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즉 표절의 법률적 판단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8마디 가락”의 유사성만을 근거로 하지 않는다. 표절에 대한 판례들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원작”을 “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실질적 유사성”을 띈 복제물을 만들었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 특히, 실질적 유사성의 경우 가락, 리듬, 화음의 3요소가 어떻게 유사한 연속성을 가지는지에 따라 판단이 가능하다. (본문 중)

이민형(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학부)

 

2022년 6월 14일, 그러니까 BTS가 9년간의 활동 끝에 잠정적 그룹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그날, 한국 가요계에는 또 하나의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가수이자 작곡가인 유희열이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며, 예정되었던 앨범 발매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곡 <아주 사적인 밤>과 일본의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Aqua>의 유사성에 대해 “동의하게 되었다”라며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에 대한 의혹은 오히려 확대되었다. 표절 시비의 발단이 된 <아주 사적인 밤>뿐 아니라 그가 이전에 작사, 작곡, 편곡한 곡들도 다른 작곡가들의 곡들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네티즌들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심지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가 한 발언과 행동까지 문제 삼아가며 그를 마치 표절을 “일삼은” 작곡가로까지 몰아가는 여론이 형성되자, 일각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는 지나친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과열된 양상을 누그러뜨리도록 종용하기도 하였다.

 

결국 유희열은 약 13년간 진행해 온 음악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으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문을 남긴 후 공식적인 활동을 중단했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세련된 음악을 한다고 평가받았던 ‘토이’라는 밴드의 프로듀서이자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가장 예술성 높은 가수들이 소속되어 있다는 기획사 ‘안테나’의 대표, 그리고 재치 있는 입담과 사람들을 편하게 하는 태도로 수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방송인이었던 그가 결국 대중들의 곁을 떠난 것이다. ‘표절’이라는 단어가 가수보다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알려진 유희열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터이니 한동안 그를, 아니 그의 음악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설령 그의 곡들이 표절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해도, 음악가 유희열이라는 페르소나는 이미 상당히 망가져 버렸으니 말이다.

 

마왕의 조언

 

일찍이 고 신해철은 음악가의 창작물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시하는 대중의 태도를 “감시자로서의 대중의 역할”이 현실화된 것이라 평가했다. 이전까지 음악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음악을 대중은 수용해야만 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음악가와 대중이 쌍방향 소통을 통해 대중음악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중의 감시는 음악가의 가장 큰 경쟁 상대가 될 것이고, 그만큼 음악가는 더욱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다소 이상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그래야 한다는 측면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실 ‘표절’은 음악가와 대중이 가장 날카롭게 날이 선 상태로 서로를 바라보게끔 만드는 주제이다. 표절이 이슈로 떠오르는 순간, 음악가는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게 되고, 대중은 음악가를 향한 자신들의 마음이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가는 유사성만으로는 법적 의미에서의 표절을 주장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대중은 유사성을 근거로 법적 의미와는 관계없이 통념적 의미의 표절을 주장한다. 결국 표절에 대한 음악가와 대중의 관점의 차이로 인해 남는 것은 서로를 향한 실망과 상처뿐이다. 고 신해철의 주장이 이상적으로 들렸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표절’의 법률적 정의와 그에 대한 사회적 통념의 차이.

 

 

음악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즉 표절의 법률적 판단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8마디 가락”의 유사성만을 근거로 하지 않는다. 표절에 대한 판례들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원작”을 “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실질적 유사성”을 띈 복제물을 만들었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 특히, 실질적 유사성의 경우 가락, 리듬, 화음의 3요소가 어떻게 유사한 연속성을 가지는지에 따라 판단이 가능하다. 대중들이 통상적으로 비슷하다는 인상을 중심으로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는 별개로, 표절 여부를 법리적으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안테나 뮤직 소속의 박새별이 유희열의 표절 의혹에 대한 개인적인 심정을 밝힌 글에서 표절에 집중된 논의에 안타까움을 내비친 것 역시 표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표절을 판단할 수 있는 정량적 표준을 찾을 수 없으며, 음악의 저작권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음악의 내적 요인, 외적 요인, 그리고 심리적 요인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법률적으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다만, 이것이 통념적 개념의 표절을 주장하는 대중이 들어야 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그러한 법률적 논쟁은 저작권을 놓고 다투는 원고와 피고 대리인들 사이에서 오고 갈 말이지 않은가? 대중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다. 대중은 음악을 들어주는 이들이지 자신에게 감지된 유사성이 법률적 수준에서 어떠한지 따져야 할 책임은 없다. 물론, 지나친 표절 의혹 제기나 악의적 댓글 등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겠지만. 이것저것 재고 따져 가며 감시자가 될 수 있을까? 표절의 법률적 정의만 내세우는 것은 대중의 감시가 불편해 법이라는 테두리를 치고 막으려는 꼴이 아닌가?

