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는 많은 양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풍성한 자연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습지를 효과적으로 보존하면 생물 종의 다양성을 증대시킬 수 있고, 각종 수산 및 어족 자원을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다. 습지는 연안과 내수면의 수질을 정화하기도 하며, 지하수를 충전하여 수량을 조절하고 홍수 방지에도 기여한다. (본문 중)

이인식(우포자연학교 교장)

 

글쓴이가 살고 있는 낙동강 주변에는 습지가 유난히 많았다. 낙동강과 남강, 황강 등은 사행천(구불구불한 모래톱이 풍부한 하천)이어서 함주지(咸州誌)1)에 “오키나와 물소를 들여와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남강이 범람해 침수가 잦은 땅에, 사는 사람은 줄고 물소만 늘어났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과거 동남아시아 국가인 필리핀과 베트남 등을 상징하는 동물이 물소였다. 농사를 많이 짓는 데다 비가 자주 오는 곳에서는 물소가 가장 중요한 동물이다. 지금도 동남아와 오키나와섬에는 물소로 농사를 짓는 곳이 많다. 산업화로 둑을 쌓아 농경지를 만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물소가 농사를 짓는 일은 없어졌다. 즉, 습지에서 벼농사를 짓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제방 쌓기와 갯벌 매립 정책 등으로 강 모래톱과 갯벌이 사라지면서, 기후 위기 시대에 습지 생태계 회복이라는 중요한 시대적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제11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의 ‘기후 변화와 습지’ 결의안(2012)은 습지의 탄소 저장 능력 등 습지가 기후 변화 완화 및 적응 기능이 뛰어남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국제적으로 표명한 중대한 결의였다.

 

람사르 협약은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으로, 1971년 이란 카스피해 인근 람사르에서 첫 국제회의가 열렸다. 습지(濕地, wetland)는 물에 따라 동식물의 생활과 주변 환경이 결정되는 곳이며, 일 년 중 일정 기간 이상 물에 잠겨 있거나 젖어 있는 지역으로, 담수, 기수,2) 또는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다. 간조 시에 수심의 6미터를 넘지 않는 해역도 포함한다. 정기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홍수에 잠긴 토양 때문에 생태학적 균형을 갖춘 자연 생태계이다. 이러한 생태계는 민물이 있는 곳이나 바닷물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습지는 많은 양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풍성한 자연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습지를 효과적으로 보존하면 생물 종의 다양성을 증대시킬 수 있고, 각종 수산 및 어족 자원을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다. 습지는 연안과 내수면의 수질을 정화하기도 하며, 지하수를 충전하여 수량을 조절하고 홍수 방지에도 기여한다. 또한, 자연 교육, 생태 관광, 레크리에이션 및 각종 연구 활동을 위한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에 더하여 현대인들의 삶에 부족한 풍부한 감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심미적, 경관적 가치도 매우 크다.

 

 

지난 11월 5일부터 13일까지 제14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가 중국과 스위스의 공동 개최로 중국 우한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중국은 코로나 방역 때문에 비대면으로 개최하고, 스위스는 대면 총회를 가졌다. 이번 총회에는 172개 당사국이 참여하였고, ‘사람과 자연을 위한 습지 행동’을 주제로 13개국 25개 도시가 ‘람사르 습지 도시 인증서’ 수여식과 부대 행사를 가졌다. 이번에 발표된 우한 선언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호소했다.

 

  • 습지의 보호·복원·관리 및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입법과 법 집행을 추진할 것

  • 습지와 그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평가하고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

  • 습지와 그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재정적 가치를 평가할 것

  • 도시와 교외 지역의 습지를 보호·복원·관리하고 상황을 참작하여 습지 공원 또는 습지 교육 센터를 건립할 것

  • 사회·경제·환경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습지 보호와 복원 조치를 취할 것

 

 

또한 이번 총회에서는, 습지 교육의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공유, 실행하기 위하여 우리나라가 주도하여 제안한 ‘공교육 분야에서의 습지 교육’, ‘람사르 협약의 습지 도시 인증제 개선’ 등의 결의문 초안도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학교 교육에서 습지 교육을 중요하게 다루고, 교육 기회를 늘리며, 국가의 지원 등을 독려하기 위해 ‘공교육 분야에서의 습지 교육’ 결의문 초안을 작성하여 올해 5월에 스위스 글랑에서 개최된 제59차 상임위원회에서 발의했다. 당시 상당수 당사국들이 우리나라와 중국이 제안한 결의안에 강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이번 총회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지고 통과되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172개 회원국들은 학교 현장에서 습지 생태계의 중요성과 기후 위기 시대에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한 방안을 교육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수많은 미래 세대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람과 자연을 위한 행동”을 배우고 실천하게 될 것이다. 기후 정의3)는 단순히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될, 다음 세대를 위해 ‘노아의 방주’를 준비하는 일이다.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가 될 이 일에 우리 세대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1) 함주지(咸州誌)란, 조선시대 문신·학자 정구가 경상도 함안군의 연혁· 인문 지리· 행정 등을 수록하여 1587년에 편찬한 지방지, 읍지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 해수와 담수가 혼합되어 있는 곳의 염분이 적은 물.

3) 기후 변화가 끼치는 피해가 불평등하게 작용함을 인식하고 그 책임과 부담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함께 나누어서 지자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 제시된 개념(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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