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연(기윤실 청년위원, 변호사)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기까지>
지난 2021년 4월 20일에 제정되어 같은 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1999년 국회에서 최초 발의된 이후 수많은 논의를 거치다가 결국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여 22년 만에 도입되었다.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기까지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① 스토킹 행위의 정의와 범주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② 스토킹이 애정 표현(구애 행위)의 일환으로서 상호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인식, ③ 이미 스토킹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라 ‘지속적 괴롭힘’으로 처벌(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 ④ 스토킹이 경범죄를 넘어 일반 범죄/중범죄로 처벌될만한 가벌성 있는 행위인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임재우 기자(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537579)
그러나 날이 갈수록 점차 스토킹 범죄 신고 및 검거 건수가 많아질 뿐만 아니라, 스토킹은 이후 폭행, 감금, 강간, 살인 등 신체와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범죄로 이어지면서 점차 ‘스토킹은 피해자의 일상을 짓밟고 공포심과 불안감을 일으키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 확립되었다. 국회에서는 1999년, 2003년, 2005년, 2009년, 2012년, 2013년, 2015년, 2016년(3건), 2017년, 2018년, 2020년(8건), 2021년(2건)에 걸쳐 총 22건의 관련 법안의 제정 의안이 발의된 바 있고, 2021년 3월 23일 스토킹에서 시작해 일가족 살인으로 번진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스토킹 처벌 입법을 촉구하는 강력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여 해당 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 국회 의안번호 2115426 여성가족위원회 검토보고서 내용 중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스토킹처벌법은 2020년 6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국회의원들과 정부가 발의한 10개의 각 법률안의 내용을 통합‧조정한 ‘대안 의안’으로 최종 제정되었고, 당시 대안 의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2차례) 및 법제사법위원회(1차례) 회의를 통해 해당 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물론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법무부차관, 경찰청차장, 법원행정처차장의 의견이 서로 조율된 바 있다. 스토킹 행위가 무엇인지, 스토킹 범죄는 무엇인지, 스토킹 피해자의 범위는 어떻게 설정할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긴급응급조치 및 예방응급조치/잠정조치를 어떻게 마련할지, 반의사불벌죄로 해야할지 등의 논의가 심도있게 이루어졌고, 자구 하나까지 세밀하게 조정되어 현재 시행 중인 법률 내용으로 합의되었다. (21대 국회회의록 – 385회)
<스토킹처벌법의 문제점과 개정 필요성>
그러나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어렵게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에 대해서 다시금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2022년 9월 14일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인해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제고되고, 스토킹처벌법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당역 살인사건의 가해자인 전주환은 2019년 11월부터 약 2년 동안 350회 이상 전화와 문자로 피해자를 스토킹하였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자신을 고소한 이후에도 20회 가량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하였고, 스토킹처벌법 및 성폭력 처벌법(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촬영물 등 이용 강요, 카메라등이용촬영물 소지)로 기소된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연락하였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고소 다음날인 2021년 10월 8일 경찰에 긴급체포 되었으나, 법원이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여 석방되었다. 1심 선고일 전날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가해자는 당일 밤 9시경 신당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피해자를 뒤쫓아가 역사 내 화장실에서 흉기로 살해하였다. 가해자는 자신이 처벌받는 것이 피해자 때문이라고 생각해 피해자를 원망하여 살해하였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건의 경과는, 만약 가해자가 구속상태였다면,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제대로 격리되었더라면, 스토킹 범죄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었다면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참담한 결과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과 비판을 자아냈다.
▲ 한국일보, 강준구 기자(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92911370004100)
신당역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했다. 가해자를 두 차례 고소하였고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였다. 피해자의 고소 후 1달간 경찰의 신변보호조치가 이루어졌으나, 피해자의 요청으로 신변보호가 연장되지 않고 종료되었다. 이에 대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워치 추적은 피해자의 사생활이 노출될 우려가 있고, 피해자 전담 경찰관의 지속적인 연락은 피해자의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또한, 경찰의 수사인력이 자신 때문에 낭비된다는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피해자로서는 신변보호조치를 연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 중심의 보호조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가해자 중심의 감시조치가 추가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스토킹처벌법의 개정안 및 스토킹피해자 보호법의 내용>
신당역 살인사건 발생 이전부터도 스토킹처벌법의 개정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주장되었다. 2021년에 8건, 2022년에 12건의 개정 의안이 국회에 발의되었고, 이와 별개로 스토킹 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법률이 2022년에 정부안(의안번호 2115426) 및 의원안(의안번호 2115317)으로 각 1건씩 발의되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20건의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고, 스토킹 피해자보호법 제정안 2건의 내용은 표와 같다.
