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우리나라에서 도대체 무슨 새를 보냐고 묻는 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탐조가 궁금하기는 한데, 주변에서 비둘기와 까치와 참새 말고는 다른 새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탐조인들이 부러워할 만큼 다양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본문 중)
여호수아(녹색기술센터 관리원)
쌍안경이나 카메라를 들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곳을 응시하는 사람을 마주쳤다면, 당신은 높은 확률로 탐조인(birder)을 만났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탐조(birdwatching)란 새의 생태를 관찰하는 활동으로, 소수의 전문적인 연구 활동 외에는 일반적으로 취미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새와 교감하는 이 특별한 취미는 미국에서만 4,500만 명이 즐길 정도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최근 미디어의 발달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탐조 인구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탐조 저변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그렇다면 탐조의 매력은 대체 무엇이고 왜 하는 것일까? 나는 탐조의 매력이 무엇보다 새들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조용한 숲이나 습지에서 야생의 새들을 마주치는 순간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복음주의의 거장이자 열정적인 탐조인이었던 존 스토트 목사는 새들을 마주치는 순간을 묘사하면서 ‘매료된다’(fascinated)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나는 이 표현이 탐조의 매력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새들을 직접 만나보면, 탐조의 매력을 굳이 설명을 듣거나 이해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탐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겐, 직접 탐조를 경험해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종종 우리나라에서 도대체 무슨 새를 보냐고 묻는 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탐조가 궁금하기는 한데, 주변에서 비둘기와 까치와 참새 말고는 다른 새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탐조인들이 부러워할 만큼 다양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새들은 한곳에 정주하는 텃새와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로 구분되는데, 철새들은 아무렇게나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남반구와 북반구를 잇는 마치 고속도로처럼 뻗어있는 9개의 하늘길을 이용한다. 우리나라는 시베리아와 동남아시아, 호주를 잇는 동아시아-대양주 하늘길의 중간에 있어서, 철새들이 꼭 거치게 되는 기착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매년 2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찾아오는 철새 도래지가 17곳이나 있고, 계절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새들을 관찰하기 위해 꼭 멀리까지 찾아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당장 도심의 하천이나, 공원에도 생각보다 다양한 새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서울을 예로 들면, 고목들이 많은 창경궁과 남산에서는 다양한 산새들을 만날 수 있고, 중랑천 등 한강 변에서는 다양한 물새들과 맹금류들을 관찰할 수 있다. 물론 새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철새 도래지를 찾아가면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새들을 관찰할 수 있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탐조 활동이 가능하다.
본격적으로 탐조를 나가기 전에 미리 숙지해야 할 유의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너무 화려한 의상은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같은 이유로 최대한 조용히 탐조 활동을 해야 하고, 새들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멸종 위기종을 목격하거나 새들의 번식 장소를 발견하게 되면, 위치를 공유하지 않는 게 좋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둥지를 헤집거나 새들을 못살게 구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부터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당연히 쓰레기를 버리거나, 새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기본적으로 새들의 이름을 알기 위한 도감과 쌍안경 정도는 갖추고 있으면 새들을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탐조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 카메라로 새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거나 필드스코프를 통해 새들을 더 확대해서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무리해서 장비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지인들에게 탐조 여행을 떠날 때 꼭 쓰레기봉투를 하나 챙겨가서 탐조지의 쓰레기를 주우면서 새들을 관찰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하면 탐조가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들과 함께 공존하는 활동이 되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탐조하기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으므로, 앞으로 탐조 문화도 점차 대중화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새들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다. 새들의 사망 원인 1순위, 2순위인 길고양이와 유리창 충돌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기후 위기와 개발로 인한 철새들의 서식지 파괴는 새들의 생존을 가장 강력하고 확실하게 위협하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일제히, 마지막으로 남은 도요새의 보금자리 중 하나인 화성습지를 현재 수원에 있는 군 공항 이전지 및 경기남부공항 부지로 사용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화성습지가 철새들의 이동 경로에서 중요한 먹이 공급원이자 휴식처라는 부분은 애써 무시되고, 새만금이 매립되고 영종도가 개발될 때처럼 정치·경제적 논리만 또다시 공허하게 살아남는 모양새이다.
그런 측면에서 탐조 문화의 확산은 새들을 계속 생존하게 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새들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새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탐조객들이 늘어나면 그 자체로 지역 경제에 활력소가 되므로, 지역 주민들에게 철새들을 함께 보호해 나가자고 설득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태계가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면, 자연과의 교감을 누리고 그것을 지켜가는 취미로 ‘탐조’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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