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는 약자들, 즉, 가난한 자, 이주민, 비수도권 주민, 장애인, 노인, 유년과 청소년, 그리고 여성을 더 힘겹게 하고 있다. 특히, 여성과 소녀들은 그들이 맡은 역할로 인해 남성보다 더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난방과 요리를 위해 물과 땔감을 구하는 역할을 여성들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60~80%가 농사를 맡고 있어 상황이 심각해지면 그들은 더 힘겨워진다. 특히 어린 소녀들은 교육의 기회를 빼앗기고 강제 혼인으로 내몰리는 등 강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에 내몰린다. (본문 중)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해마다 세계 기후위험지수가 발표된다. 그 지수를 보면 폭풍, 홍수, 열파 등 기상 관련 국가별 피해 정도를 알 수 있는데, 2000년부터 2019년까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나라는 푸에르토리코, 미얀마, 아이티다. 이들은 기후변화를 스스로 일으킨 나라들이 아니다. 한 해 동안 기후 위기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고통받으며 죽어 가게 될까. 누군가의 고통의 크기를 가늠하기란 어려울 것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선 크게 고통받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들 대부분이 지금 위기에 대한 책임은 없는데도 먼저 희생되고 있다.

 

기후 위기와 여성

 

기후 위기는 약자들, 즉, 가난한 자, 이주민, 비수도권 주민, 장애인, 노인, 유년과 청소년, 그리고 여성을 더 힘겹게 하고 있다. 특히, 여성과 소녀들은 그들이 맡은 역할로 인해 남성보다 더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난방과 요리를 위해 물과 땔감을 구하는 역할을 여성들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60~80%가 농사를 맡고 있어 상황이 심각해지면 그들은 더 힘겨워진다. 특히 어린 소녀들은 교육의 기회를 빼앗기고 강제 혼인으로 내몰리는 등 강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에 내몰린다.

 

그래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는 2015년 12월 파리협정의 전문을 통해 기후변화는 단순히 환경 보호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문제라는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권한다. 다음 해, 녹색기후기금(GCF)은 유엔여성기구(UN Women)와 협업하여 기후 행동의 확대를 위한 여성 인권 신장 문제를 다뤘다.1) 그리고 최근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6차 보고서를 보면,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여성에게 더 위협적”이고, 기후 위기 적응 대책에서도 여성이 소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개발도상국의 산림을 보호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프로그램(REDD+)은 참여 기업에 감축한 온실가스만큼 배출권을 주지만, 산림 내 목재 판매를 주 수입원으로 살아가는 개도국의 여성들에게는 소득이 감소하여 오히려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후 불평등과 여성

 

기후 위기는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모두에게 같은 위협으로 나타나진 않는다. 그 피해는 대체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에게, 사람보다는 동물에게 더 크게 위협적이다. 이 가운데 여성에게 더 위협적인 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신체적 기술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취약한 것이 더 큰 요인이다. 현재 전 세계 극빈층 가운데 기본적 의식주, 교통, 보건/위생, 교육 등을 향유하지 못한 여성이 70%나 된다.2) 여성은 대체로 남성에 비해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경향이 있는데, 그로 인해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을 피하거나 적응할 수단 또한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밖에서 일하는 남성 노동자가 많은 경우엔, 폭염이나 장마에서 남성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피해를 입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남녀의 임금 격차가 OECD 국가 중 최고이고 사무직 비율도 남성이 더 높아 기후 위기로 경제적 타격이 오면 여성이 남성보다 일자리에서 빨리 밀려날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여성이 겪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은 결국에는 기후 위기로 인해 더 심화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 대응 정책과 여성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소비의 전환을 가져옴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완화 정책이다. 한동안 전개해 온 완화 정책은 ‘가정에서 전기, 가스, 물을 낭비치 않고, 폐기물을 줄이고, 저탄소 환경 제품을 애용하게 하는 녹색 생활 실천’을 촉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정에서보다 산업과 공공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많고, 실제로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은 자동차인 점을 고려하면, 이 정책은 가사 노동을 주로 하는 여성과 가정에 책임을 전가하는 ‘성 불평등적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3)

 

