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74%, 한국교회 ‘신뢰하지 않는다’

‘2023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1월 11일부터 5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먼저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4.0%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20년에 이뤄진 6차 조사보다 10.8%p 낮아진 결과다. 이에 기윤실은 “6차 조사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20년 1월에 조사된 것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전염병 확산에 대한 교회의 대응 등이 한국교회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목사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도 74.0%가 ‘신뢰하지 않는다’, 기독교인의 말과 행동에는 75.2%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는 가톨릭(21.4%), 개신교(16.5%), 불교(15.7%)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종교의 신뢰도는 2020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3대 종교 모두 하락했으며, 신뢰하는 종교 ‘없음’, ‘잘 모르겠다’ 응답 비율은 2020년보다 21.9%p 상승한 42.6%다.

 

한국교회의 교회 밖 비판 수용 준비 정도에 대해서는 5명 중 4명이 한국 교회가 교회 밖 비판을 수용할 ‘준비 되지 않았다’(80.0%)고 답했다. 종교별로 살펴봤을 때, 기독교인들(55.3%)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또한, 한국교회의 사회 기여도를 평가했을 때, 70.8%가 ‘기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으며, 미래 사회 기여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69.6%로 긍정적인 응답(25.2%)보다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교회의 이미지는 어떠할까. 사회 공동 이익과 종교적 신념이 충돌할 때 한국 교회는 어떤 것을 추구할 것인지를 물었다. ‘교회의 교리를 추구할 것 같다’(60.0%), ‘사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23.6%), ‘잘 모르겠다’(16.4%) 순이었다.

이같은 결과에 기윤실은 “응답자 절반 이상이 한국교회는 교리를 추구하는 종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점이 기독교를 이기적 종교 혹은 사회와 동떨어진 종교라고 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더욱 신뢰받는 한국교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교회 이기주의’(34.2%)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교회 지도자들의 삶’(19.6%), ‘불투명한 재정 사용’(17.9%), ‘타종교에 대한 태도’(17.3%)가 그 뒤를 이었다.

그 중에서도 무종교인들이 ‘교회 이기주의’를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기독교인들은 ‘교회 지도자들의 삶’(32.1%)을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할 점으로 봤다.

신뢰도 회복을 위한 사회적 활동으로는, 과반수 이상이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55.8%)을 꼽았으며, ‘봉사 및 구제활동’(17.8%), ‘환경 인권 등 사회운동’(12.6%) 등의 순으로 드러났다.

 

교회 혹은 목사의 정치적 참여에 대해서는 대다수(83.2%)가 정치적 참여를 ‘반대’ 했으며, ‘찬성’ 비율은 13.2%에 불과했다. 기독교인들이 정치적 집회에 십자가나 기독교 단체 이름이 적힌 팻말 등을 들고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69.2%가 ‘거부감 있다’고 답했다.

이를 종교별로 살펴보면, 개신교인들은 가톨릭, 불교, 무종교인에 비해 36.2%가 ‘거부감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연령대별로도 차이가 드러났다. 60대 이상은 79.3%가 거부감을 드러내지만 20대는 52.6%만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같은 결과에 “정치 이슈에 따라서 입장이 다를 수는 있지만, 목회자가 아닌 일반 신자들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이 각 종교마다 정치적으로 어떤 이념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살폈을 때, 기독교는 ‘보수’(39.7%), 가톨릭은 ‘진보’(36.3%), 불교는 ‘중도’(42.5%)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독교는 보수(39.7%), 진보(23.0%), 중도 (22.4%), 가톨릭은 진보(36.3%), 중도(34.5%), 보수(13.4%)였다. 불교는 중도(42.5%), 보수(27.5%), 진보(14.2%)로 나타났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중요하게 꼽았다. “종교 영역은 성스러운 영역이고, 사회적인 기준으로 평가받지 않는다는 생각은 교회를 더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신교인들은 비종교인들, 타종교인들에 비해서도 종교 관심도와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전 한국갤럽 조사에선 신앙생활 참여도 타종교인들보다 높았다. “그런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배타성이 더 강해지고 사회에서 인정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한국교회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까지 이뤄온 교회의 외형적 성장과 신앙의 모습들이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내부에 성찰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살펴봐야한다. “교회 현실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공론장이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서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자정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재영 교수는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보수적인 사회관은 현실 유지와 기득권 수호에 일차적인 관심을 두기 때문에 건전한 비판마저도 결여되기 쉽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공공성이 결여된 보수적 태도는 결국 이익집단화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교회의 현실 참여는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 참여와 관련해서, 개신교인들의 정치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때론 정치에 지나치게 무관심한 것이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낳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는 정치인에게만 맡긴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도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기독 시민의 참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양 지앤컴리서치 부대표는 “교회의 공적 사역은 교회의 관심사가 아니라 사회적 필요성에 의해서 선정되고 이루어져야 한다”며 “교회는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사회적 요구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는 사회적 문제에서 약자 편에 서야 하며, “정부나 사회가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할 때 교회는 낮은 곳으로 내려가 그들과 공감하고 위로하며 회복시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 조사는 패널 대상 온라인 조사이며, 표본오차는 무작위 추출을 전제로 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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