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장애를 가진 가족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가족 이야기이다. 또한, 가족이 서로를 의지하면서도 자신의 자아를 찾아 독립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루비가 꿈을 찾아 떠나고 나면 남은 가족들은 직접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적응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루비는 많은 실패와 불확실한 미래를 견뎌야 할 것이다. (본문 중)

최주리(기윤실 청년활동가)

 

지난 2021년 12월부터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장애인 교통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지하철 탑승 시위가 일 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전장연은 정부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정부는 전장연이 정부의 제안을 듣지 않는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고, 시민들은 정부와 전장연이 시민들의 피해와 불편함을 듣지 않는다고 답답해 하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갈등 속에서 서로의 말은 서로에게 제대로 가닿지 않고 서로간에 긴장만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코다> (2021) | 감독 션 헤이더 | 111분

 

영화<코다>1)의 주인공 루비는 ‘코다’이다.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의 자녀를 뜻하는데, 엄마, 아빠, 오빠가 농인인 가족에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청인(聽人)인 루비는 OHCODA(Only Hearing CODA)이다. 루비는 농인 가족들 대신 세상과 소통하며 농인과 청인 세계 사이에서 서로를 잇는 역할을 한다.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 나가는 가족들에게, 수화 통역을 할 수 있는 루비는 생계와도 연결된 중요한 존재였다. 그러던 중 루비의 가족들은 루비가 가족을 돕는 것과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것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할 기로에 놓인다. 아이러니하게도, 농인 가족의 유일한 청인인 루비는 가족들이 들을 수 없지만 노래하는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루비는 어쩌다 들어가게 된 합창단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된다. 루비의 재능을 알아본 합창단 선생님은 루비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가족들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조합원들과 함께 불의한 결정에 반기를 들고, 바다 위에서 해양경비대의 경고를 듣고, 생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청인인 루비가 필요했다. 가족 일을 돕기 위해서 오디션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루비는 고민한다. 대학교에 합격해서 고향을 떠나게 되면 가족들은 누가 돌볼까? 가족들을 위해 노래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포기하는 게 옳은 것일까?

 

영화 <코다> 스틸컷.

 

결국 루비는 가족들을 위해 버클리 음대 진학을 포기하고 남기로 한다. 그러나 루비의 가족들은 오디션 당일, 오디션을 포기하고 잠들어 있던 루비를 깨워 오디션장에 데려다 준다. 루비의 노래를 귀로 들을 수는 없었지만,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하는 루비의 모습을 ‘듣고’, 그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과 감동을 주는 것을 ‘들은’ 가족들은 루비가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기로 한 것이다. 얼떨떨한 마음으로 오디션 무대에 선 루비는 확신 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한다. 그때 루비의 가족들이 몰래 오디션장 관객석 2층으로 들어와 루비의 노래를 지켜본다. 가족들은 들을 수 없는 노래를 사랑하게 된 루비는 가족들이 ‘들을’ 수 있는 노래를 한다. 2층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오디션 곡인 “Both Sides Now”를 수화와 함께 부른다.

 

 

[Both Sides Now – 에밀리아 존스 | 영화 <코다>(CODA, 2021) OST]

 

이 영화는 장애를 가진 가족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가족 이야기이다. 또한, 가족이 서로를 의지하면서도 자신의 자아를 찾아 독립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루비가 꿈을 찾아 떠나고 나면 남은 가족들은 직접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적응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루비는 많은 실패와 불확실한 미래를 견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아니,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말과 귀, 수화의 한계를 넘어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는 서로가 있기 때문이다.

 

루비가 청인임을 알게 되었을 때, 루비의 엄마 재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한다. 서로가 제대로 소통을 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수화를 사용하는 농인들과 그들과 소통하는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며 서로의 표정과 몸짓에 집중한다. 수없이 많은 말들이 오가는 이 시대에 진정한 소통이 부재한다고 느끼는 것은, ‘듣는’ 이가 없어서가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도 들어야 할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들려야 할 목소리가 들려지지 못하며, 수많은 목소리들이 흩어지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에게서 서로의 눈과 마음을 바라보며 들으려는 진심이 사라진 것일까?

 


1)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리메이크인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 골든 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상을 휩쓸었다. 또한 엄마 재키 역할을 맡은 말리 매트린은 농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농인 역할을 농인 배우가 맡지 않으면 자신도 영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해, 영화 속 루비의 가족들은 실제 농인 배우들이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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