이 꼭 올 것입니다. 지금껏 저와 몇몇 사람들이 져왔던 그 책임과 헌신을 선생님께서도 함께 나누어 감당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요청드립니다. 제 편지를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및 상임집행위원장 정병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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