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실무그룹 보고서는 현재의 정책으로는 지구 평균표면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잔여 탄소 예산보다 현재 가동 중인 화석 에너지 기반의 인프라에서 배출될 이산화탄소의 누적 배출량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석 에너지의 대규모 퇴출이 없이는 1.5도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본문 중)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우리는 지금 창조 세계를 위협하는 크나큰 기후 위기 앞에 놓여 있다. 그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바가 국제 사회의 공식 보고서에 담겨 있다.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1988년에 공동 설립한 유엔 산하 기구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내놓은 6차 평가보고서다. 60여 개국 수백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이 보고서는 5차 평가보고서(2014년) 이후 8년 만에 나온 것으로, 전 세계는 이에 근거하여 기후 협약과 정책을 마련하게 된다.

 

IPCC 6차 평가보고서의 내용

 

보고서는 세 가지 특별보고서(『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변화하는 기후에서의 해양과 빙권 특별보고서』)와 세 가지 실무그룹 평가보고서,1) 그리고 종합보고서로 구성되어 있다. 기후 위기의 원인과 현상, 미래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다룬 제1 실무그룹 보고서(2021.8)와, 기후 위기로 인한 다양한 결과를 담은 제2 실무그룹 보고서(2022.2)에 이어, 4월에 발표된 제3 실무그룹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오는 9월에는 최종 종합보고서가 발표된다.

 

1 실무그룹 보고서는 5차 평가보고서가 발표된 2014년 이후 지구 평균표면온도가 더욱 급격하게 상승했음을 확인했다. 지구 평균표면온도가 2003년부터 2012년 사이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0.78도 높았던 것이,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1.09도 높은 상태가 되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391ppm에서 410ppm으로 늘어났음을 확인했다. 사실 지난 8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ppm 이상으로 상승한 적이 없었는데,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 가까이 치솟았다. 지구 평균표면온도는 지난 100년 동안 약 1도가 상승한 것인데, 문제는 변화의 크기가 아니라 속도다. 온도 상승 속도가 자연적 상승 속도보다 10배나 빠르다. 보고서는 이 같은 급격한 상승 원인이 인간의 활동임이 ‘명백하다(99~100%)’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구, 에너지 소비, 경제 활동 등 인간 행위가 지구 기온을 어떻게 바꿀지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설명했는데,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으면 인류가 공멸할 수 있음도 분명히 했다.

 

2 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 변화의 ‘영향, 취약성, 적응’에 관해 다룬다. 영향은 이미 예상했던 것보다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생물 종의 약 절반이 극지방이나 더 높은 곳으로 이동했으며, 특히 바다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육상 모든 동식물의 15%가, 열대 산호초는 최대 90%가 사라지고 식량 안보도 위협받을 것인데, 현재에도 이미 그 영향이 불평등을 심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 위기는 식량 생산량 감소와 물 부족, 거주지의 파괴로 이어져 난민을 양산하며, 사회정치적 갈등도 증폭시키고 있다.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등 취약한 지역에서 홍수, 가뭄, 폭풍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세계 다른 지역보다 15배나 더 많았다. 이처럼 기후 위기는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소외된 지역에 더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적응 대책이 위험을 줄이는 데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므로, 앞으로 공정성과 정의에 초점을 맞춘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3 실무그룹 보고서는 현재의 정책으로는 지구 평균표면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잔여 탄소 예산보다 현재 가동 중인 화석 에너지 기반의 인프라에서 배출될 이산화탄소의 누적 배출량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석 에너지의 대규모 퇴출이 없이는 1.5도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지금처럼 지구 온도 상승 속도에 못 미치는 대응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보고서는 기술의 측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에너지 수요를 잘 관리하기만 하면 생활 수준의 하락 없이도 2050년 온실가스를 기준선 대비 40-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보았다. 문제는 기술 투자를 위한 자금인데, 자금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자금을 배분하느냐가 문제이다. 해법을 만들어 낼 기술 분야에 자금을 제대로 배분해야 기후를 망가뜨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구에서 모두가 적절하고도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6차 보고서가 발표되기까지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한 세계적 흐름에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은 개발도상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했고, 선진국들은 1,00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온실가스 증가율이 최근 10년 동안 연 1.3%로 이전 10년보다 줄어든 것도 희망의 신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보고서가 지적하듯, 산업과 사회 전 부문에서 에너지 생산과 저장 기술이 확산되고, 건물, 산업, 교통 부분의 에너지 효율 개선, 생활 습관의 변화와 같은 구체적인 감축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전 세계가 그것을 약속하고 행동해야만 2030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의 43%(2050년까지 80%)를 감축할 수 있고, ‘배출 증가율’이 아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만약 기후 위기의 원인인 탄소 배출량을 빠르게 저감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적응 대책도 성공할 수 없다. 그러니 기술 개발을 주로 삼는 적응 전략을 넘어, 기후, 생물 다양성, 인간 사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는 전략을 세우고, 기후 정의를 실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와 우리, 지구의 미래가 안전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할 정도의 긴급한 위기 가운데 있다. ‘기후 위기가 인간 활동에 기인한 것(65%)’임을 확인했던 3차 보고서(2001) 발표 후부터 깨어 행동했더라면, 우리는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상황에 있었을 것이다. 그때 행동했더라면, 전년 대비 4% 정도씩만 탄소 배출량을 줄여도 됐었다(조천호). 이제는 매년 15% 이상 줄여야만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20년이라는 기회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셈이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기회의 시간이 전보다 빠르게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 있다.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기독교환경교육센터_살림은 올해 ‘탄소중립 기후교회’ 캠페이너를 양성하고 그들과 ‘탄소제로 녹색교회’ 실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경기, 광주, 강원, 서울 등 4곳에서 교회의 실질적 탄소 중립을 위한 목표와 전략을 세우는 워크숍도 연다. 그들이 내딛는 걸음은 우선 교회의 생태 발자국을 확인하는 자가 진단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선언하고, 환경 선교사를 양성하며, 더불어 구체적 실천으로 나아간다.

