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오래된 반지하 주택이 밀집되어 있던 저층 주거 지역의 재개발과 필로티 구조의 다세대 주택 건축으로 인해 반지하 주택이 대폭 줄어들면서 전국의 반지하 주택 거주 가구는 2005년 59만 가구에서 2020년 33만 가구로 함께 줄어들었다. 그 많던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들의 소득 수준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결국 또 다른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본문 중)

이성영(희년함께 상임대표)

 

지난 8월 8일, 서울의 기상 관측 이래 최고량이 쏟아진 폭우로 인해 저지대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어 거주자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는 대한민국 주거 취약 계층의 거주 공간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기록적인 폭우는 ‘지옥고’ 중 반지하 주택의 위태로운 주거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반지하 주택이란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 정의된 지하층을 거실로 사용하는 주택을 말한다. 이번 폭우에서 경험했듯이 반지하 주택은 화재 및 폭우 시 신속한 대피가 어렵고, 보안 미비, 환기의 어려움, 채광 부족, 습기 등 거주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위험할 뿐 아니라 거주 환경으로 적합하지 않음에도 여전히 서울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가 20만 가구가 넘는 이유는, 직장과의 접근성, 주거 비용 대비 면적 등과 같은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들 때문이다.

 

분단과 서울 집중의 산물, 반지하 주택

 

반지하 주택은 분단과 수도권 집중의 산물이다. 1953년 한국 전쟁 휴전 이후 대한민국은 항시 전시 준비 태세를 취해야 했다. 전쟁 발발 시 대도시의 수많은 인구를 대피시킬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인구 20만 이상의 도시에 200㎡ 이상의 건축물을 건축할 경우 지하층을 설치하도록 1970년에 건축법을 개정하였다. 방공호로 만들어진 지하층은 처음에는 창고나 보일러실로 사용되었지만, 해마다 서울로 40만 명씩 밀려드는 인구를 감당하기에 서울의 주택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지하층은 음성적으로 세입자들의 거주 공간이 되었다. 정부 역시 주택난 해소를 위해 1975년 건축법을 개정하여 환기, 기타 위생상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지하층을 거주 공간으로 합법화해 주었다.

 

1980년대에는 대도시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정부는 단독 주택을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지하층의 주택 활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였다. 건축법에서 지표면 아래 묻힌 깊이가 1/2 이상만 되면 지하층으로 인정해 주고, 지하층은 건축물의 층수에 넣지 않고, 용적률에 포함하지 않도록 해 주었기에 임대 수익을 높이고자 하는 토지주들은 다세대 주택 건축 시 반지하 부분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1980-90년대 활발했던 반지하 층을 포함한 다세대 주택 건축은 자동차에 의해 제동이 걸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도시의 주차난은 새로운 도시 문제로 부상한다. 주차난 해결을 위해 다세대‧다가구 주택 건설 시 주차장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1층에 주차장을 넣은 필로티 주택이 다세대 주택의 대표적인 유형이 된다. 건축구조 상 지하층을 설치하기 어려운 필로티 주택이 저층 주거 지역의 대표적인 건축 유형이 되면서 반지하 주택은 차츰 줄어들기 시작한다. 2020년 주거 실태 조사에 의하면 현재 전체 반지하 주택 중 2004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 95%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에 31만여 가구가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으며, 반지하 주택 거주 가구는 서울에 20만여 가구(61.4%), 수도권에 전체의 96%가 집중되어 있다. 반지하 주택 문제는 일자리와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수도권 집중화 문제와 맞물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반지하 주택 건축 무작정 금지는 풍선 효과만 일으킬 뿐

 

지난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사망하면서 언론과 정치권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이후 반지하 주택에 다시 눈을 돌렸다. 반지하 주택이 집중된 서울시의 수장인 오세훈 시장이 가장 먼저 반지하 주택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반지하·지하 공간의 주거용으로써의 건축 허가를 전면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도 10~20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사람이 살지 않는 창고·주차장 등으로 용도를 변경해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반지하 주택을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도 반지하가 좋아서 사는 게 아니다. 그들에게는 가족의 소득 상황과 직장과의 거리, 주거 면적 등 반지하 주택의 입지 및 주거 환경을 감안한, 현재 상황에서의 최선의 선택이다. 더 나은 주거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은 채 반지하 주택을 법으로 금지하겠다는 발상은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을 옥탑방, 고시원으로 수평 이동하는 풍선 효과만 일으킬 따름이다.

 

2000년대 이후 오래된 반지하 주택이 밀집되어 있던 저층 주거 지역의 재개발과 필로티 구조의 다세대 주택 건축으로 인해 반지하 주택이 대폭 줄어들면서 전국의 반지하 주택 거주 가구는 2005년 59만 가구에서 2020년 33만 가구로 함께 줄어들었다. 그 많던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들의 소득 수준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결국 또 다른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말이 아닌 돈이 말하는 반지하 주택 정책 방향

 

지옥고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 계층에게 더 나은 주거 선택지를 제공하는 역할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이 맡기는 어렵다. 주거 취약 계층의 주거의 질을 개선하는 일은 이윤 추구와 거리가 먼 일이기에 결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반지하 주택 문제 해결 방안으로 현재 반지하 주택에 물막이판을 설치하거나, 주거 급여를 제공하거나, 공공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등 주거 취약 계층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모두 공공의 재정이 들어가는 일이다.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선언과 반지하 주택 건축을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데는 공공의 재정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수십만 가구에게 더 나은 주거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는 공공 임대 주택 관련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5조 6천억 원 삭감되었다. 반지하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오세훈, 원희룡 장관 등 정부 여당 정치인들의 발언과는 배치되는 예산안이다. 주거 취약 계층이 거주하는 공공 임대 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 공공 임대 주택 공급을 줄인 채 반지하 주택을 없앤다면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에게 반지하에서 옥탑방, 고시원으로 옮겨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말이 아닌 돈으로 반지하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말과 돈이 가리키는 방향이 서로 다르면 돈이 가리키는 방향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보아야 한다. 돈은 말보다 정직하다.

 

참고 자료

최은영 외.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는 지옥고 실태와 대응 방안」. 한국도시연구소, 2022.

이후빈 외. 「비적정주거의 사회·공간적 특성과 주거지원 강화방안」. 국토연구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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