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성분과 표시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화장품에서 ‘클린 뷰티’ 와 ‘크루얼티 프리’ 라는 표시를 보았을 것이다. ‘클린 뷰티’는 피부에 해로운 성분을 포함하지 않는 화장품을 뜻하며, ‘크루얼티 프리’는 학대(cruelty)가 없었다(free)는 의미이다. 하지만, ‘크루얼티 프리’라는 표시가 있더라도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니 성분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본문 중)

이주은(알맹상점 대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면 한 번쯤 ‘비건’(vegan)이라는 단어를 들어 봤을 것이다. 우리말로는 ‘채식주의자’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비건은 고기뿐 아니라 우유 달걀 등의 동물성 식품까지도 전혀 먹지 않는 적극적인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단백질은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의 10-15%만으로 충분하며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도 목표치를 쉽게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한다. 성인은 평균적으로 하루 50g 정도의 단백질을 필요로 하지만, 국민영양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2019년 1인당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평균 71.1g으로 필요량보다 42% 높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탄소 발자국,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며 동물성 식품의 과도한 섭취를 지양하자는 운동이 점차 퍼지고 있다. 한국채식연합(KVU)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현재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50만 명으로 2008년 15만 명에서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동물 복지에 관심이 증가하면서 동물성 식품을 구매할 때 동물 복지 인중 상품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소비 형태와 습관을 바꾸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를 통해서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을 요즘 ‘미닝아웃’이라고 한다.1)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동물 복지 인증 제품이나 비건 식품과 음료, 비건 화장품 등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좋은 방향의 변화인 것 같다.

 

알맹상점 2호점인 서울역점에서는 우유와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우유 대신 두유와 대체 식품으로 다양한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사람들이 ‘비건 음식이 괜찮고, 맛있네!’ 하는 인식을 갖게 되고 마음의 장벽을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유와 유제품은 일반적으로 카페에서 많이 사용하는 재료들인데, 사실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고 복통, 설사 등을 경험하게 되는 ‘유당불내증’을 가진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70%가 넘는다. 영유아기를 지나 성장하면서 유당 분해 효소인 락타아제가 점점 사라지면서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도 경험하고 있는 증상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유는 건강에 좋은 음식이고, 특히 뼈 건강을 위해서 거의 의무적으로 마셔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서 영양학을 전공했던 나는 유당불내증을 고치기 위해서는 매일 조금씩 마시는 양을 늘리면 된다고도 배웠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나는 학교에서 배웠던 영양에 대한 지식에도 잘못된 점이 있으며 다른 이론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학교나 병원 같은 공공기관에서 우유 급식과 육류 섭취 위주의 식단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채식 위주의 식단도 예외가 아닌 표준식에 포함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젖소의 젖꼭지는 4개인데 4개는 인간의 몫이다. 송아지는 액상 사료와 고체 사료, 건초 등을 먹고 자란다. 이렇게 젖소 한 마리는 날마다 25리터의 우유를 생산한다고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200ml작은 우유갑으로 생각하면 125개의 분량이다. 야생 암소에게서는 이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야생 암소보다 10배 정도의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해마다 개량을 거듭하여 태어난 젖소이기 때문이다. [박하재홍, 『동물복지의 시대가 열렸다』(슬로비, 2021)]

 

요즘엔 채식 식당도 인기를 끌고 있다. 비건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예전에는 대체육이 많지 않았지만 요즘 다양한 식재료로 다양한 대체식이 많이 나오고 있다. 마트에서도 종종 이런 대체 식품을 볼 수 있어서 반갑다. 예전에는 인터넷에서 물어보고 어렵게 찾아서 구매를 해야 했는데, 이젠 집 근처에서 구매가 가능하고 맛도 좋아진 것에 감사한다.

 

음식뿐만 아니라 비건 화장품도 인기이다. 2016년 이후 동물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화장품의 유통과 판매를 금지한 화장품법 개정으로 비건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알맹상점에도 비건 화장품들이 들어오고 있다. 비건 제품은 제조 가공 단계부터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이다. 비건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성분과 표시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화장품에서 ‘클린 뷰티’ 와 ‘크루얼티 프리’ 라는 표시를 보았을 것이다. ‘클린 뷰티’는 피부에 해로운 성분을 포함하지 않는 화장품을 뜻하며, ‘크루얼티 프리’는 학대(cruelty)가 없었다(free)는 의미이다. 하지만, ‘크루얼티 프리’라는 표시가 있더라도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니 성분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천연 화장품, 유기농 화장품들도 인기였는데 이는 동‧식물 유래 원료를 95% 이상 사용했는가(천연 화장품), 유기농 원료 함량이 10% 이상인가(유기농 화장품)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그중에서도 비건 제품인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CJ 올리브영이 여성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응답자의 93.4%가 “같은 가격이라면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겠다”라고 답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 사태나 기후 변화 등을 경험하면서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비건 화장품이 인기를 얻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6.3%씩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2025년에는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가 208억 달러(약 2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발맞춰 국내 뷰티업계도 스킨케어 제품부터 색조 화장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비건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2)

 

환경 문제와 동물 복지를 생각하는 소비, 지속 가능한 소비는 물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능한 대로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실천하기 시작해야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기업들도 움직이게 될 것이다. 오늘부터 한 끼 식사, 한번 바르는 화장품으로 비건 스타일을 경험해 보면 어떨까?

 


1) 미닝아웃이란 정치적, 사회적 신념이나 가치관, 취향, 성향, 주장 등을 밖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말하며 커밍아웃에 빗대어 만든 신조어이다.

2) “‘비건’ 화장품이 뜬다MZ세대 ‘관심’”, <비즈니스워치>, 2021. 0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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