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는 300개 기업에서 만든 총 37만 개의 다양한 부분품과 부품으로 만들어졌다. 이 많은 부품 중 한 개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지구과학, 물리, 화학의 기초 과학부터 각종 공학과 기술까지 총동원된 현대 과학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누리호 개발에는 지금까지 총 2조 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들었다. 이 예산 중 75%인 1.5조 원이 개발에 참여한 300여 개 기업을 통해 사용되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처럼 우주 산업을 민간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이라 볼 수 있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남의 이야기 같았던 우주개발, 우주산업, 우주여행 같은 말이 드디어 우리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6월 21일, 마침내 한국형 우주 발사체인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했다. 1.5톤의 위성 모사체와 성능 검증 위성[그리고 4개의 작은 큐브(꼬마)] 위성들을 지상 700km 우주 궤도로 보내기 위해 아파트 15층 높이(47.2m)에 무게가 200톤이나 되는 발사체를 우리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1957년 최초로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린 구소련보다 65년 정도 늦긴 했지만 이번 발사 성공으로 우리는 세계에서 7번째로 자체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극한 환경의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미국에서조차 우주 발사체 사업에 뛰어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초기 세 차례 발사에 실패하고서야 독자 기술을 보유한 것에서 그 어려움을 알 수 있다. 누리호도 2027년까지 앞으로 네 차례 더 발사하여 발사체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지구와 우주의 명확한 경계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공기가 거의 없어 비행기가 운항할 수 없는 지상 80~100km 높이를 우주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누리호가 위성을 쏘아 올린 700km의 고도는 보통 높이가 아니다. 빠른 속도로 공기가 없는 우주로 날아가야 하기에 엄청난 양의 연료는 물론 이 연료를 태울 산소까지 싣고 가야 한다. 누리호의 200톤 무게 중 거의 대부분인 175톤이 케로신(등유)이라는 연료와 연료를 태울 산소 무게였다. 산소는 부피를 줄이기 위해 영하 183도로 액화하여 액체로 실었다. 게다가 700km 고도에서는 초속 7.5km의 속도에 도달해야 위성이 지구 궤도에 안착하여 지구를 돌 수 있게 된다. 작년 10월 누리호 1차 발사 때는 1단에서 3단 로켓까지 다 성공하여 700km 고도에는 도달했지만 3단 로켓의 엔진이 목표치인 521초보다 46초 빨리 꺼져버려 속도가 초속 6.8km밖에 되지 못해 위성이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고 지구로 다시 떨어지고 말았다.

 

누리호는 300개 기업에서 만든 총 37만 개의 다양한 부분품과 부품으로 만들어졌다. 이 많은 부품 중 한 개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지구과학, 물리, 화학의 기초 과학부터 각종 공학과 기술까지 총동원된 현대 과학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누리호 개발에는 지금까지 총 2조 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들었다. 이 예산 중 75%인 1.5조 원이 개발에 참여한 300여 개 기업을 통해 사용되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처럼 우주 산업을 민간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이라 볼 수 있다.

 

누리호 발사장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

 

흔히 우주 개발을 위해서는 누리호와 같은 발사체 외에 위성체와 탐사체 기술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현재 이 세 가지 기술 모두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막대한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어야만 한다. 관련 분야의 정부 기관, 연구소, 그리고 민간 기업들은 현재 국가안보, 국가 위상 강화, 국내 우주산업 육성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정부의 예산 부처 및 국회와 대국민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 물론 우주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일에 대한 반론도 있다. 우주개발이 일회성 이벤트가 되지 않고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잘 살필 필요가 있을 것이다.

 

흔히 우주개발을 말할 때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말에서 ‘테라’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땅의 신인 테라(그리스 신화의 가이아)에서 나온 말로서, 땅 혹은 지구라는 뜻의 라틴어 단어이다. 화성이나 달, 혹은 소행성 등을 지구화(地球化), 즉,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바꾸어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테라포밍을 위해 그 행성이 가지고 있어야 할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물과 공기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는 지금은 관광지가 된 ‘바이오스피어’(Biosphere)라는 거대 인공 시설이 있다. 지구 바깥 행성에서 인간이 완전히 자립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실험적으로 애리조나 사막 가운데 세워진 시설이었다. 결국 실패로 그쳤지만, 작은 규모의 테라포밍의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다음 달 우리나라가 개발한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플로리다로 옮겨져 달 궤도로 발사된다. 올해 말부터 관측을 시작할 이 위성의 미션 중 하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 프로그램인 달 표면을 촬영하여 달에 물이 있는 곳을 찾는 일이다. 이는 우리의 2031년 달 탐사 계획에 맞추어 착륙 지점을 찾는 일의 일환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테라포밍의 일부가 되는 일이다. 향후 발사체 기술을 더 발달시켜 달을 넘어 화성에까지 이런 작업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구의 자원 고갈에 대비해 우주의 자원을 지구로 가져오려는 계획도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주 개발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인 듯하다. 지구 밖 우주나 우주개발을 위한 과학이나 기술 모두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이다. 교회 는 이런 흐름을 적대시하거나 방관하지 말고, 이런 흐름에 더 밀접하게 연결될 다음 세대의 신자들이 그런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할지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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