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천체이지만, 우리는 달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여전히 많다. 기록에 남아 있는 달에 대한 가장 오래된 과학적 연구는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타르쿠스(Aristarchus)가 행한 것이다. 그는 월식 때 달에 비친 지구의 모습을 이용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지구 반지름의 60배로 계산했다. 실제로 55~63배이니 아주 정확한 계산이었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달에 대해 우리가 더 알아야 할 것들

-아르테미스 우주 탐사 계획에 즈음하여-

 

11월 16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우주선 아르테미스(Artemis) 1호가 여러 차례 연기 끝에 마침내 발사에 성공했다. 이 우주선 발사는 미국 주도하에 우리나라 등 12개국 이상이 공동 참여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라는 달 탐사 계획의 첫 단계이다. 30층(98m) 높이의 거대한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 ‘오리온’ 우주선에는 사람 대신 마네킹이 달 궤도까지 왕복하면서 각종 우주 적응 실험을 하게 된다. 2024년에는 사람이 탑승해서 같은 실험을 한 다음, 2025년쯤 달 남극으로 사람들을 보낼 예정이다. 이때 달에 갈 우주인에는 처음으로 여성과 유색인이 포함될 예정이라서 이 계획을 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라 했다는 후문이다.

 

인간은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에 의해 달에 처음 발을 디딘 이후, 1972년 아폴로 17호까지 6차례 달을 방문했다. 이제 그때 이후 지난 50년간의 비약적인 과학과 기술의 발달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다시 달에 가려는 것이다. 달 남극을 탐사하여 화성이나 더 먼 우주로 나아갈 우주 전진 기지를 건설하고, 헬륨이나 희토류 금속 등 중요 자원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8월 5일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12월 17일 달 상공 100km 궤도 진입을 목표로 현재 항해 중이다. 무사히 달 궤도에 도착하면 내년 2023년 1년간 달 남극 등 표면을 관측하여 아르테미스 호가 달에 착륙할 지점을 찾고, 물의 유무를 비롯해 달의 자원을 탐사하게 된다.

 

 

달은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천체이지만, 우리는 달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여전히 많다. 기록에 남아 있는 달에 대한 가장 오래된 과학적 연구는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타르쿠스(Aristarchus)가 행한 것이다. 그는 월식 때 달에 비친 지구의 모습을 이용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지구 반지름의 60배로 계산했다. 실제로 55~63배이니 아주 정확한 계산이었다. 최초의 근대적 관측은 1610년 갈릴레이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때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여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매우 불규칙한 것을 발견하였다. 잘 알려진 대로, 이 관측은 당시까지 하늘의 천체는 완전하다는 사람들의 믿음을 흔들게 된다. 17세기 말, 핼리 혜성을 발견한 핼리(Edmund Halley)는 지구와 달의 운동이 케플러의 법칙을 따른다면 조석 현상, 일식 및 월식 현상이 규칙적이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고대 문서들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달의 궤도운동이 100년에 10초 정도 빨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원인은 그로부터 100년 뒤에나 밝혀지는데, 달의 인력으로 조석 운동을 하는 바닷물이 지구와 마찰을 일으켜 지구의 자전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고, 그 결과 달은 지구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면서 달의 궤도운동 속도는 조금씩 빨라지게 된 데서 비롯된다. 실제로 1969년 아폴로 12호가 달에 설치한 반사경을 통해 달이 매년 3.8cm씩 지구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현재 달에 의한 조석 현상으로 지구의 자전은 100년에 약 0.002초씩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이론도 다양하다. 찰스 다윈의 아들인 조지 다윈(George Darwin)은 1878년, 위의 논리에 따라 지구 역사의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달은 지구 가까이 있었을 것이고,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랐을 것이라고 했다. 이 추론으로 나온 달의 기원 이론이 달이 지구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분열설’(또는, 분리설)이다. 1873년 프랑스 천문학자 에두아르 로슈(Edouard Roche)는 지구와 달이 동시에 만들어졌다는 ‘동시 생성설’을, 1909년 미국 천문학자 토마스 시(Thomas Jefferson Jackson See)는 지구 주위의 작은 행성 하나가 지구에 끌려 달이 되었다는 ‘포획설’을 제안했다. 현재 널리 받아들이는 이론은 1970년대 등장한 ‘충돌설’로, 지구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화성 정도의 물체(테이아)가 지구와 충돌하면서 달이 되었다는 주장으로 달에서 가져온 월석(月石) 분석이나 컴퓨터 모의실험 등을 통해 그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다.

 

달은 우리에게 무척 친근한 천체이다. 농업이나 어업과도 관련이 있어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왔다. 달이 없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될까? 달빛이 없다면 밤은 당연히 어두울 것이고, 밀물과 썰물의 크기가 현재의 3분의 1 정도로 줄어들어 갯벌에 몸을 의탁해 사는 조개와 같은 해안 생물이 살아가기 어렵게 될 것이고 그러면 육지에서 밀려온 오염물의 분해가 어렵게 될 것이다. 야행성 동물들의 생존과 달의 공전 주기에 맞춰 짝짓기를 하는 종들에게도 큰 어려움이 생겨 생태계가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23.5도로 기울어진 지구의 자전축이 달의 중력 때문에 안정화되어 있는데 그것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문제가 아주 심각할 것이다. 달이 없으면 지구 자전축이 팽이처럼 요동쳐 지구의 사계절이나 안정된 기후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1) 이렇게 볼 때 거대한 태양에 비해서는 미미해 보일지라도 달이 우리 인간과 지구 생명체의 안정적 삶에 얼마나 큰 원천인가를 알 수 있다. 2022년 들어 본격화된 달 탐사를 보면서 시편 121편 6절의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아니하리로다”라는 말씀을 다시 되새겨 본다.

 


1) Laskar 등, “Stabilization of the Earth’s obliquity by the Moon”, Nature, 361, 615-7 (1993) (1993년 2월 18일자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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