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매우+약간)은 21.0%로 우리나라 국민의 5명 중 1명만이 한국 교회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지난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신뢰도가 10.8%p 더 낮아진 결과이다. 이미 바닥권을 형성해서 더 내려갈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더 하락한 것이다. 6차 조사가 진행된 시점이 2020년 1월로 아직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임을 감안했을 때, 코로나 사태를 겪은 3년 사이에 한국 교회 신뢰도는 더 나빠진 결과로 나타났다. (본문 중)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더 나빠진 한국 교회 신뢰도

 

기윤실에서는 2008년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조사해 왔다. 2010년까지는 매년 조사를 하다가 2013년부터는 3년마다 실시하고 있는데, 이번 조사는 2020년 이후 3년 만에 실시되었다. 특정 이슈에 대해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주기적으로 조사한 사례가 별로 없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뢰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의의 있는 조사이고 중요한 자료라 생각된다.

 

조사 결과,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매우+약간)은 21.0%로 우리나라 국민의 5명 중 1명만이 한국 교회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지난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신뢰도가 10.8%p 더 낮아진 결과이다. 이미 바닥권을 형성해서 더 내려갈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더 하락한 것이다. 6차 조사가 진행된 시점이 2020년 1월로 아직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임을 감안했을 때, 코로나 사태를 겪은 3년 사이에 한국 교회 신뢰도는 더 나빠진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54.7%로 과반을 차지하는 무종교인들의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전체 평균의 절반인 10.6%에 불과했다. 그리고 개신교인들 중에서조차 3분의 1이 넘는 37.0%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부분이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든지 자신이 속한 단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고 우월하게 보는 경향이 있음에도, 개신교 안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수치는 2020년 조사에서 22.4%가 나온 것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

 

한 가지 특징은,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들에게서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들에게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는 점이다. 특히 2020년과 비교해 볼 때, 보수 성향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나 진보 성향에서 신뢰도가 11.4%p가 줄어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와 정치 국면에서 한국 교회가 보인 우편향성이 진보 성향의 사람들에게서 더 신뢰도가 하락한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거리감을 느끼는 종교

 

우리나라 종교 가운데 가장 신뢰하는 종교에 대하여 가톨릭이라는 응답이 21.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개신교(16.5%), 불교(15.7%) 순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이 계속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가톨릭이 오랫동안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해 온 결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모두 오차 범위 안에 있어서 큰 차이는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친근감 있는 종교에 대해서는 불교가 23.2%로 가장 높게 나왔고, 다음으로 가톨릭(19.9%)과 개신교(19.6%)가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이것은 최근에 MZ 세대들 가운데 불교에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처럼, 산사의 이미지나 명상을 중시하는 태도가 오늘날의 종교성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호감 가는 종교에 대해서는 다시 가톨릭이 가장 높은 24.7%가 나왔고, 불교(23.4%)가 거의 같은 수준이었으며 개신교(16.2%)는 이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앞의 두 항목이 오차범위 안에 있어서 사실상 큰 차이가 아니었으나 이 항목은 오차 범위를 벗어나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친근감이나 호감은 비슷한 표현일 수 있지만, 친근감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이미지라면 호감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불교가 일반 국민들에게 이미 가까이 와 있는 종교이고 가톨릭이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종교라면 개신교는 두 가지면 모두에서 가장 거리감을 느끼는 종교라는 결과이다. 그런데 개신교는 무종교인들의 경우 친근감이나 호감이 매우 적어서 4% 정도에 불과했다. 다른 종교인들보다 무종교인을 일차적 전도 대상으로 본다면, 전도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종교에 대해서도 가톨릭(29.4%)을 가장 높게 보았고, 다음으로 개신교(20.6%), 불교(6.8%) 순으로 응답하였다. 가톨릭은 2020년의 결과와 차이가 별로 없는데, 개신교는 35.2%에서 15.1%p가 하락하였고, 2010년, 2013년 결과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실제로 전국의 사회복지관이나 지역아동센터 운영 등 사회봉사 활동에서는 개신교가 가톨릭을 훨씬 앞서지만, 국민들은 가톨릭이 더 많이 사회봉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 사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종교에 대해 가톨릭이 26.7%로 가장 높았고, 개신교는 이보다 낮은 19.8%였고, 불교(9.8%)가 가장 낮았다. 결국 우리나라 국민들은 개신교가 사회봉사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가톨릭만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렇게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당장 신뢰를 회복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종교가 되기는 쉽지 않다. 단기간의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 조금씩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와 소통이 되지 않는 그들만의 세계에 사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사회에서의 신뢰가 떨어지고 친근감을 잃고 호감을 받지 못해도 교회는 교회의 생리대로 운영되고 있다. 종교 영역은 성스러운 영역이고 사회적인 기준으로 평가받지 않는다는 생각은 교회를 더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이 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동안 한국 교회가 보여 준 모습은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실망을 넘어 지탄을 받는 상황을 만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문제가 되었을 때, 일부 교회에서 대면 예배를 고수하는 가운데 전염자가 다수 발생하였다. 예배는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떤 경우에도 중단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자들은 공동체성을 위해서나 온전한 예배를 위해서도 가능하다면 대면 예배를 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원리상 문제 될 것이 없는 생각이다. 그러나 전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면 예배를 고수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러한 개신교 신자들의 행동이 공동선에 위배되고 매우 이기적인 행위라고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면서 한국 교회의 신앙관 및 교회관을 바로 세워야 할 뿐만 아니라, 교회의 공공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인 행동이나 발언을 할 때 이것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사회와 보다 폭넓게 소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이웃 사랑의 실천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 활동으로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이 1위였고, ‘봉사 및 구제 활동’이 2위로 나왔다. 이전에는 ‘봉사 및 구제 활동’이 1위였으나 최근에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으로 바뀐 것은 아무리 봉사와 구제 활동을 많이 하더라도 윤리와 도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한국 교회의 사회 활동 중에 우리 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취약 계층 구제 및 복지 증진’으로 나왔다. 따라서 구제와 봉사 활동은 교회가 신뢰 회복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교회가 운영하는 복지관 수나 사회봉사 활동은 가톨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전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회 입장에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이웃을 사랑하기 때문에 교회에 인도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회 밖 사람들은 이러한 봉사나 섬김 활동도 결국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전도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이지만 봉사 활동을 할 때는 전도 목적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스도인의 선한 행동에 감동을 받아서 교회에 나오게 되면 감사한 일이지만, 입으로 전도하기보다 삶의 모습으로 전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이다.

 

아울러 다른 종교와 지나치게 경쟁하는 모습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구원받을 길이 없다고 확신하지만, 비그리스도인들에 대해서는 대화와 설득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종교인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배타적인 태도를 드러내거나 종교 간 경쟁을 하기보다는, 선의의 협력을 통해서 종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종교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면, 머지않아 한국 개신교가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는 종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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