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 양형 위원회는 범죄 발생의 빈도수 및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스토킹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설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하였다.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의 양형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스토킹처벌법 개정 여부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토킹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설정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법원의 선고형은 법률이 규정한 법정형에 비해 낮은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문 중)

우미연(변호사, 기윤실 청년위원)

 

2021년 3월 23일, 스토킹에서 시작해 일가족 살인으로 번진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스토킹 처벌 입법을 촉구하는 강력한 국민적 요구가 일어났고, 이에 부응하여 ‘스토킹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스토킹처벌법은 1999년 국회에서 최초 발의된 이후 수많은 논의를 거치다가, 결국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여 22년 만에 도입되었고, 지난 2021년 4월 20일에 제정되어 같은 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후로도 날이 갈수록 점차 스토킹 범죄 신고 및 검거 건수가 많아질 뿐만 아니라, 스토킹이 폭행, 감금, 강간, 살인 등 신체와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스토킹은 피해자의 일상을 짓밟고 공포심과 불안감을 일으키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 확립되었다. 그리고 최근 2022년 9월 14일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인해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제고되었고, 기존 스토킹처벌법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개정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신당역 살인 사건의 가해자인 전주환은 2019년 11월부터 약 2년 동안 350회 이상 전화와 문자로 피해자를 스토킹하였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자신을 고소한 이후에도 20회 가량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하였고, 스토킹처벌법 및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촬영물 등 이용 강요, 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소지)로 기소된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연락하였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고소 다음날인 2021년 10월 8일 경찰에 긴급체포 되었으나, 법원이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우려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사유로 구속 영장을 기각하여 석방되었다. 1심 선고일 전날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가해자는 당일 밤 9시경, 신당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피해자를 뒤쫓아 가 역사 내 화장실에서 흉기로 살해하였다. 가해자는 자신이 처벌받는 것이 피해자 때문이라고 생각해 피해자를 원망하여 살해하였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건의 경과는, 만약 가해자가 구속 상태였다면,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제대로 격리되었더라면, 스토킹 범죄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었다면,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참담한 결과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과 비판을 일으켰다.

 

신당역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했다. 가해자를 두 차례 고소하였고,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였다. 고소 후에는 한 달간 경찰의 신변 보호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피해자의 요청으로 신변 보호가 연장되지 않고 종료되었다. 이에 대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워치 추적은 피해자의 사생활이 노출될 우려가 있고, 피해자 전담 경찰관의 지속적인 연락은 피해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또한, 경찰의 수사 인력이 자신 때문에 낭비된다는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피해자로서는 신변 보호 조치를 연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 중심의 보호 조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가해자 중심의 감시 조치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의 각 내용은 피해자 보호 및 사후 강력 범죄 가능성 축소를 위한 실효적 방법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개정안 중 여러 의안에 동일하게 포함된 내용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고, ‘긴급 응급조치 내지 잠정 조치로 위치 추적 전자 장치 부착을 추가’하고, ‘긴급 응급조치 불이행 시 과태료 규정을 벌칙으로 변경’한다는 것인데, 정당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해당 내용들은 최초 법 제정 당시 논의되었다가 폐기된 주장이거나 전혀 논의되지 못할 정도로 고려하기 어려웠던 사항들이라서 법 개정 과정에서 숙고하고 제반 여건을 검토해야 할 내용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지 입법부가 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을 적용하는 현실상의 한계가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스토킹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서는, 입법‧사법‧행정의 삼각 공조가 필요하다.

 

최근 대법원 양형 위원회는 범죄 발생의 빈도수 및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스토킹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설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하였다.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의 양형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스토킹처벌법 개정 여부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토킹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설정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법원의 선고형은 법률이 규정한 법정형에 비해 낮은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관이 합리적으로 형을 정할 수 있도록 참고할 기준으로 마련된 대법원 양형 기준의 내용이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되어 현저히 가볍다는 지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기준이 설정될 지 지켜보아야 한다.

 

또한, 행정부에서는 실효성 있는 개정법의 시행과 집행을 위해 추가적인 인력 충원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구속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전자보석제도’는 이미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전자장치부착법 제31조의2), 법무부는 전담 인력을 따로 두지 않은 채 기존 전자 장치 관리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고, 스토킹범죄 피해자에 대한 전담 검사 및 전담 경찰관을 두도록 하였으나, 별도로 채용하지 않은 채 기존 수사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정 시설 과밀화 완화를 위해 구속 제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도 전자보석/전자석방 제도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교정 시설 신축, 관리 비용 및 교정 인력 확보 등에 소요될 예산을 해당 제도 운영을 위해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국가 예산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떠한 방법으로 전자 장치 부착 제도가 시행되든지,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과 관련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스토킹 범죄와의 전쟁은 입법(법률 개정) 뿐 아니라, 행정(수사, 집행, 보호 관찰)과 사법의 삼각 공조가 이루어질 때만 승리할 수 있으며,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동력은 바로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목소리다.

 

※ 스토킹처벌법 관련 이슈들에 대한 더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 글을 참조해 주세요.

우미연, “신당역 살인 사건 그 이후: 스토킹 범죄와의 전쟁을 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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