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집은 삶의 터전보다 투자 상품, 재산으로서의 성격이 강해지게 되었을까? 결론을 앞서 말하면, 부동산으로 개인의 복지를 책임지도록 한 ‘자산 기반 복지’를 권장한 정부의 정책 기조와 부동산 취득에 필요한 자금의 공급을 원활히 해 주는 전세 및 금융 제도가 만나 ‘사는 곳’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는 것’으로서의 집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본문 중)

이성영(희년함께 상임대표)

 

투자의 목표가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수익을 얻는 것이라면, 부동산, 더 정확히는 땅은 꽤 괜찮은 투자 상품이다. 토지 위에 지어지는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져 가치가 떨어지기에 건물만으로는 투자 가치가 높지 않지만, 건물 아래 땅은 꽤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다. 토지 가치가 상승하는 이유는 경제가 성장하거나, 도시화로 인해 토지의 용도가 변경되거나,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가 교통‧문화‧교육 시설 등 기반 시설을 건설하거나, 천연자원이 발견되거나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토지 가치 상승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사회 전체의 노력 또는 토지 자체에 내재해 있던 가치의 발견에서 온다.

 

상승하는 토지 가치에 대한 별다른 환수 조치가 없다면, 건물 아래 있는 ‘땅’은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기에, 공공의 투자가 일어나고 인구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토지를 미리 선점해 두면 매우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한 결과로 상승하는 토지 가치를 토지 소유자가 독점할 수 있는 구조에서는 부동산은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다.

 

서구 선진국에서도 부동산은 ‘삶의 터전’이라는 성격과 ‘투자 상품’으로서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부동산에 가지는 관심은 유별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육박할 정도로 여타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집은 삶의 터전보다 투자 상품, 재산으로서의 성격이 강해지게 되었을까? 결론을 앞서 말하면, 부동산으로 개인의 복지를 책임지도록 한 ‘자산 기반 복지’를 권장한 정부의 정책 기조와 부동산 취득에 필요한 자금의 공급을 원활히 해 주는 전세 및 금융 제도가 만나 ‘사는 곳’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는 것’으로서의 집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이 부동산으로 복지를 책임져야 하는 자산 기반 복지 체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선진국이지만 국내 총생산 대비 조세와 사회 보장 기여금의 부담 비율은 OECD 38개 회원국 중 하위 9위이며, 사회 복지 지출 비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쉽게 말해 여타 선진국에 비해 세금도 덜 걷고, 복지도 덜 하는 구조이다. 1960-70년대 대한민국 산업화 초기에 세워진, 경제 발전을 정책 과제의 최우선 순위에 두며 정부의 재정을 최대한 경제 발전에 집중시키고 복지는 개인이 책임지도록 하는 정책 기조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여타 선진국에 비해 세금도 덜 걷고 복지도 덜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정부는 경제 발전에 집중할 테니 복지는 가급적 개인이 책임지라고 해도, 개인들이 돈이 있어야 주거, 의료, 자녀 양육, 노후 등을 대비할 수 있다. 정부는 국민들의 자산 형성을 위해 소득세를 감면해 주고, 높은 이자 수익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근로자 재산 형성 저축을 독려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근로 소득만으로는 복지의 충분한 재원이 되기 어렵다.

 

정부는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급격히 상승하는 토지 가치를 민간 건설사가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하며 민간 자본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고, 청약 제도 및 분양가 상한제 등을 통해 개인들 역시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가가 복지를 책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서민들의 집 한 칸은 예기치 못하게 목돈이 필요할 때 복지 비용을 대체해야 하는 최후의 보루였다. 대한민국 산업화 초기부터 시작된 ‘자산 기반 복지 체제’는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 된 지금도 ‘저부담, 저복지’ 구조로 이어져 오며 집은 ‘삶의 터전’보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 줄 ‘자산’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의 마중물이 된 전세 제도와 금융의 발달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50년 만에 이루어 내는 동안, 대한민국의 도시화도 급격히 진행되었고 급격히 빠른 경제 성장과 도시화의 속도만큼 토지 가치가 상승하는 속도도 빨랐다. 이 과정에서 이재에 밝은 사람들은 땅을 사 두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엄청난 돈을 거머쥐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땅과 집이 최고의 투자 상품이라는 사실이 대한민국 전 국민에게 알려지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관건은 땅과 집을 살 돈인데, 은행의 대출이 발달하지 않았던 1990년대 전까지는 저축을 통해 어느 정도 집 살 돈을 마련한 후 일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지만, 2000년대 이후 금융업의 발달로 다양한 부동산 대출 상품이 만들어지고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아 ‘레버리지 투자’, ‘갭 투자’ 등의 방식을 활용하여 적은 돈으로도 주택을 쉽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유튜브, 부동산 카페 등 미디어의 발달로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땅과 집은 ‘사는 것’이라는 생각은 더 빨리, 더 널리 확산되었다.

 

사는 곳으로의 집 회복 방안

 

대한민국에서 집은 노후와 자녀 양육 등의 가족의 복지를 책임지는 대체재가 되어 버렸다. 이것이 바뀌려면 개인에게 맡긴 복지의 영역을 공공이 다시 책임지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저부담‧저복지 구조를 넘어서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토지 보유세를 높여 복지 재원으로 쓴다면 주택의 투자 수익률을 낮추어 투자 상품으로서의 성격을 줄이는 한편,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여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이 더 이상 주택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제도가 바뀌지 않더라도 교회가 앞장서서 땅과 집을 ‘사는 곳’으로 대할 수도 있다. 공동체 주택은 ‘사는 곳’으로의 전환을 위해 교회가 주목할 만한 주거 방식이다. 투자 상품으로서의 주택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근간에는 불안감과 박탈감이 자리하고 있다. 치솟는 집값을 보며 더 이상 늦으면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불안감과 토지 불로소득의 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는 박탈감이 있다. 공동체 주택 모델은 주거 안정을 보장하여 임대료가 폭등하면 언제든 이사를 해야만 한다는 불안감을 해소해 주고, 좋은 이웃과 커뮤니티를 이루어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 수도권 곳곳에 땅과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대하는 공동체 주택이 적지 않다.1)

 


1) 공동체 주택의 사례를 소개한 방송 프로그램: 건축탐구: 우린 함께 살기로 했다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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