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우, 목회자는 신학과 신앙 분야의 훈련은 받았지만 상담이나 심리치료의 전문가는 아니다. 신학대학원에서 ‘목회 상담’을 배우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를 호소하는 청년들에게 효과적인 상담을 제공하기에는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심리 상담을 깊이 공부해 보지 못한 목회자는, ‘우울’, ‘불안’, ‘왜곡된 사고’ 등의 정서적인 문제를 자신의 전문 분야인 신앙의 문제로 단순히 치환한 후 피상적이고 위험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잘못을 범하기도 한다. (본문 중)
이재호(목사, 높은뜻광성교회 청년마을)
지난 2022년 1월 12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비교할 때 주요 정신 건강 지표인 ‘자살 생각 비율’이 9.7%에서 13.6%로 40%나 증가하였고, 국민 5명 중 1명은 우울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청년들의 정신 건강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계속 드러나고 있다. 30대 여성 중 33%, 20대 여성의 23%는 우울 위험군으로 조사되어 전 세대 중에서 가장 심각한 우울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 2주간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자살 생각률의 경우에는 30대 남성이 22.4%로 전체 평균 13.6%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수치는 우리 청년들이 사회 속에서 얼마나 내몰리고 있으며 정서적으로 위태로운지를 그대로 나타내 주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10대에 대학 입시, 20대에 취업, 30대에 결혼 등 생애 주기에 따라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당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청년들은 자신의 삶을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고 버겁다고 느낀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더해져 정서적·관계적 탈출구마저 심각한 제한을 받다 보니 청년들의 마음이 고립되고 위축되는 건 안타깝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교회 안에 있는 청년들이라고 해서 이러한 사회적·환경적 요인에 따른 심리 불안과 정서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다. 교회 안의 청년들은 교회 밖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학업, 취업, 재정, 결혼의 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고, 아마도 거기에 ‘신앙생활’이라는 의무를 하나 더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교회 안의 청년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심리 불안에 기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나고 있고, 목회자에게 상담을 요청해 오는 청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목회자는 신학과 신앙 분야의 훈련은 받았지만 상담이나 심리치료의 전문가는 아니다. 신학대학원에서 ‘목회 상담’을 배우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를 호소하는 청년들에게 효과적인 상담을 제공하기에는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심리 상담을 깊이 공부해 보지 못한 목회자는, ‘우울’, ‘불안’, ‘왜곡된 사고’ 등의 정서적인 문제를 자신의 전문 분야인 신앙의 문제로 단순히 치환한 후 피상적이고 위험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잘못을 범하기도 한다. 심각한 경우에는 심리·정서상의 문제를 두고, “기도가 부족해서”라거나 “성령 충만하지 않아서”라고 진단하여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 청년들이 목회자의 경청과 공감만으로도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다시 마음의 힘을 얻기도 하지만, 그렇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라면 보다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감기에 걸리거나 팔이 부러지면, 기도도 하지만 의료 전문가의 치료도 받아야 하듯이, 오늘날 많은 청년 그리스도인에게도 목회적인 돌봄과 병행하여 전문적인 심리 상담과 치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기윤실 <청년센터WAY>의 심리 상담 사역은 한국 교회를 위해서는, 특히나 청년 공동체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반가운 일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공동체의 청년들이 <청년센터WAY>의 심리 상담을 받은 케이스가 15건이 넘었고, 또, 그들이 소개해서 상담을 받게한 다른 케이스까지 합치면 그 수가 훨씬 많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청년센터WAY>의 심리 상담 지원 사역이 청년들에게 얼마나 필요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교회와 연결된 교회 밖의 기관에서 큰 비용 부담 없이 자신의 심리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여러모로 유익했다.
첫째로, 상담이 교회 외부 기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내담자의 비밀 보호가 이루어졌다. 자신이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이 교회 안에 알려질 염려가 없으니 내담자 입장에서는 심리 상담의 문턱이 낮아지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더 내밀한 상담이 가능해졌고 상담 치료의 기대효과도 자연히 높아졌다.
둘째로, 외부 전문 상담가를 통해 상담이 이루어지므로, 여러 상황에서 계속 마주치며 관계를 맺어 가야 하는 목회자와의 상담과는 달리, ‘직면’이나 ‘해석’ 등의 적극적인 상담 기법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목회자와 성도라는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어떤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더 깊이 대화하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제한이 없으니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상담이 이루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동체가 보다 건강하고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었다. 자신의 정서적 문제에 대해서 외부 기관의 상담 지원을 받는 청년이 자신의 심리상의 문제점을 발견할 때, 이를 공동체 안에서 겪는 관계나 일들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으므로, 공동체 안에서의 갈등 발생 가능성이 작아지게 되고, 목회자에 대한 건강하지 않은 의존도 줄일 수 있어 공동체 전체의 건전한 성숙을 도모할 수 있었다.
작년에 한 청년은, 이렇다 할 취미도 없고, 자기 감정이나 취향에 대해서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것 같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수동적이고 삶의 적극성이나 만족감이 없어 기윤실 <청년센터WAY>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그는 상담 선생님이 제안해 준 ‘감정 일기 트레이닝’과 ‘내면의 욕구 찾기’ 코칭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일에 큰 도움을 받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주체적이 되며 삶의 만족감과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높은뜻광성교회 청년마을과 기윤실 <청년센터WAY>와의 협력 모델이 많은 조국 교회 청년 공동체에 좋은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상한 마음으로 아파하고 스스로 해결하려 해도 고쳐지지 않는 정서적인 문제로 괴로워하는 모든 이 시대의 형제자매들에게 이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기도한다. 그리고 이 귀한 일에 동역하는 모든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치유와 구원 회복의 역사가 막힘없이 일어나길 소원한다.
청년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재무 및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커뮤니티를 연결합니다. 청년들의 일상에 회복과 활력을 더하며 도전하고 함께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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