①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제18조 제3항 삭제(의안번호 2117397, 2117508, 2117580, 2117706, 2117740), ②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내지 위치 확인 조치(의안번호 2115964, 2117397, 2117580, 2117796 – 잠정조치, 의안번호 2117466, 2117508 –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 의안번호 2117740 – 긴급응급조치는 임의적, 잠정조치는 필요적), ③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 청구에 있어 검사의 경유절차 삭제(의안번호 2115524), ④ 긴급응급조치 기간을 2개월로 연장(의안번호 2117642), ⑤ 잠정조치 기간을 6개월로 연장(의안번호 2117580), ⑥ 법원에 대한 피해자의 직접적 잠정조치 청구권(의안번호 2117706), ⑦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가 취소, 변경되는 경우 피해자 및 스토킹행위자에게 통지(의안번호 2116258), ⑧스토킹행위자와 피해자가 동일 생활권에 속한 경우 그 관리자에게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통지 및 피해자 보호 위한 조치의무 부과(의안번호 2117508), ⑨ 긴급응급조치 불이행 시의 과태료 규정을 벌칙으로 변경(의안번호 2117466, 2117740, 2117642), ⑩ 스토킹행위 개념으로 ‘주거, 직장, 학교 등의 장소나 온라인 공간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의 개인정보 또는 성범죄에 이용할 의사로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수집, 기록, 저장, 보유, 가공, 편집하는 행위’를 추가(의안번호 2117508), ⑪ 진행 중인 스토킹 행위에 대해 신고받은 경우 현행범체포 등 범죄수사 조치의무(의안번호 2117642), ⑫ 잠정조치로 전자장치 부착된 스토킹행위자가 피해자와 일정 거리로 접근한 경우 피해자와 경찰이 즉시 인지하도록 조치(의안번호 2117706) ⑬ 긴급응급조치 시 접근금지 대상에 피해자 뿐 아니라 그의 동거인과 가족 포함(의안번호 2117642) 등이다. 개별 개정안의 내용은 각기 달라서 결국 ‘대안 의안’로 종합하여 국회에서 의결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 국회 의안번호 2115426 여성가족위원회 검토보고서 내용 중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스토킹처벌법 개정에 대한 제언>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의 각 내용은 피해자 보호 및 사후 강력범죄 가능성 축소를 위한 실효적 방법으로 보인다. 정당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법 개정 전에 깊이 숙고하고 제반 여건을 검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개정안 중 여러 의안에 동일하게 포함된 내용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고, ‘긴급응급조치 내지 잠정조치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추가’하고, ‘긴급응급조치 불이행 시 과태료 규정을 벌칙으로 변경’한다는 것인데, 해당 내용들은 이미 법 제정 당시 논의되었다가 폐기된 주장이거나 전혀 논의되지 않을 정도로 고려하기 어려웠던 사항이다.
