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는 ‘Over the Top’의 약자로, 여기서 Top은 흔히 케이블 TV 등의 수신에 사용되는 셋톱박스(set-top box)를 의미한다. OTT 미디어 초기에는 크고 작은 크기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서 콘텐츠를 이용했기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는데, 현재는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별다른 셋톱박스 없이도 스트리밍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본문 중)

주재원(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2020년 1월부터 전 세계로 확산된 팬데믹으로 인해 삶의 많은 부분들이 바뀌었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예견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이미 그 전부터 시작된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리면서 사회적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대부분의 사회·문화 영역이 급속도로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접속한 채팅 앱, 점심 식사 주문을 위해 접속한 음식 배달 앱, 새로운 옷을 구입하기 위해 접속한 온라인 쇼핑몰, 그리고 유명 강사의 강연 영상을 보기 위해 접속한 유튜브 등이 모두 온라인 플랫폼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시스템이 되었다. ‘모든 비즈니스는 플랫폼으로 통한다’라고 할 정도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곧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터닝 포인트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2022년 현재 시가 총액 기준 세계 10대 기업 리스트에서도 아마존, 애플, 구글, 텐센트 등 플랫폼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시대의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 중 하나가 미디어 산업이다. 특히 ‘방송’(放送, Broadcast)의 시대는 지나가고 다채널·다매체 시대, 이른바 ‘협송’(狹送, Narrowcast)의 시대가 도래했다. 방송은 다양한 편성을 통해 보편적 시청자들을 충족시켰지만, 협송의 시대가 되면서 낚시나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낚시TV나 바둑TV 채널을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다. OTT는 ‘Over the Top’의 약자로, 여기서 Top은 흔히 케이블 TV 등의 수신에 사용되는 셋톱박스(set-top box)를 의미한다. OTT 미디어 초기에는 크고 작은 크기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서 콘텐츠를 이용했기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는데, 현재는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별다른 셋톱박스 없이도 스트리밍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OTT 미디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감염 혹은 감염자와의 밀접 접촉 등으로 자가 격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일상에서도 외부 일정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미디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영국의 통계 자료를 인용하면, 2020년 팬데믹 기간 동안 TV 및 온라인 영상 콘텐츠 소비는 하루 평균 6시간 25분으로 2019년 대비 1시간 30분이 증가했다. 특히, OTT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시간은 팬데믹 이전이었던 2019년에 비해 무려 71%나 증가했다. 대표적인 OTT 기업인 넷플릭스는 팬데믹 기간에만 6,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위드 코로나 국면이 되면서 넷플릭스 월간 가입자 수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여전히 이 플랫폼 기업은 전 세계에서 2억 2,000만여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미디어의 등장은 단지 기술의 진보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된 언택트 문화는 사적 영역을 강화함으로써 개인의 욕구를 보다 세분화하고 구체화한다. 방송의 시대에서 협송의 시대로의 전환에서 진일보하여, 이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용자가 원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맞춤형 콘텐츠 시장이 도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변화는 MZ 세대로 불리는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등장과도 맞물려 있다. 디지털 세대는 본인이 흥미가 없거나 자신의 취향이 아닌 콘텐츠는 보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대량 생산된 제품들과 보편적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방송 콘텐츠를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지만, 디지털 세대는 본인이 원하는 형태의 상품과 영상 콘텐츠를 골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관여로부터 자유롭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출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들이 기존의 방송 대신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OTT 세계에서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찾아다니는 이들에게 교회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손을 내밀어야 할까? 보편성이라는 개념은 점차 희박해지고, 취향은 더욱 세분화되며, 언택트 문화로 인해 개인 간의 관계도 점차 느슨해지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교회들이 그리고 있는 자화상은 한 마디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뒤늦게 시작된 기독교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어떤 수준에 도달하기엔 갈 길이 멀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기독교계가 고수해 온 반미디어(anti-media) 입장에서는 TV, 영화, 대중 음악, 게임, 인터넷 등의 미디어가 그 자체로 악(惡)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다 보니 교회의 외형과 교인의 수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딱히 기독교 문화 콘텐츠라고 할 만한 것들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

 

OTT 플랫폼에 익숙한 세대를 위해 교회는 가장 우선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방송의 시대에는 카리스마 있는 목회자의 설교만으로도 교회를 움직일 수 있었다. 이후 협송의 시대가 되면서 성도들의 세분화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자훈련이나 양육 과정이 도입되었다. 이제 OTT 시대 교회의 콘텐츠는 이보다 더 세분화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교회는 다양성을 존중할 뿐 아니라, 그것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거부한다면 10년 후의 교회에서는 다음 세대를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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