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병원 할 것 없이 사회적 필수 시설로 여겨지던 곳이 폐쇄되고 대부분의 교육과 문화 서비스가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일상이던 시기였다. 그즈음에, 대부분의 교단에서는 교회학교 학생 수가 팬데믹 이전 대비 40%까지 감소했다는 실태가 발표되었다. 심지어 영아부 주일학교가 아예 없는 교회가 78%에 달했다. 중고등부가 없는 교회도 47%에 달했다. (본문 중)

신하영1)

 

부캐에서 본캐가 되기

 

2023년 3월부터 기윤실 <좋은나무>에 “새로운 교회학교”라는 꼭지로 매달 글을 발행하기로 했다. 시작은 개인적인 깨달음 혹은 위화감이었다. 필자가 교육학을 전공하고 현재 대학에서 교육학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기윤실에 그동안 기여했던 것은 소수자 이슈와 사회 정책과 관련한 것들이었다는 점에 (아무도 뭐라 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평소에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 맛있고 귀여운 것들 말고, 나를 가장 가슴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하니, 그것은 바로 인간과 학습, 교육과 사회에 대해 새롭게 알고 연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좋은나무>에서 기독교와 세계를 다루는 글을 쓰면서 오히려 다른 주제만을 파고들고 있었다는 데에 생각이 닿으니, 과격하게 말하자면, 뒤통수를 가격당한 기분이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흔히 말하는 ‘부캐’로 고민을 하고 말하고 글을 써 왔음을 자각한 것이다. 그래서 이 부자연스러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아주 개인적인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에는 위기가 있다

 

교회와 교육, 기독교와 학습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더니, 생각보다 할 이야기가 많아서 도전 의식도 생기고 걱정도 되었다. 신학대학원, 신학교 중심의 직렬형 목회자 양성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도 교육학의 연구 분야 중 하나인 ‘직업교육’과 ‘고등교육’ 분야로 다룰 수 있는 주제이고, 목회자의 재교육과 지속적인 전문성 신장도 중요한 주제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회 정책의 설계와 개인적 노력의 시작에는 늘 일종의 ‘위기의식’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교회가 마주한 산적한 교육 관련 문제 중에서 가장 절박하고 코앞에 다가온 교회학교 혹은 주일학교의 위기야말로 단연코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병원 할 것 없이 사회적 필수 시설로 여겨지던 곳이 폐쇄되고 대부분의 교육과 문화 서비스가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일상이던 시기였다. 그즈음에, 대부분의 교단에서는 교회학교 학생 수가 팬데믹 이전 대비 40%까지 감소했다는 실태가 발표되었다. 심지어 영아부 주일학교가 아예 없는 교회가 78%에 달했다. 중고등부가 없는 교회도 47%에 달했다. 절반으로 축소된 것을 넘어, 아예 학교급으로 나누어 둔 교회학교 구분이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교회 내에서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2)

 

 

교회‘학교’의 위기는 ‘교회’의 위기다

 

2023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공적 자금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분야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저출생(산) 고령화 대응 정책일 것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280조 원을 그야말로 ‘쏟아부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저출생(산) 문제에 이렇듯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치와 민간 영역 할 것 없이 인구 문제에 자원을 투입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 답은 명료하다. 미래 세대, 지속 가능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교회학교의 위기는 교회 자체의 생존 문제다.

 

그래서 교회학교의 위기는 교회가 감당하는 선교, 구제, 친교와 같은 다른 기능들의 문제와 병렬되어 그중 하나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교회의 사역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정신과 역사, 사람이 공급되어야 하고 이것은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회학교의 위기는 곧 교회의 위기라는 진단은 여기서 기인한다.

 

교회학교의 위기의 발생이 저출생(산) 문제가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모수, 즉 전체 젊은이 인구가 감소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귀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의 교회학교의 양적, 질적 위기는 설명되지 않는다. 교회학교의 진짜 위기는 인구 문제가 대두하기 이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도 많다.3)

 

왜 교회학교를 ‘이야기’해야 할까

 

이 연재의 예상 독자는 담임 목회자, 교회학교 지도자, 특히 유치부-유초등부-중고등부 교역자, 교회학교 교사들, 자녀와 함께 교회를 출석하는 교인들이다. 사실 이미 이 독자층은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교회학교의 위기를 목도하고 있다. 이제는 교회학교의 위기를 바라보고, 슬퍼하는 것에서 나아가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조한 통계 자료뿐 아니라, 지금의 교회학교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주일성수에는 당당한 집사, 장로임에도 자녀의 교회학교 출석에는 그렇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도 꺼내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그동안 위기를 보여주는 절망적인 숫자에 가려져 왔다. 이 연재는 교회학교가 미래 세대를 위한 시공간이 되기 위한 실마리는 더 다양한 사람의 더 많은 이야기 속에서 발견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한다.

 


1) 세명대 교양대학 교육학 교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상임집행위원.

2) 고석표, “[기획] ① 주일학교 학생 수 40% 줄어…영아부 없는 교회도 절반 이상”, 「노컷뉴스」, 2021. 04. 01.

3) 관련된 논의는 다음의 논문과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논문>

김광연. (2022). “그리스도인들 신앙의 이중적 태도와 선교적 과제-교회와 사회적 삶의 연결 부재와 선교 방향 모색”. 「복음과 선교」, vol. 59, no. 3, 49-79.

김영수. (2022). “예장 통합 서울 서북 노회 통계자료를 통해 본 한국 개신교 교회학교의 변화”. 「종교교육학연구」, vol. 71, 263-278.

<책>

양금희, 『교회학교 진단 침체와 부흥』, 쿰란, 2008.

강정훈, 『교회학교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 한국문서선교회,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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