○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 여부
먼저, 스토킹처벌법 제정 당시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취지는 스토킹의 정의와 관련이 있다(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 의사를 밝히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죄를 말한다). 위 법 제2조 제1호에서는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각 목)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접근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에, 결과적으로 사회 일반의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에 기초해서 처벌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일관성에 기초한 것이다. 또한, 사적으로 해결할 현실적 필요성도 있기에 피해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것이 스토킹범죄 특성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실무상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 내지 처벌불원의사를 강요하거나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고 폭력에 나아가는 등 2차 가해 문제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하였으나, 당시 법을 제정하는 상황에서는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일단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혹시 이후 처벌불원의사로 인한 사회적 논란이 새로 제기되면 사후에 개정 논의를 하기로 정리하였다. 다만, 반의사불벌죄 논의에 앞서 친고죄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으나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스토킹 범죄를 친고죄로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385회 –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제1차, 제2차)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된 죄는 스토킹처벌법 상 흉기를 휴대하지 않은 일반 스토킹범죄의 경우 외에도, 형법상 폭행/존속폭행, 과실치상, 협박/존속협박, 명예훼손/출판물등이용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재물손괴/업무상과실치상,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 부정수표단속법상 과실부정수표발행/지급불가, 지적재산권 중 특허권, 디자인권, 실용신안권 등 침해, 주민등록법상 가족 간 주민등록번호 부정사용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국가형벌권을 행사함에 있어 친고죄와 더불어 반의사불벌죄에 의해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국가형벌권 행사의 절대성과 권위만을 고집함으로써 나타나는 형식적 획일성과 비형평성을 완화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반의사불벌죄가 피해자에게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며, 그 현실적 필요성은 실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가 검사의 기소를 위한 소추조건이 되는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단순히 양형(감경)사유로 참작되는 일반 범죄의 경우보다 가해자로 하여금 조속히 피해를 변제하고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유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가해자가 처벌받아 전과자가 되는 것에 우려가 있는 피해자의 경우 차마 범죄 사실을 신고하지 못하는데, 반의사불벌죄는 일단 신고한 이후 수사단계에서 가해자의 개선 여하에 따라 사후적으로 처벌불원의사를 밝혀 수사를 종결할 수 있기에, 피해자의 의사가 적극 반영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가해자를 위해 범죄 신고를 망설이지 않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측면도 있다.
이상과 같이 일반 스토킹범죄가 반의사불벌죄인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 관계를 고려하여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피해자에게 범죄 소추 여부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한편, 처벌불원의 의사를 억지로 강요받거나 가해자가 처벌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그릇된 심리를 형성하는 데 구실이 되는 부작용을 동시에 지닌다. 따라서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할 것인지 여부는 그 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와 ‘스토킹범죄’를 각 정의하고 있으며, ‘스토킹범죄’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스토킹범죄는 그 자체로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라는 행위의 속성을 전제하고 있는바, 일회성 또는 단발성 스토킹행위는 범죄로 의율되지 않는다. 1회의 범행으로도 범죄가 성립하는 다른 일반 범죄와는 그 행위 양태와 속성이 전혀 다르다. 스토킹범죄는 장기간 또는 수차례 고의적으로 불법을 자행한 위험성과 반사회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것이며, 현실적으로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매우 많다는 사실 역시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반의사불벌죄의 의의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스토킹범죄의 속성을 고려할 때 오히려 피해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2차 가해의 우려가 더 크다고 할 것인바, 반의사불벌죄 규정은 삭제해야 한다고 본다.
▲ 동아일보, 이기욱 기자, 이소정 기자(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454069)
○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하여
스토킹처벌법 상 스토킹행위자에 대해서는 긴급응급조치(제4조) 및 잠정조치(제9조)를 할 수 있다. 긴급응급조치는 경찰이 스토킹행위 신고 시 스토킹 범죄의 예방을 위해 긴급을 요하는 경우 선조치 후 판사의 사후 승인(검사에게 승인 청구를 신청하여야 함)을 받는 것으로서 ‘100m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1개월 내)’를 내용으로 하고, 잠정조치는 검사가 스토킹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법원에 청구하여 법원이 결정하는 것으로서 ‘서면 경고, 100m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2개월 내, 2차례 연장 가능)’,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1개월 내)’를 그 내용으로 한다. 개정 의안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또는 위치 확인 조치)을 잠정조치에 추가하거나, 잠정조치와 긴급응급조치 모두에 추가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편, 최근 법무부에서 입법예고한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서는, 전자장치 부착명령 대상 범죄(현재 성폭력범죄,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 살인범죄, 강도범죄)에 스토킹범죄를 추가하고, 법원이 부착명령을 선고하는 경우 ‘피해자 등 특정인에 대한 접근금지’를 필요적으로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부칙 규정으로 법 시행 전에 저지른 스토킹범죄에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주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검사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데, 법원은 해당 범죄사건의 판결과 부착명령 청구사건의 판결을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위 법 제9조 제5항).
