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교회 문제에 접근할 때, 단순히 내부와 외부로 나누고 이탈을 틀어막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이분법을 넘어서 신앙의 다양한 형태와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교회를 떠나는 것을 ‘문제’로 보지 않고, ‘현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즉, 그것은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고 해석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본문 중)

박예찬(IVP 편집자)

 

[책 소개] 이혜성(인터뷰어) |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

북오븐 | 2022년 6월 30일 | 152면 | 14,400원

 

사람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말은 이제 진부하다. 초등부가 없어지고 있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고조되는 위기감 속에서 코로나를 맞으며 이제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진부하다고 해서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교회를 떠나는 것은 철 지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에 맞춰 여러 책과 이야기가 생산되었다. 그러나 많은 담론이 내부자의 입장에서 서술되곤 한다. 교회를 떠난 사람은 이미 이야기에 낄 수 없는 사람으로 취급되며, 담론은 내부 결속을 위해 또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만 사용된다.

 

이 책의 고유함은 여기 있다. 즉, 수치로 파악되었던 이들의 목소리, 어쩌면 우리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은 내부자의 담론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들은 왜 떠났을까?

 

이 책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단연 ‘그들이 왜 떠났는가’다. 거칠게 나눠 보면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교회에서 큰 상처를 받은 경우, 그리고 동의할 수 없는 교회의 모습에 지친 경우. 물론 대부분의 인터뷰이는 둘 모두를 경험했다. 갈등하다가 결국 분열하는 공동체, 교회에서 겪고 목격한 차별의 경험, 반지성적인 믿음…. 이 모든 것이 쌓인 결과, “교회의 불합리하고 불필요하고 가식적인 모습에 완전히 질려버린” 것이다.

 

‘질려버리는 것‘은 단번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인터뷰이들은 결정적 계기로 교회를 떠났다기보다는 오랜 시간의 퇴적으로 자연스러운 귀결을 맞은 것이다. “마음이 떠난 이유는 단 하나의 사건 때문은 아니고 오래 누적된 일들이 쌓”였기 때문이다. 파국이 아니라 서서히 식어 가는 것이다. 아니, 서서히 식어 가는 파국이랄까. 결국 식상하게도, 사람들이 교회를 왜 떠나는지에 대한 답, 그러니까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원인은 내부에서 발견된다. 한 인터뷰이의 답변은 뼈가 있다.

 

한국의 기성 교회는 기득권 세력이고 그 기득권 자체가 공의로운 성경적 가르침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기성 교회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성경의 본질적 가르침과 거리가 한참 멀어진 것을 넘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교회를 열심히 섬겨왔던 일에 대해 역사와 사회 앞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기성 교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인터뷰집에 등장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교회도 졸업한 친구들인데, 특히 대학 진학과 취업으로 타지로 간 경우다. 기독교에 깊이 몸담았던 이 책 속의 인터뷰이들과는 달리, 큰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교회에 안 나가는 이들도 논의에서 비중 있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 표지, ⓒ북오븐

 

떠나는 자, 남은 자, 그 경계에 있는 자

 

책 제목과는 달리 본문에는 교회를 아주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개신교회를 떠나 성공회 교회에 출석 중인 사람, 심지어 무신론자이지만 교회를 다니는 사람, 교회는 안 다니지만 기독교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이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탈교회 문제에 접근할 때, 단순히 내부와 외부로 나누고 이탈을 틀어막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이분법을 넘어서 신앙의 다양한 형태와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교회를 떠나는 것을 ‘문제’로 보지 않고, ‘현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즉, 그것은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고 해석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해석 가능한 지점을 남겨 둘 때 해결책도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교회 최악의 결말은 교인이 줄어들어 소수 종교가 되는 게 아니라, 교회를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간의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생기고, 그로 인해 교회가 게토화되는 것이다. 극단적인 양분화는 결국 교회를 세상과는 도저히 소통 불가능한 맹신 집단으로 만들 것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 보면, 교회의 안팎과 경계에는 다양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데까지 이른다. 무신론자이지만 교회에 다니는 사람, 교회에 가끔 출석하는 사람, 교회는 떠났지만 여러 모습으로 기독교에 연결된 사람들은, 문제라기보다는 말라 가는 교회 생태계를 새롭게 할 이들이 될 수도 있겠다. 탈기독교 시대를 통과하는 교회에는 느슨한 관계로 이루어진 다양한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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