다른 하나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한 적응 정책이다. 국가 또는 지역 차원에서 일어나는 기후 변화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방지하기 위한 노력인데, 에너지 취약 계층을 위한 폭염 대피소나 집중 호우 대비를 위한 배수 시설 확충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앞서 지적했듯이, 적응 대책에서 여성이 소외되고 있는데, 유엔여성기구(UN Women)에 따르면 지난 20년의 기후 변화 협상에서 여성 문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결과, 국가 적응 행동 프로그램(NAPA) 중 17%만이 성(性) 인지적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4)

 

기후 행동과 성 평등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성 인지적 관점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기후 변화에 취약한 이들은 기존의 사회 구조에서도 소외되고 배제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을 위한 대응과 적응을 계획하면서 성 인지적 관점을 적용하는 것은 “성 불평등으로 인해 의사 결정이나 역량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여성을 포용할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집단에 대한 인지 및 포용 방안[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5)

 

그래서 유엔 산하 세계젠더기후연맹(Global Gender & Climate Alliance, GGCA)은 나라마다 기후 변화 정책 결정 과정과 프로그램에 남녀의 목소리를 동등하게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 기후 행동과 저탄소화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훈련하고 그 역량을 강화하면서, 육아와 가정 돌봄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여성을 넘어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모든 이들을 위한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여성 역량 강화계획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오히려 멀어져 가는 듯하다. 더구나 코로나19와 기후 위기가 불평등함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최근 발표된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보고서만 봐도 “지금의 변화 속도라면 법적인 제한과 차별을 없애는 데만도 286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라고 한다.6)

 

변화의 희망, 여성 교육

 

2050년으로 전망됐던 기후 재앙의 마지노선이 10년이나 앞당겨졌다. 지금 당장 대규모로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적색경보가 울린 지도 몇 해가 지났다. 기후 위기가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피해로 내모는 불평등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기후 위기 극복은 물론 지속 가능한 지구는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적 약자이자 일찍부터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 온 기독 여성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2030년의 온실가스 50% 감축과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기후 행동을 위해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이 시급하다. 여성은 ‘기후 위기 시나리오에서 큰 희생자가 되지만, 변화에 대한 큰 희망’이 될 수도 있다.7) 여성은 기후 변화 완화, 재난 감소 및 적응 전략에 필요한 지식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여성은 가정 및 공동체의 자원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활 전략을 짜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별히 여성을 비롯한 약자를 보호하면서 그들이 위기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회복력을 기르는 교육이 시급하다. 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준다면, 우리도 그들과 더불어 기후 위기의 위험한 영향을 막는 공동체로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과 소녀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교육을 받는다면, 가정과 지역 사회 안에서 경제 및 기후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구축하고, 기후 재앙으로부터의 회복과 그 영향에 적절히 적응하게 도울 수 있다”라는 희망적인 소리도 들린다.8) 기독 여성이 앞장서서 교회와 마을 공동체 안에서 기후 불평등의 현실을 깊이 들여다 보고 그 해결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교육과 그들이 직접 고안한 기후 행동 계획을 직접 실행에 옮기는 일이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는 2023년을 기대한다.9)

 


1) 양소희, “기후변화는 성 평등 목표 달성에 어떤 위협을 주고 있는가?”, <the Climate Times>, 2018. 11. 21.

2) 김준태, “기후변화와 성불평등”, <유엔인권정책센터>, 2016. 8. 31.

3) 김준태, 같은 글.

4) 양소희, 위의 글.

5) 양소희, 같은 글.

6) 조해영, “성 평등, 지금 속도라면 300년 걸린다유엔의 경고” <한겨레>, 2022. 9. 8에서 재인용.

7) 이현숙, “왜 여성은 기후 위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까요?”, <Green Peace>, 2020. 10. 22. UN Woman Watch 보고서 재인용.

8) 수잔 홉굿, “교육기후 정의와 성 평등 퍼즐, 어떻게 풀어야 하나”, <교육플러스>, 2022. 3. 9.

9) 현재 “저소득 국가 소녀 400만 명이 기후 관련 문제로 인해 교육을 마치지 못할 수 있다.…기후 위기가 심화하면 2025년까지 그 수가 매년 1,200만 명씩 더 늘어날 수 있다.” 김표향, “지구 병들수록 더 아픈 건 소녀들기후정의가 젠더정의인 이유”, <한국일보>, 2021. 11. 09. ‘말랄라펀드’의 보고서 내용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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