 

오히려, 표절의 법률적 정의, 실질적 유사성 개념에 유의해야 하는 것은 음악가이다. 이에 근거해 음악가는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기 전 그에 대한 철저한 자기 검열을 시행해야 한다. 철저한 검증 과정이 있다면 유사성 의혹 또한 줄어들 테니, 결국 오늘날 불거지고 있는 표절 논의의 일차적 책임은 그동안 법률적 어려움을 핑계로 자기 검열에 소홀했던 음악가들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유희열의 입장문 내용은 아쉬웠다. 곡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대중에게 “동의하게 되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수동적 표현으로 대응한 것은,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유보한 태도이며, 대중의 감시망에 걸린 것에 대한 원망으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조목조목 따져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했더라면 대중의 감시와 팬들의 마음에 조금은 더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법보다 마음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만든 것의 태생을 안다. 그것이 온전히 새로운 창작물인지, 아니면 다른 창작물들의 편집본인지를 말이다. 물론 시간에 쫓기거나, 압박감에 시달리거나, 아니면 너무 많은 자료들을 참고한 경우, 순간적으로 그 구분이 흐려지는 경우가 있다. 분명 기존 창작물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음에도 자신의 새로운 창작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 창작을 마무리하고 검토하는 때가 되면, 순수한 창작물이 아닌 경우, 유사한 부분을 감지하게 되고 온 신경이 그곳에 집중된다. 그리고 딜레마가 시작된다. 다른 창작물들을 참고한 것을 밝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 앞에서 ‘순수한 창작물’이라는 말이 주는 유혹은 참 달콤하다. ‘이 정도는 괜찮아’, ‘이건 정말 모를 거야’와 같은 악마의 속삭임이 창작자의 눈을 가린다. 하지만, 알고도 모르는 척하며 넘기는 순간, 양심의 가책이라는 가장 가혹한 형벌이 창작자의 목을 쥐게 된다. 모두가 표절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가 줄 수 있다고 해도, 본인만은 결코 모른 척하고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중은 이 정도까지 당신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대중은 법의 잣대로 창작자를 재고 따지는 사람들이 아니라, 창작자의 진솔한 태도에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앞서 언급했던 안테나 뮤직의 박새별은 대중음악의 유사성에 대한 판단 유보를 부탁하며, “누구나 토이의 음악을 만들 수는 없다”라고 호소했다. 그래 그 말이 맞는다. 누구나 토이의 음악을 만들 수 없고, 그래서 유희열을 좋아한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유희열이 설령 다른 곡을 참고하여 작곡을 했다한들, 그의 음악을 들어줄 의향이 충분했을 것이다. 유희열이 어떤 작곡가의 곡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왜 편곡을 했는지를 진솔하게 밝혔더라면 말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대사 중 유독 이 글을 쓰며 곱씹은 것이 있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작권 침해에 관한 법률에는 창작자의 초조한 마음과 대중들의 섭섭한 마음에 대한 관심이 들어가 있을까? 법이 마음을 생각하게끔 하려면 그 법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가요계가 표절의 법률적 정의만을 놓고 왈가왈부하게 되면 창작자의 목을 조르고, 대중들의 마음을 베게 될 수밖에 없다. 조금만 “워, 워” 해보면 어떨까? 사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표절의 이슈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고 신해철이 그리던 건강한 쌍방향 소통의 시대가 조금은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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