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공원이나 산책 길에서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계절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당장 서울에도 어린이대공원, 올림픽공원, 남산, 서울숲, 창경궁, 한강 일대 등 새들을 관찰하기 좋은 장소들이 많으며, 인상적인 자태의 철새들이 나타나곤 한다. 겨울의 한강에는 흰꼬리수리와 참수리, 큰고니가 매년 관찰되며, 도심 공원의 갈대밭에는 쇠부엉이와 칡부엉이가 몸을 숨긴 채 겨울을 난다. 여름의 창경궁에서는 원앙과 솔부엉이가 목격되며, 봄과 가을의 올림픽공원에서는 작고 귀여운 산새들을 만날 수 있다. (본문 중)

여호수아(녹색기술센터 관리원)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어느새 찾아온 가을,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면 줄지어 날아가는 새들이 보일 것이다. 동네에서 자주 보던 새와는 실루엣이 다르다고 느꼈다면, 본인의 눈썰미를 칭찬해도 좋다. 그 새들은 먼 시베리아에서 한반도까지 날아온 철새들이기 때문이다.

 

새들은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되지만, 이동 습성에 따라 텃새와 철새로 구분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텃새는 일정한 지역을 떠나지 않고 번식하고 월동하면서 일 년 내내 관찰되는 새들이고, 철새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만 관찰할 수 있는 새들이다. 올해까지 우리나라에서 관찰된 590여 종의 새들 가운데 텃새는 약 70종, 철새는 약 360종이며, 나머지 160여 종은 길을 잃고 불시착한 미조(迷鳥)이다. 즉, 우리나라에선 미조를 제외하더라도 철새가 텃새와 비교해 5배 이상 다양하게 관찰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조류 중에 철새의 비중이 이렇게까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의 한가운데 위치한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남쪽으로 호주에서부터 북쪽으로 시베리아까지 이르는 지역을 터전으로 하는 철새들이 필연적으로 지나게 되는 위치에 한반도가 자리하고 있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철새들이 많이 관찰되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선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다양한 철새들을 만날 수 있으며, 한반도 전역에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들이 분포하고 있기도 하다.

 

철새의 구분

 

철새는 관찰되는 계절에 따라 여름 철새, 겨울 철새, 나그네새(봄/가을)로 구분된다. 먼저 여름 철새는 여름 번식기를 한반도에서 보내고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 국가들로 이동해 월동하는 새들을 말한다. 꾀꼬리, 팔색조, 파랑새, 긴꼬리딱새와 같이 화려한 색감과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새들이 많아 눈이 즐겁지만, 다른 계절의 철새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관찰되는 종 수가 적다. 겨울 철새는 여름에는 북쪽의 시베리아 및 캄차카반도 등에서 번식기를 보내고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를 찾아와 월동하는 새들로, 매우 다양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백조(白鳥)라고도 불리는 고니류와 거대한 맹금류, 하늘을 수놓는 엄청난 수의 오리와 기러기들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나그네새는 봄에 번식을 위해 북상하거나 가을에 월동을 위해 남하하는 중에 우리나라를 잠깐 지나가는 새들로, 다양한 종류의 산새들과 도요·물떼새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사진: 겨울 철새 큰고니(한강)] photo by 여호수아

 

[사진: 여름 철새 파랑새(어린이대공원)] photo by 여호수아

 

[사진: 나그네새 흑꼬리도요(인천)] photo by 여호수아

 

철새는 어디서 볼 수 있나?

 

새삼스럽지만 새는 자유롭게 비행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즉, 동네 공원이나 산책 길에서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계절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당장 서울에도 어린이대공원, 올림픽공원, 남산, 서울숲, 창경궁, 한강 일대 등 새들을 관찰하기 좋은 장소들이 많으며, 인상적인 자태의 철새들이 나타나곤 한다. 겨울의 한강에는 흰꼬리수리와 참수리, 큰고니가 매년 관찰되며, 도심 공원의 갈대밭에는 쇠부엉이와 칡부엉이가 몸을 숨긴 채 겨울을 난다. 여름의 창경궁에서는 원앙과 솔부엉이가 목격되며, 봄과 가을의 올림픽공원에서는 작고 귀여운 산새들을 만날 수 있다.

 

만약 조금 더 본격적으로 철새를 보고 싶다면, 그때부터는 전국의 철새 도래지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 부산 을숙도, 창원 주남저수지, 창녕 우포늪, 순천만, 금강 하구, 서해안 갯벌과 무인도, 시화호, 철원 등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에서는 그곳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희귀하고 경이로운 새들을 마주치는 호사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철새 탐조에 있어 주의할 점은?

 

철새 탐조의 기본은 새들의 생태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려는 자세다. 철새들은 번식과 월동을 위해 기나긴 거리를 이동해 우리나라에 도착한 상태다. 생생하게 새들을 관찰하고 싶다는 마음에 지나치게 가깝게 접근하거나,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빛과 소음으로 새들의 휴식을 방해하는 행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생각해 보라,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새들은 다음 목적지까지 무사히 날아가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고, 번식을 방해받은 새들은 후대를 남기지 못하게 된다.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새들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면, 그것은 탐조가 아닌 학대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최소한의 준비물로서 자연색과 비슷한 계열의 의상, 적절한 거리에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필드스코프나 쌍안경 정도를 갖추는 것을 추천하며, 새들을 놀라게 할 만한 행동을 자제하고 희귀종의 위치는 공유하지 않는 등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한 작은 배려들이 지칠 대로 지친 철새들의 생존과 미래에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매년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정한 세계 철새의 날이다. 세계 철새의 날은 철새와 철새 서식지 보전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사람들의 관심이야말로 철새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혹시나 철새를 소개하는 이 짧은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겼다면, 적극적인 자세로 주변의 새들을 만나러 직접 떠나보자. 철새들을 만나는 것이 정말 경이롭고 기쁜 일인지 궁금해진 당신,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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