국회의원들의 스토킹처벌법 각 개정안과 법무부의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은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의 시기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먼저, 긴급응급조치에 전자장치 부착이 추가되는 경우, 특정인에 대해 스토킹행위자라는 신고만 있으면 경찰이 즉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게 된다. 이후 48시간 내에 검사의 청구를 거쳐 판사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사후 승인이 있지 않으면 즉시 긴급응급조치를 취소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일방적 신고에 의해 즉시 범죄자로 취급되어 일단 먼저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은 때로 무고한 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잠정조치에만 전자장치 부착을 추가하자는 의안은 바로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잠정조치는 선조치 후 승인이 아니라, 법원의 결정 후 집행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타당성이 있다. 또한, 현행법상 잠정조치의 내용으로 스토킹행위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함으로써 인신을 구속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보다 신체의 자유를 덜 침해하는 전자장치 부착은 추가할만 한 조치로 보인다. 직접적인 신체의 유치보다는 신체의 자유를 일정 정도 허용하는 수단이 추가되면 법원이 잠정조치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다만,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는 1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다른 잠정조치와는 달리 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자장치 부착의 경우에도 1~2개월을 초과하여 조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당역 살인사건과 같이 스토킹범죄로 고소한 지 수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2차 가해를 하면 범행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 자체보다 그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관해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입법이 되면 사후 위헌법률심판으로 법률 규정이 무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편, 법무부의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은 앞서 본 스토킹처벌법 개정안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킹범죄에 대한 판결 선고와 동시에 전자장치 부착명령에 대해 선고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토킹범죄 신고시부터 스토킹범죄에 대한 판결 선고시까지의 기간 동안 추가 범행을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결국, 스토킹범죄 판결 선고 시까지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는 스토킹처벌법의 개정이 필요하고, 스토킹범죄 판결 이후의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는 전자장치부착법의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법률이 모두 개정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잠정’조치로서 스토킹범죄 신고 시부터 판결 선고 시까지 계속하여 무기한 스토킹행위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은 위헌성의 소지가 있기에 기간을 어떻게 제한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고, 이 경우 근본적인 대책이 될지도 미지수다.
사실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문제는 결국 구속되지 않은 피의자/피고인의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2차 가해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방법이다. 우리 헌법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제27조 제4항)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와 피고인에 대해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구속 사유를 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구속 사유(제70조)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로 규정되어 있고, 이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여야 한다. 즉, 수사와 재판에 출석하지 않거나 증거를 인멸하여 당해 수사나 재판에 방해가 되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만을 정한 것이다. 재범의 위험성과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가 구속 사유가 아니라 단지 고려사항으로 규정된 것은, 이미 발생한 해당 사건의 수사와 재판에 직접적인 방해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독자적인 구속 사유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일견 타당한 의견이지만, 아직 발생하지 않은 범죄를 미리 예단하여 인신을 구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위헌성 논란이 있고, 범죄 예방 차원에서의 구속 사유라는 점에서 이미 발생한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위한 구속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 정점식 의원실 제공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시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조건부 석방제’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명 ‘조건부 석방제’란 구속영장 발부 내지 기각이라는 현 영장제도의 이원적 판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정한 조건을 붙여 석방하는 제도이다. 구속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전자보석제도’는 이미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전자장치부착법 제31조의2). 법원은 전자보석 결정시 재택구금‧외출제한‧주거제한‧피해자 접근금지 등 전자보석대상자의 특성을 감안한 차별화된 조건을 부과하며, 피고인은 스마트워치 방식 손목시계를 부착한 채로 석방된다.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서도 구속적부심사 단계에서 보석(보증금 납입 조건으로 석방) 결정을 할 때, 주거제한‧지정된 일시 장소에 출석의무‧그밖의 적당한 조건을 부가할 수 있으나, 전자장치 부착이라는 조건을 부가할 수는 없다. 