 

기후 위기는 단순히 생태계의 위기가 아니라 마음과 태도의 위기다. 그만큼 교회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전 교회가 합심해 이 땅 모든 그리스도인이 1.5도 이상 지구 온도가 상승하지 못하도록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그를 위해 애쓰는 ‘기후교회’가 된다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이 건물이므로, 교회가 먼저 건물 에너지 효율화에 힘쓰며, 적정 냉난방을 하며, 재생 에너지 활용에 힘쓰고, 교우들이 탄소 제로 걷기를 실천하고, 교회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고, 탈육식과 로컬푸드 이용 등으로 식습관을 바꾸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생태계 보전과 복원에 힘쓴다면, 세상은 분명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보고서가 말하듯, 서둘러 화석 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고 기후 금융(투자)에 힘쓰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교회 안에 함께 공부하고 기도하는 ‘탄소제로 녹색교회 실천공동체’(아래 <탄소제로 녹색교회 만들기 과정> 표 참조)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함께하는 이들이 있으면, 지역 사회와 힘을 합해 기업과 정부에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묻고,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일이 더 수월해질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은 창조 세계를 돌보는 태초부터 부여받은 사명이요, 이 시대의 기독교인이라면 반드시 감당해야 할 본질적 신앙 과제이다. 그러한 ‘탄소중립’을 이루어가는 교회는 창조주 하나님이 지으신 교회, 곧 ‘녹색 교회’로서의 본질을 드러내는 ‘기후교회’라고 부를 수 있겠다. ‘탄소중립 기후교회’라는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는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로서, 주님이 그러셨듯이 마을과 도시를 다니며 기후 이야기를 하고, 또,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 기후 위기로 병든 곳 아픈 곳을 고쳐 나가게 되길 빈다.

 

이번 보고서는 올해 말 이집트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다뤄질 것이다. 각국 정부가 계속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부정의와 불평등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기를, 그리고 기후 변화에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도록 교회가 끊임없이 중보기도를 드리면 좋겠다.

 

※ 중보기도를 위한 자료: 『26가지 기후 중보기도 자료집

 


1) IPCC 6차 평가 보고서 전문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1실무그룹보고서: https://www.ipcc.ch/report/ar6/wg1/

제2실무그룹보고서: https://www.ipcc.ch/report/ar6/wg2/

제3실무그룹보고서: https://www.ipcc.ch/report/ar6/wg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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