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는 황사나 꽃가루와 같은 자연적인 원인과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인공적 원인이 합쳐져 생긴 것이다. 황사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에서 주로 봄철에 발생하여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으로 이루어진 흙먼지다, 인공적인 미세 먼지는 차량의 배기가스, 발전소나 공장의 연기, 공사장이나 소각장의 먼지 등이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지난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의 발전과 성장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물질적 삶은 풍요해졌지만 동시에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환경과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 등이 그 예이다. 현 정부는 국가의 부를 늘리면서 동시에 이런 문제들도 해결하기 위해 12개의 국가 전략 기술을 육성하는 국가전략기술육성 특별법을 제정하여 얼마 전 국회의 동의를 받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 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 항공 해양, 수소,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AI), 첨단 로봇 제조, 차세대 통신, 양자 등이 그 기술들이다. 특히 이차 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수소 등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들이라 할 것이다.

 

과학의 날을 맞는 4월의 하늘은 유난히 뿌옇게 흐렸었다. 코로나가 거의 끝난 봄에 미세 먼지가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어느덧 이 미세 먼지는 우리 일상생활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건강에까지 직결되기에 이제는 일기 예보에도 미세 먼지 예보가 나올 정도이다. 미세 먼지는 황사나 꽃가루와 같은 자연적인 원인과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인공적 원인이 합쳐져 생긴 것이다. 황사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에서 주로 봄철에 발생하여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으로 이루어진 흙먼지다, 인공적인 미세 먼지는 차량의 배기가스, 발전소나 공장의 연기, 공사장이나 소각장의 먼지 등이다, 이 미세 먼지는 화학 물질이나 중금속 등 산업 활동으로 발생한 물질들이다. 통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미세 먼지의 거의 절반 정도는 중국에서 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세 먼지는 다시 입자 크기(지름)가 10μm(마이크로미터, 10-6m) 이하의 미세 먼지(PM-10, particulate matter)와 2.5μm 이하의 초미세 먼지(PM-2.5)로 구분한다. 초미세 먼지는 입자가 아주 작아 폐 속까지 들어가 인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따로 구분한 것이다. 0.1~1μm 크기의 담배 연기가 폐에 쉽게 흡수되는 것과 같은 현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 초미세 먼지는 화석 연료의 배기가스에 들어있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암모니아, 유기화합물, 금속 등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진다. 그래서 초미세 먼지는 황산염과 질산염 등이 58%, 탄소 화합물이나 검댕이 17%, 금속 광물이 6%, 기타 19%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스모그나 매연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 먼지 농도 안전 기준을 연평균 15μg/㎥, 하루 평균 45μg/㎥로, 초미세 먼지는 연평균 5μg/㎥, 하루 평균 15μg/㎥로 정했다. 공기 1㎥(세제곱미터)의 부피에 하루 평균 45μg(마이크로그램, 10-6g) 이상의 미세 먼지가 들어있는 공기는 마시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다. 또, WHO는 미세 먼지를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 환경부는 미세 먼지 151μg/㎥ 이상(초미세 먼지 76μg/㎥ 이상)을 ‘아주 나쁨’, 81-150(초미세, 36-75)μg/㎥를 ‘나쁨’, 31-80(초미세, 16-35)μg/㎥는 ‘보통’, 0-30(초미세, 0-15)μg/㎥는 ‘좋음’으로 정하고 있다. ‘나쁨’부터는 공기가 뿌옇고 앞이 잘 안 보인다. 그리고 시간당 평균 농도 150μg/㎥ 이상(초미세 먼지는 75μg/㎥)이 2시간 이상 지속되면 ‘주의보’, 300μg/㎥ 이상(초미세 먼지 150μg/㎥)이 2시간 이상 지속되면 ‘경보’를 발효한다. 1,500μg/㎥까지 수치가 올라가기도 하는 중국의 북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깨끗한 공기를 가진 나라가 아니다. 서울의 연평균 미세 먼지 농도는 40μg/㎥, 초미세 먼지는 20μg/㎥ 정도로 WHO가 정한 안전 수치를 모두 넘어서고 있다. 2023년 올해 들어 현재까지 서울의 월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는 30μg/㎥ 근처를 오르내리고 있다. 땅과 물을 오염시킨 우리가 하늘까지 오염시킨 것이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1 세제곱미터(㎥)의 부피의 공기는 1.29kg의 무게를 가진다. 1 세제곱미터 안에는 질소나 산소 등 공기 분자가 2.8×1025개나 들어 있는데, 이 분자들의 총무게가 1.29kg이라는 말이다. 1 세제곱미터 부피의 물이 1,000kg이니, 같은 부피당 공기의 무게는 물의 약 1/1000배이다. 이 말은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수의 공기 분자가 들어있는 공간 대부분이 비어 있다는 말과 같다. 바꾸어 말하면, 공기 분자의 크기가 너무 작아 거의 무한의 숫자를 가졌음에도 공기 분자 자체가 차지하는 부피는 별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공기는 쉽게 압축되고 팽창하면서 고기압과 저기압을 만들어 다양한 날씨를 만드는 것이다. 미세 먼지 경보가 발령되는 기준인 300μg은 1.29kg의 공기 무게와 비교하면 너무나 작은 값이다. 공기 속에 0.0000116% 혹은 0.116ppm(part per million: 백만분의 1)만큼의 먼지가 들어있다는 말이다. 지구에 기후 위기를 일으키고 있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현재 농도 420ppm에 비해서도 아주 작은 수치이다. 그런데 이 작은 수치가 우리의 일상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파란 하늘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몽골의 국민소득 증대로 인한 목축, 발전소, 차량, 공장, 오염 물질의 증가, 그리고 기후 변화에 따른 세계적 사막화 등 미세 먼지의 대외적 증가 원인에 대해 우리가 그 해결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대내적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편리하고 안락한 삶을 포기함으로써 미세 먼지를 줄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다만, 인체에 흡수되어 건강을 해치는 초미세 먼지는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면 많이 줄일 수 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난방,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아니면 화석 연료가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이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도 할 수 있기에 전 세계적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는 분야이다. 전기차 보급이나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각종 노력이 그 예이다. 과학기술 시대를 사는 교회의 이웃 사랑에는 이런 내용도 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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