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교과 성적 중심의 대학 입시 경쟁 체제를 근본부터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 사회 전반의 경쟁 체제와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 분야만의 노력으로 당장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대안 중 하나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17세 나이에 자신의 삶과 배움을 ‘전환’하는 1년을 갖게 하자는 ‘전환학년’이다. (본문 중)

정병오(오디세이학교 교사, 기윤실 공동대표)

 

우리나라 교육 상황에서 고등학생이 된다는 것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진로를 찾는 첫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시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놓고 보면 자신이 어떤 대학, 어떤 학과를 지망할지 아무런 생각 없이 단지 입시 경쟁에서 뒤처지면 어떻게 하냐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공부를 붙들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더 많은 아이들은 몸은 학교에 있지만, 자신이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아무런 목표 의식도 없이 무기력한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렇게 된 데는 우리 교육이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와 초등학교까지도 교과 성적 위주의 경쟁 체제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단계부터 자신의 다양한 잠재력을 개발하고 그 가운데서 자기만의 성취와 몰입을 경험하기보다는, 몇몇 주요 교과 성적 결과에 따라 비교당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열등감을 누적하고 배움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무기력이 축적돼 간다. 이런 가운데, 호기심을 따라 진로를 발견하거나 다양한 성취를 통해 자존감을 형성하고, 배움의 기쁨을 알아 자신을 확장해가는 본질적인 측면에서의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교과 성적 중심의 대학 입시 경쟁 체제를 근본부터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 사회 전반의 경쟁 체제와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 분야만의 노력으로 당장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대안 중 하나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17세 나이에 자신의 삶과 배움을 ‘전환’하는 1년을 갖게 하자는 ‘전환학년’이다. 즉, 이 1년 동안 입시 경쟁에서 잠시 빠져나와 자신의 관심과 흥미를 따라 스스로 배우고,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고 더불어 배우고 서로 배우며, 자신을 다양하게 표현하며 작은 성취를 축적해 가는 과정을 통해 배움의 힘을 키우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당장 이런 질문이 생길 것이다. “아니 너무 이상적인 것 아냐? 고1이면 본격적으로 입시 경쟁에 뛰어들어야 시기인데, 아이들에게 바람만 집어넣으면 아이들 인생은 누가 책임질 거야?” “좋아. 1년은 아이들에게 자유롭고 즐거운 배움의 경험을 준다고 하자. 그러면 그다음은? 결국 일반 학교 고1이나 고2로 돌아가 다시 입시 경쟁 체제로 들어가야 하는데 거기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 “전환학년도 교육의 여러 유행처럼 잠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 아냐?”

 

하지만 이러한 전환학년은 단순히 이상이 아니고 우리 교육 안에서 8년째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 1,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17세 나이에 입시 경쟁을 떠나 전환학년을 통해 배움과 삶의 힘을 키운 후, 다시 입시 경쟁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삶을 잘 개척하고 있다. 물론 전환학년을 경험한 아이들도 입시 경쟁을 힘들어 한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막연한 두려움에 쫓겨 공부할 때, 자신은 꼭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환학년을 거치며 자신이 붙든 진로를 따라 대학 진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하는 것에서 전환학년을 거치지 않았을 때와 큰 차이를 느낀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다. 실제로 중3 때 비슷한 성적과 상황에 있든 친구들과 비교할 때, 전환학년을 거친 친구들이 대학 입시 결과에서도 뒤떨어지지 않으며, 대학 진학 이후 진로 개척 과정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교육적 성과를 바탕으로 ‘전환학교’는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2022년 현재 ‘전환학년’ 운영 현황은 다음과 같다. 우선 2015년 시작된 ‘오디세이학교’는 서울시 교육청이 민간 대안학교와 협력해서 고1 학력 인정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슷한 형태로 2018년 경상남도 교육청이 설립한 ‘창원자유학교’가 있고, 충청북도 교육청에서는 2023년 ‘목도전환학교’를 개교할 예정이다. 교육청이 운영하는 학교는 그 지역 교육청 소속 학생들만 지원이 가능하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례인 2016년 시작된 ‘꿈틀리인생학교’는 강화도에 자리 잡고 있으며 기숙형 학교로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같은 2016년에 시작된 ‘꽃다운 친구들’은 홈스쿨형 전환학교인데, 일주일에 3일은 각자 가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계획에 따라 공부하고, 2일은 함께 모여 각자의 배움을 공유하는 형태다. 그 외 지방 자치 단체에서 운영하는 ‘전환학교’도 있는데 서울시 구로구가 운영하는 ‘다다름학교’, 전주시가 운영하는 ‘야호학교’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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