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망원경은 주로 가시광선을 관측하는 허블과는 달리, 에너지가 아주 낮아진 오래되고 먼 천체까지 관측할 수 있는 적외선 관측이 가능하다. 빛을 모으는 양도 7배 이상 많을 정도로 망원경의 크기도 훨씬 더 크다. 공개된 이번 사진들은 새 망원경의 이런 새롭고 뛰어난 성능이 그대로 나타난 관측 결과였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지난 3월 14일 필자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보여 줄 새로운 우주’라는 글을 <좋은나무>에 기고했다. 당시는 이 망원경이 막 예비 테스트를 시작한 시점이라 앞으로 멀리 있는 우주 초기의 은하, 막 생성되는 천체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 등을 관측할 예정이라 했다. 그런데 지난 7월 12일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드디어 이 망원경의 관측 영상들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예상한 관측 결과를 처음부터 아주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지금까지 최고의 망원경으로 여겨졌던 허블 우주 망원경은 지구 바깥 약 570km에 설치되었다. 비교적 지구 근거리에 설치되어 지구가 가려 특정 천체를 관측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아주 먼 곳에 있는 별들을 관측하기도 어려웠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허블 망원경보다 2,600배나 더 먼 150만km에 설치되었다. 이 지점은 지구가 망원경을 가리지 않아 언제나 관측이 가능하고 지구에서 나오는 적외선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다. 새 망원경은 주로 가시광선을 관측하는 허블과는 달리, 에너지가 아주 낮아진 오래되고 먼 천체까지 관측할 수 있는 적외선 관측이 가능하다. 빛을 모으는 양도 7배 이상 많을 정도로 망원경의 크기도 훨씬 더 크다. 공개된 이번 사진들은 새 망원경의 이런 새롭고 뛰어난 성능이 그대로 나타난 관측 결과였다.

 

첫 관측 영상을 전 세계에 공개하기 하루 전인 7월 11일 나사는,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사진 1장을 미리 공개했다. 지구로부터 46억 광년 떨어진 아주 먼 심(深)우주(Deep Field)에 있는 SMACS 0723 은하단의 수천 개의 은하가 모여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에는 131억 광년의 은하와, 은하단에 가려 있던 더 먼 은하가 (은하단의 중력으로 공간이 휘는 중력 렌즈 현상 덕분에) 선명히 보였다. 허블 우주 망원경도 이 은하단을 찍었지만 270시간 동안 빛을 모아야 했던 반면, 이 새 망원경은 12시간 30분 만에 훨씬 더 선명한 사진을 얻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던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가 보지 못한 곳을 갈 수 있습니다.”라며 더 깊은 우주를 보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이날 바이든의 연설은 2000년 6월 26일 인간 DNA의 유전자를 해독한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을 발표하는 자리에 직접 참석한 빌 클린튼 대통령의 연설을 생각나게 했다. 당시의 발표는 인간이라는 소우주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 발표는 인간이 대우주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중대한 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클린턴은 “오늘 우리는 하나님이 생명을 창조하셨던 그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 심오한 새로운 지식으로 인류는 (질병) 치료를 위한 엄청나고 새로운 힘을 곧 얻게 될 것입니다”라고 연설했다.

 

용골자리 대성운 ⓒNASA.

 

7월 12일 첫 관측 결과 공개는 전날 미리 보여 준 심우주 외에도 별의 탄생, 별의 죽음, 외계 행성, 은하들이 서로 충돌하고 상호 작용하는 관측 결과들을 보여 주었다. 7,600광년 떨어진 용골자리 대성운은 그동안 우주 먼지나 가스로 인해 성운 내의 별을 관측하기는 어려웠는데, 이 망원경은 적외선을 이용하여 성운의 우주 먼지 뒤에 있는 새로 태어난 별들을 선명히 보여 주었다. 물론 이 성운이 7,600광년 떨어져 있으니까 이 아기별들은 7,600년 전에 생긴 별들로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알 길은 없다. 7,600년을 더 기다려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주는 천체의 빛이 지구까지 오는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과거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2,000광년 떨어진 0.5광년 크기의 작은 남쪽고리 성운의 사진은 별의 최후를 선명히 보여 주었다. 가스를 다 내보낸 죽음 직전의 백색 왜성이 성운 가운데 있고, 분출된 가스층들이 층층이 선명히 나타난 사진이었다. 역시 2,000년 전의 모습이니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또 다른 놀라운 사진은 1,15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 WASP 96-b에서 수증기 상태의 물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행성의 온도가 높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없지만 지구 밖 외계 행성에도 물이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첫 발표 후 8일 뒤인 7월 20일에 나사는 135억 년이나 된 은하인 GLASS-z13 관측 결과를 발표하고 그 일주일 후인 7월 27일에는 더 오래된 136억 년 전 은하 CEERS-93316을 관측했다고 발표했다. 과학에서는 지금부터 138억 년 전 대폭발(빅뱅)로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에 따르면, 이날 관찰된 은하는 우주가 생긴 후 2.35억 년 된 초기 은하인 셈이다. 빅뱅 이론은 빅뱅 이후 2억 년쯤 뒤부터 최초의 별과 은하가 생성되었다고 주장하기에 그 이론에 따르면 거의 초기 은하를 관측한 셈이다. 지금도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우주가 팽창하면 멀어지고 있는 천체가 내는 빛의 파장은 길어진다. 적색 편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더 멀리 있는 천체는 붉은색을 넘어 적외선의 파장으로 길어진다. 그래서 멀고 먼 이 은하가 적외선 카메라인 이 새 망원경에 관측된 것이다.

 

7월 30일에는 현재까지 관측된 것 중 가장 오래된 별인 129억 광년 거리의 에렌델 별이 관측되었고, 8월 2일에는 15만 광년 떨어진 수레바퀴 은하의 관측 사진이 공개되었다. 두 개의 고리로 이루어진 이 아름다운 은하의 중앙 고리에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많은 별들이 새로 생기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바깥 고리도 계속 바뀌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 새 망원경은 지금도 쉬지 않고 관측을 계속하고 있으니 앞으로 우주의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지금으로서는 다 알기 어렵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이 망원경은 136억 광년이라는 우주의 크기, 136억 년이라는 우주의 시간, 지금도 새로 태어나고 죽는 별들, 우주에도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크고 큰 우주, 아주 오래된 우주, 별이 생기고 사라지는 우주, 물이 존재하는 지구 밖 행성, 이런 과학적 관측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 것일까? 이 관측 결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어마어마한 우주를 만드신 크고 크신 하나님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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