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자살이 많이 줄어들었다. 2020년에도 크게 감소했는데, 2021년 수치는 다시 200명 정도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호응을 얻는 분석은 경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주는 재정 지원이 어려움을 넘기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본문 중)

조성돈(LifeHope기독교자살예방센터 대표)1)

 

코로나가 닥치고 자살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코로나 오기 전인 2019년, 자살자는 13,799명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인 2020년에는 13,195명으로 약 600명 정도가 줄어들었다. 한 해에 자살자가 600명 이상이 줄어든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IMF 때 갑자기 늘어난 숫자가 그다음 해에 줄어든 경우와, 2012년 정부에서 자살예방법을 제정한 직후 외에는 없었다. 특히 2016년 이후 자살자 수가 완만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던 것을 고려해 보면 더욱 특별해 보인다.

 

코로나가 닥쳤을 때, 실은 모든 사람이 자살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질병의 공포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코로나 블루, 즉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이 많이 늘어났다. 경제적으로는 소상공인의 몰락과 직장인들의 정리 해고 등이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 되었다. 이렇게 자살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우울증과 경제 위기 등이 현실에서 급증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어려움 가운데 자살 예방을 위해 최전선에서 일해야 하는 상담소나 복지관 등이 일을 못 하고 문을 닫았다. 심리적 지원이나 경제적 지원 체계가 무너진 것이다. 이러한 것을 보면, 즉, 자살 원인 요소의 증가와 대응 체제의 붕괴 등을 고려하면, 자살은 증가해야 마땅했다. 아니, 아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견되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자살이 많이 줄어들었다. 2020년에도 크게 감소했는데, 2021년 수치는 다시 200명 정도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호응을 얻는 분석은 경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주는 재정 지원이 어려움을 넘기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주 타당성 있는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80대이고, 그다음이 70대이다. 그런데 2011년 이후 이들의 자살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그 결과로 우리나라 전체에서 자살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노인 자살이 많이 줄어든 이유는 기초 노령 연금 덕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달에 20만 원, 30만 원 하는 돈이 어르신들의 생명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처럼 위기 가운데 전 국민에게, 그리고 위기에 닥친 소상공인들에게 지원이 가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잡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꼽는다면, 심리적인 요인이다. 현장에서 상황을 보면서 깨닫게 된 것인데, 전 국민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질병과 싸우면서 살고자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들이 긴장을 한 것이다. 현장에서 모임을 꾸려 보면, 자살을 시도했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번 코로나 시기에 더욱 조심하고 경계하는 것을 보게 된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질병에 걸릴까 두려워 모임에 나오지 못하고, 심지어 집 밖으로 나서지도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의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죽고자 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질병 앞에서 두려움을 갖는다니. 그러나 이들은 심리적으로 불안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위기 앞에서 더 위축된다. 질병의 공포를 다른 이들보다 더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서 자살은 지난 2년 동안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살 예방 활동이 성공을 거둔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숫자가 줄어들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볼 때, 이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통계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은 우리 가운데 상당히 많이 있다. 평상시 조사를 보면, 한 해 동안 국민의 20% 정도는 자살을 생각한다. 코로나 시기에 이 비율은 더 늘었다. 자살 예방 활동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위기 상담 전화는 이 시기에 통화가 2배에서 3배까지 늘어났다. 즉, 자살의 위험은 2-3배 정도 늘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자살 사망자의 숫자가 오히려 줄어든 것은, 예방되었다기보다는 위에서 이야기한 이유 등으로 인해서 미루어졌다고 봐야 한다. 즉, 정부의 지원금이 유지되고, 코로나의 긴장이 유지되는 동안 자살로 옮겨가는 일이 줄어든 것이지, 그 위험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자살의 위험은 시한폭탄과 같이 현재 우리 가운데 존재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를 ‘유보된 자살’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자살의 위험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단지 미루어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상황이 풀려갈 때 자살의 위험이 현실로 나타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는 자살에 대한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라이프호프에도 자살 이후 문제에 대한 도움 요청이 늘었다. 특히, 전과 달리 청소년과 청년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많이 어려운 때이다. 지난 2년여의 시간은 우리가 전혀 겪어보지 못했던 시련을 전 국민에게,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에 가져다주었다. 이 시간을 이렇게 버텨온 우리를 스스로 격려해야 할 때이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안부 문자 하나, 조그만 도움 하나가 간절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그 문자 하나, 그 도움 하나가 그 사람이 살아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살아야 할 이유를 갖지 못해서 그 마지막을 견뎌내지 못할 뿐이다. 그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 하나를 심어 줄 수 있는 우리가 되자고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1)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기윤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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