전자장치부착법에서는 형사소송법 제98조 제9호에 따른 보석조건으로 피고인에게 전자장치 부착을 명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어서,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보석조건으로 전자장치 부착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건부 석방제’는 미구속된 피의자/미구속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 조건을 부가하여 석방하는 제도로서, 기존의 구속된 피의자/구속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조건부 보석제’와 다르다. ‘조건부 석방제’를 도입하고 전자장치 부착이라는 조건을 부가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는 일명 ‘전자석방제도’라고 지칭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미구속 피의자/미구속 피고인에 대한 ‘전자석방제도’를 도입한다면,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보석 시 전자장치 부착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과의 균형을 고려하여 구속 피의자에 대한 ‘전자보석제도’ 역시 도입되어야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단지 스토킹범죄 뿐 아니라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토킹범죄와 비견할만한 중한 범죄의 경우에도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에 부합하면서도 인신 구속보다 자유를 덜 침해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무죄로 추정되는 사람에 대해 장래 범죄를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장기간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당시 전자장치 부착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는 것 같다. 이는 헌법상 무죄로 추정되는 피의자와 피고인을 과하게 감시한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실적 필요에 의해 도입 여부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점차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스토킹처벌법 상 긴급응급조치 내지 잠정조치로서 전자장치를 부착하든지,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스토킹범죄 판결 선고와 동시에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판결하든지, 조건부 석방제로서 ‘전자석방제도’를 도입하고 구속 피의자에 대한 ‘전자보석제도’를 도입하든지, 어떠한 경우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는 제도 시행에 따라 수반되는 현실적인 여건과 필요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자보석제도’가 시행되었으나 법무부는 전담 인력을 따로 두지 않은 채 기존 전자장치 관리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고, 스토킹범죄 피해자에 대한 전담검사 및 전담경찰관을 두도록 하였으나 별도로 채용하지 않은 채 기존 수사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정시설 과밀화 완화를 위해 구속제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도 전자보석/전자석방 제도의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 만큼, 해당 제도가 도입되지 않는 경우의 교정시설 신축, 관리비용 및 교정인력 확보 등에 소요될 예산을 해당 제도 운영을 위해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국가 예산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방법으로 전자장치 부착제도가 시행되든지,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과 관련 예산 확보가 필수적인바 제반 여건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 긴급응급조치 불이행 시 과태료 규정을 벌칙으로 변경
현행 스토킹처벌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긴급응급조치(검사가 사후승인 청구하지 않거나 판사가 사후승인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를 불이행하는 사람에게는 1천만원 과태료를 부과한다(제21조 제1항). 최초 청부 안에서 판사의 사전승인을 받는 예방응급조치 위반 시 형벌을 부과하고, 경찰관의 선조치 후 사후승인을 받는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한 이유는, 판사의 사후승인을 받지 못하면 가벌적 행위가 사후에 불가벌적인 행위가 되어 형벌의 대상인 구성요건 해당 여부가 달라지므로 형벌 부과가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경찰청의 의견은 스토킹처벌법은 위하력 있는 금전적 징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에서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주장하였으나, 위와 같은 이유에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기존 의안보다 상향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그러나 현행법상 불이행시 과태료가 부과되는 긴급응급조치는 이미 판사가 사후승인을 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서, ‘판사의 사후승인을 받지 못한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한 행위’는 처음부터 가벌성 있는 행위라고 할 수 없는바, 과태료 규정을 벌칙으로 변경하더라도 가벌적 행위가 불가벌적 행위로 전환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판사의 사후승인까지 받은 조치에 대한 위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잠정조치 불이행 시 벌칙(2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한 것과 균형을 맞추어 긴급응급조치 불이행 시에도 과태료보다 벌칙(1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385회 –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제2차)
<스토킹 범죄와의 전쟁, 입법‧행정‧사법의 삼각 공조가 필요하다>
스토킹처벌법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비례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아야 하고, 다른 법률 규정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견지에서 자구 하나까지 세심하게 논의한 끝에 제정되었으며, 법 시행과 동시에 많은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가해자들에게는 위하력을 가진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킹처벌법은 여전히 미비하거나 불완전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신당역 살인사건 이후 다시금 스토킹범죄 근절 여론에 힘입어 다양한 법 개정 요구와 제도적 보완책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단지 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법 현실상의 한계가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범죄 발생의 빈도수 및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스토킹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하였다.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의 양형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스토킹처벌법 개정 여부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토킹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법원의 선고형은 법률이 규정한 법정형에 비해 낮은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관이 합리적으로 형을 정할 수 있도록 참고할 기준으로 마련된 대법원 양형기준의 내용이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되어 현저히 가볍다는 지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기준이 설정될 지 지켜보아야 하겠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실효성 있는 개정 입법의 시행과 집행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력 충원과 예산 확충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스토킹범죄와의 전쟁은 입법(법률 개정) 뿐 아니라 행정(수사, 집행, 보호관찰)과 사법의 삼각공조가 이루어질 때만 승리할 수 있으며, 그리고 그 동력은 바로 국민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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