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에선 식용일지라도 해양 생물을 최대한 윤리적으로 대우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9년, “어류는 지각 있는 생물이며 죽을 때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라고 발표하고 각종 어업 방식과 양식업 관련 논의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본문 중)

김영환(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

 

2020년 11월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지방의 한 어류양식협회의 상경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해양수산부가 일본산 활어의 검역을 완화하기로 하자 국내 어류 양식 산업이 큰 타격을 입는다며 정부에 강력한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이날 시위 도중 협회 관계자가 활어차에서 살아 있는 방어 6마리와 참돔 5마리를 뜰채로 꺼내 아스팔트 바닥에 내던지기 시작했다. 아스팔트 바닥은 금세 물고기들이 흘린 피로 범벅이 되었고, 모두 숨을 헐떡이다가 죽었다. 방어와 참돔을 죽인 것은 협회의 준비된 항의 퍼포먼스였다.

 

며칠 뒤 한 동물 보호 단체가 기자 회견을 열고 어류양식협회를 경찰에 고발했다.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는데, 이날 아스팔트에 던져진 방어와 참돔도 법률상 동물에 해당했다. 이들은 어류양식협회가 먹기 위함이 아니라 집회 시위의 도구로서 물고기들을 죽였으므로 동물 학대라고 주장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도 처음엔 난감했다. 어류도 학대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양식된 도미와 방어는 원래 먹기 위해 기른 것이 아닌가? 시위를 위해 어류를 집어 던진 행위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는가? 등등 많은 질문들을 정리해야 했다. 2021년 8월, 서울영등포경찰서는 한 차례 보완 수사 끝에 “오로지 집회에 사용할 목적으로 살아 있는 물고기를 내던진 행위는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며 어류양식협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의견은 달랐다. 죽은 방어와 참돔이 처음부터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었기 때문에 “동물보호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검찰의 이러한 해석은 법조계와 시민사회에 ‘먹기 위해 길러진 생명은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가?’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동물 보호 단체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다.

 

여의도에서 발생한 방어와 참돔의 죽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결론과 상관없이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평소에 먹는 동물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특히 바다에 사는 생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했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곧 동물의 죽음과 연결되지만, 먹거나 이용한다고 해서 그 생명을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해외에선 식용일지라도 해양 생물을 최대한 윤리적으로 대우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9년, “어류는 지각 있는 생물이며 죽을 때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라고 발표하고 각종 어업 방식과 양식업 관련 논의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2017년 6월 이탈리아 대법원은 살아 있는 랍스터와 대게 등 갑각류들을 요리하기 전 얼음 위에 강제로 올려두는 것은 불필요한 고통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판결했으며, 2018년 스위스 정부는 법을 개정해 랍스터를 산 채로 끓는 물에 넣는 관행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2년 영국은 동물복지법 개정을 통해 지능과 감각이 뛰어난 문어를 보호 대상으로 추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법들의 취지는 해당 생물을 단 한 마리도 죽이거나 이용해선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바다에 사는 생물일지라도 불필요하게 고통을 주거나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에 가깝다.

 

바다에는 생물이 가득하다. 개인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살면서 마주하는 생명들을 존중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다. 바다 생물을 위해 육지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은 다양하다. 산낙지를 넣는 연포탕이나 생새우 소금구이같이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음식을 피하고, 수산물을 구입할 때 윤리적으로 어획한 것인지 가능한 한 확인해 보고, 오락을 위한 낚시나 생물 채집을 자제하고, 돌고래같이 야생에서 잡아 온 동물을 전시하는 아쿠아리움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해양 생물을 마주하지 않더라도 쓰레기 줄이기, 바닷가의 쓰레기 줍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은 그들과의 공존에 도움이 된다.

 

이런 개인의 실천은 바다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덮고 있는 생태계의 가장 거대한 요소 중 하나이며, 사람도 그 영향을 끊임없이 받기 때문이다. 박쥐 등 야생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넘어온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환경-동물-사람의 건강을 하나로 보는 원헬스(One-health)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폐기물로 인한 중금속과 미세플라스틱 해양 오염은 생물 농축1)을 통해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양 생물의 건강과 사람의 건강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다양한 생물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바다가 결국 사람에게도 좋은 바다이다.

 


1) 잘 분해되지 않는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로 갈수록 고농도로 체내에 축적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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