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뢰도·호감도 코로나19 거치며 더 떨어져
기윤실, 2023년 사회적 신뢰도 조사 발표…성인 74% 한국교회 불신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코로나19를 거치며 1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정병오·정현구·조성돈·조주희)이 올 1월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21%,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4%로 집계됐다. 불신한다는 응답은 기윤실이 2008년부터 총 7회에 걸쳐 시행해 온 역대 조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기윤실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2월 16일 발표했다.
기윤실은 2008년 1차 조사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를 시행해 왔다. 특히 직전 6차 조사가 코로나19 대유행 직전(2020년 1월)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7차 조사 결과는 여러모로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조사 결과, 신뢰도는 물론이고 사회봉사·호감도 등 각종 지표에서 지난 조사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사·교인에 대한 신뢰도는 한국교회 신뢰도와 함께 나란히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만이 목회자·교인에게 믿음이 간다고 답했다.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75%에 가까웠다.
특히 응답자들은 ‘한국교회가 교회 밖 비판 여론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0%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해, 한국교회의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개신교인 응답자 중에서도 과반수(55.3%)가 한국교회가 비판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봤다.
개신교·가톨릭·불교 중 ‘가장 신뢰하는 종교’에는 가톨릭이 꼽혔다. 가톨릭은 21.4%로 개신교 16.5%, 불교 15.7%보다 더 많은 신뢰를 받았다. 다만 신뢰하는 종교가 없다는 응답은 2020년 20.7%에서 2023년 42.6%로 두 배 가까이 뛰면서 3대 종교의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호감 가는 종교로도 가톨릭(24.7%)이 꼽혔다. 오차 범위 이내에서 불교(23.4%)가 뒤를 이었다. 반면 개신교는 16.2%로, 두 종교와 오차 범위 바깥으로 벌어져 낮은 호감도를 나타냈다.
사회봉사 활동 등 구체적인 부문에서도 개신교 신뢰도는 크게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개신교는 지역 교회와 교단을 중심으로 사회복지 활동을 펼쳐 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2018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종교계 사회복지법인 529개 중 개신교계 사회복지법인은 절반에 가까운 259개다. 불교 152개, 가톨릭 97개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치다. 이외에도 각 교회가 펼치는 지역 자선 사업 등을 고려하면 개신교가 타 종교보다 사회봉사에 적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은 달랐다. ‘어느 종교가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 개신교라고 응답한 사람은 20.6%로 2020년 6차 조사에 비해 15.1%나 감소했다. 그간 기윤실 조사에서, 개신교는 이 질문에서만큼은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23년 조사에서는 가톨릭(29.4%)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대신 ‘없다’는 응답이 2020년 19.2%에서 2023년 39.8%로 두 배 뛰었다.
‘어느 종교의 사회봉사 활동이 한국 사회에 가장 도움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도 개신교는 가톨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개신교는 2020년 조사에서 30.7%로 가톨릭 28.8%에 비해 소폭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9.8%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가톨릭은 26.7%로 큰 변동이 없었다.
기윤실은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교회와 정치 간 관계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응답자의 39.7%는 개신교가 보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가톨릭은 진보라는 응답이 36.3%로 가장 높았고, 오차범위 내에서 중도 34.5%가 뒤를 이었다. 가톨릭이 정치적으로 보수적 태도를 취한다는 응답은 13.4%에 그쳤다. 불교는 중도가 42.5%로 가장 높았다.
목회자가 정치적 이슈에 대해 발언이나 찬반 활동을 하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응답자의 83.2%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 국가조찬기도회 등 대통령과 특정 정치인을 초청해 기도회를 여는 데 대해서도 78%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교회가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각종 사건·사고로 신뢰를 잃어버린 점에 우려를 표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한국교회 신뢰도가 갈수록 낮아지는 데 대해 “신뢰받는 종교 단체가 되지 못한다면 활동의 의미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누가 신뢰하지 않는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이겠느냐”고 말했다.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20년 1월 시행한 조사와 비교해 신뢰도가 10% 가까이 떨어진 것을 두고서도 “사람들이 사회적 위기를 겪거나 고통받는 시간에 종교를 필요로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가 아무리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해도 과소평가당해 서운할지 모르지만, 많은 경우 사회봉사 활동을 전도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양 부대표(지앤컴리서치)는 이번 신뢰도 조사를 빅데이터 분석과 연결해 설명했다. 김 부대표는 포털 카페 및 뉴스 댓글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한국교회는 ‘배타적’인 이미지로 특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3년간 교계 핵심 이슈 중 긍정적인 요소는 없다시피했다는 점으로 설명된다. 2020년 코로나19 발발 시 신천지, 전광훈 목사가 큰 이슈로 떠올랐고, 2021년에는 방역 수칙 위반과 집단감염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2020~2022년 3년간 목회자의 강력 범죄(성범죄 등) 및 사건 사고는 꾸준히 주요 이슈로 머물렀다.
김진양 부대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교계의 지원과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이태원 참사 때 10억 원을 내놓은 것 외에는 별다른 긍정적 이슈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마저도 지속적으로 전개된 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교회의 호감도가 올라가는 데 크게 기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봤다. 김 부대표는 “이러한 분석에 근거했을 때, 교회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개선하려면 부정적 이슈가 나타나지 않도록 막는 동시에, 교회의 공적 사역은 사회적 필요성에 의해 선정하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윤실 상임집행위원 신하영 교수(세명대)는 그나마 20대 그룹에서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 및 호감도가 타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희망의 불씨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각종 결과를 보면 개신교는 보수적이면서 계급적으로 우위에 있는 기득권의 종교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20대 그룹의 개신교 신뢰도(21.8%)가 30대(14.4%)나 50대(16.8%)보다 더 높게 나왔다는 것은 희망적인 부분”이라고 짚었다.
신하영 교수는 ‘가장 신뢰하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서 20대 여성 그룹의 응답이 13.5%로 나타났다가 30대 여성 그룹에서 8.2%로 급격히 떨어지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교회가 교회 내 비혼·미혼 여성을 어떻게 다루는지 등도 추가로 논의·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