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를 선호하는 그 배경에는 의사라는 직업이 직장에서 잘리는 일도 정년도 없이 안정적으로 비교적 고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산업 현장이나 이공계 대학의 연구 현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장점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모두에게 장점으로 보이지 않으면 문제 될 것은 없는데, 우리 사회가 점점 이런 획일적인 시각으로 직업을 바라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이 글의 제목은 작년 가을에 보도된 뉴스 내용에서 가져왔다.1) 교육부가 보고한 2021년 대학 자퇴생 실태 조사에서, 소위 명문대라 하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자퇴생 통계를 뉴스화한 것이다. 이 세 대학의 자퇴생 비율이 2011년에는 정원의 1.3%였으나 2021년에는 2.6%로 2배나 증가해 역대 최다였다는 것이다.2) 이 2.6%의 자퇴생은 주로 자연계 학생에 집중되어 있고 그 대부분이 의학 계열로 진학하기 위해 자퇴했다고 한다. 사실 이런 현상은 우수 인력의 의대 편중을 막기 위해 의학전문대학원(의전) 제도를 실시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에는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코로나 사태가 이 현상을 더 부채질했을 것이라 평가한다. 비대면 수업이 일반화되면서 대학에 대한 소속감도 없었고 다시 수능을 준비하기가 쉬웠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의대 쏠림 현상은 2023학년도 수시 모집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SKY의 자연 계열 대부분에서 대거 미등록자가 발생했는데, 그 대부분이 타 대학 의학 계열 중복 합격자였다는 것이다. 2023학년도 수능 만점자 3명 모두 서울대 의예과에 지원했다는 소식도 그 예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의학 계열(의대, 치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 총정원은 대략 6,600여 명이다. 그중 의대(의예과)는 절반 조금 안 되는 3,015명(39개 대학) 정도이다. 전국의 39개 의대와 11개 치대는 전부 서울대의 상위 학과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에 가는 것은 중요하다. 의사라는 직업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높은 현대 의학의 혜택을 받는 것도 사실 이런 우수 의료 인력 때문임을 알고 감사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로 가는 것은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유독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뉴스거리가 될까?

 

서울대 정문 ⓒ위키미디어

 

그리스도인 의사의 진단이 있으면 좋겠지만, 서울대에서 자퇴생이 가장 많은 학과 중 하나에 근무하는 필자가 생각하고 학생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직업들이 돈과 직업의 안정성으로 서열화되고 그 서열화가 고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대를 선호하는 그 배경에는 의사라는 직업이 직장에서 잘리는 일도 정년도 없이 안정적으로 비교적 고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산업 현장이나 이공계 대학의 연구 현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장점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모두에게 장점으로 보이지 않으면 문제 될 것은 없는데, 우리 사회가 점점 이런 획일적인 시각으로 직업을 바라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필자의 미국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우수 인재들이 의대 못지않게 각자 자신의 소신과 적성대로 산업계, 학계, 연구계 등 다양한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있으며 직업에 대한 획일적 시각은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우수 인력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직업군도 다양하고, 의사도 파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업 안정성에서도 비슷해 보였다.

 

우리나라가 성취한 이 정도 수준의 기술 강국과 경제 대국 지위에서 한발 더 나아가려면, 그에 걸맞은 다양한 우수한 직업군이 생겨나야 한다.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그에 맞는 대우나 제도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새로운 산업 창출을 통해 국가의 부와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선진국의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만 불가능하다는 법은 없다. 또, 오늘날에는 국경 없는 치열한 글로벌 기술 경쟁 때문에 가장 뛰어난 기업들만 살아남을 수 있고, 하루아침에 기업들과 국가의 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가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의학 계열로만 쏠리는 현상은 어떻게든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우수 이공계 인력 양성을 위해 만든 과학고나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을 막는 정책적 결정 등은 사회가 더 다양화되고 성숙할 때까지 필요해 보인다.

 

더 근본적으로는, ‘하나님 없는 이 세상 사람들이 과연 돈과 직업적 안정성 외 다른 목적을 추구하면서 살 수 있을까?’ 묻게 된다. 의대 쏠림 현상은 돈과 직업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이 세상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다. 그러면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보여 주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안정과 일용할 양식을 하나님께 의지하고, 나보다 남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황금률(마7:12, 눅6:31)을 따라 사는 신자의 삶이다. 의대에 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분발하고, 그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직업들을 존중하는 풍토나 제도를 신자들이 앞장서서 만들어 가면 좋겠다.

 

청년 실업이 넘친다지만, 또한 모든 분야에서 인력난이 심각하다. 국제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첨단 분야에서는 우수 인력 확보가 안 된다고 하고, 중소기업에서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며, 심지어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쏠리는 의학 분야에서도 특정 전공 분야나 지방에서는 의사 확보가 어렵다고 한다. 직업의 수요와 공급에서 불균형이 심각한 것이다. 의대 쏠림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상식적인 모습임을 인정하고, 복음을 전하는 태도로 우리 기독교가 앞장서서, 청년들이 다양한 직업들을 존중하고 그런 직업들에서 소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좋은 크리스천 기업가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교회가 더 다양하고 풍성한 사회를 만드는 이런 일에서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1) 김현아, “작년에만 2천 명 넘게 자퇴…SKY에 대체 무슨 일이?”, 「YTN」, 2022. 9. 22.

2) 2021년 4년제 대학 전체 자퇴생 비율 4.9%에는 못 미치는 숫자지만, 2011년에도 4년제 대학 전체 자퇴생 비율이 4.1%였다는 점에서 이 뉴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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