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은 사람 사이에서 유행했던 두창(과거에 천연두라고 불림)과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두창 백신이 원숭이두창에도 약 85%의 교차 반응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 두창을 생물 테러 무기로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면서 우리나라는 약 3천 5백만 명분의 2세대 두창 백신을 비축하고 있다. 2세대 백신에 비하여 접종 방법을 개선하고 면역 저하자에서 이상 반응을 줄인 3세대 백신이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우리나라는 현재 개발 중이다. (본문 중)
이재갑(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원숭이두창(Monkeypox)은 아프리카 대륙 안에서만 발생하던 풍토병(endemic)으로서 대표적인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1958년 네덜란드 코펜하겐 국립혈청연구소에서 사육 중이던 원숭이에서 발열과 발진이 나는 감염병이 발생하여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자연계의 숙주는 원숭이, 다람쥐, 감비아 자이언트 쥐 등 다양하다. 1970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첫 사람 감염자가 확인되었는데, 이 질병은 주로 열대 우림 지역에서 발생해 왔고,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을 통해 아프리카 외부로 전파된 적도 있지만,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 유행이 처음이다.
증상과 전파 경로
원숭이두창의 잠복기는 5-21일(평균 6-13일)이다. 발병 초기 1-3일 동안에는 발열, 림프절 비대, 두통, 근육통이 발생하며 이후 발진이 나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얼굴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원심형으로 사지로 확산한다. 초기 발진은 구진형(1cm 이하 크기로 둥글게 올라오는) 발진이었다가 수포, 농포(고름물집)가 잡히고 이후 가피(딱지)로 진행하면서 회복된다. 증상은 2-4주간 지속된다. 발진이 완전히 가피가 되면 타인에게 전파는 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전파 경로는 피부 접촉이다. 환자의 피부, 혈액, 체액, 점막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다. 환자의 체액이나 병변(발병 부위)의 분비물이 묻은 침구나 옷과의 접촉을 통해서도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 비말이나 에어로졸로 전파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흔한 경로는 아니다. 성 접촉을 통한 전파 가능성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성관계를 할 정도의 접촉이라면 광범위한 피부와 점막의 접촉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파될 수 있다.
치명률과 유행 상황
WHO의 공식 문서에는 전체 원숭이두창 감염자의 3-6%가 사망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서아프리카형 원숭이두창은 치명률이 약 1%, 중앙아프리카형은 10% 정도이다, 다만 이 치명률 자료는 아프리카 내에서 알려진 자료이므로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유행에서는 2022년 5월 6일 영국에서 첫 번째 환자가 확인된 이후 7월 6일까지, 7,267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사망자는 아프리카에서만 3명이 발생하였다. 국가별로는 영국 1,352명, 스페인 1,258명, 독일 1,242명, 프랑스 577명, 미국 604명, 캐나다 358명이 발생하였으며, 중남미와 중동 국가에서도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도 독일 거주 한국인 1명이 귀국 후 자진 신고하여 확인되었다.
<그림1> 원숭이두창의 날짜별 확진자 수(출처: https://ourworldindata.org/monkeypox)
백신과 치료제
원숭이두창은 사람 사이에서 유행했던 두창(과거에 천연두라고 불림)과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두창 백신이 원숭이두창에도 약 85%의 교차 반응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 두창을 생물 테러 무기로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면서 우리나라는 약 3천 5백만 명분의 2세대 두창 백신을 비축하고 있다. 2세대 백신에 비하여 접종 방법을 개선하고 면역 저하자에서 이상 반응을 줄인 3세대 백신이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우리나라는 현재 개발 중이다. 현재 두창과 원숭이두창까지 모두 예방 가능한 허가된 백신은 바바리안노르딕사의 진네오스가 있다. 우리나라도 밀접 접촉자와 환자 진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접종하기 위해 도입을 논의 중이다. 지금 상황은 전 국민 대상으로 접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치료제는 테코비리마트와 브린시도포비어가 미국과 유럽에서 두창과 원숭이두창에 대해 허가를 받았으며,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두창을 이용한 테러 상황에 사용하기 위해 일부 물량을 비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테코비리마트 500백여 명분을 도입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시도포비어(희귀의약품센터) 및 백시니아면역글로불린(질병관리청 비축 물자)이 원숭이두창 치료 목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원숭이 두창은 성소수자에게만 발생하는가?
이번 유행에서 원숭이두창 발생자의 90% 이상이 남성으로 알려졌고 대부분은 성소수자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유행에서나 이전 유럽과 미국에서의 산발적 유행에서 이 질병이 성소수자에서만 발생한 적은 없다. 여러 역학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해 보면, 초기 감염자가 성소수자들의 페스티벌이나 모임으로 유입되면서 전파가 일어나서 성소수자의 감염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유행이 지속되면서 소아나 여성 감염자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유튜브에서 나온, 성소수자를 통해서만 전파된다고 하는 정보는 가짜 뉴스이다.
왜 원숭이두창이 지금 문제가 되는가?
1980년 두창이 인류의 백신 접종과 퇴치 노력으로 박멸되면서 전 세계의 모든 국가는 두창 백신 접종을 중단하였다. 그 후로 40여 년이 지나면서 두창 백신을 맞아 원숭이두창 예방도 가능했던 연령이 계속 상승하였으므로, 아프리카에서 주로 소아에서 발생하던 원숭이두창의 발병 연령도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최근에 성인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의 전파도 증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이처럼 두창에 대한 면역 감소가 원숭이두창의 전 세계적인 확산의 이유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추후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적으로 토착화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요즈음 코로나 19의 유행과 유럽과 미국에서의 원숭이두창의 확산으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기사가 원숭이두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키우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의 전파 속도는 코로나19에 비하여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느리고, 이미 백신과 치료제도 있어서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현재의 유행 상황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여러 국가에서 토착화된 감염병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일부에서 떠도는 성소수자 관련설의 가짜 뉴스는 감염자를 더 숨어들게 할 수 있고 인권 침해의 소지도 있다. 방역 당국과 언론은 환자 발생 정보 공개에 있어서 신중을 기하는 가운데 감염병 대응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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