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Barrier-free)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유롭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물리적, 제도적 장벽, 문화 정보 전달의 장벽, 심리적 의식의 장벽 등을 없앤다는 의미로, 1974년 유엔 장애인 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생긴 개념이다.1) 출입문의 경사로, 영화나 영상의 자막, 보도의 점자 블록, 수화 해설, TTS(Text to speech, 텍스트 음성 변환) 등 우리 주변에서도 배리어프리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장치들을 볼 수 있다. (본문 중)

최주리(기윤실 청년활동가)

 

우리 주변의 배리어프리

 

누구나 사회적 약자였거나, 사회적 약자이거나, 사회적 약자가 될 것이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유롭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물리적, 제도적 장벽, 문화 정보 전달의 장벽, 심리적 의식의 장벽 등을 없앤다는 의미로, 1974년 유엔 장애인 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생긴 개념이다.1) 출입문의 경사로, 영화나 영상의 자막, 보도의 점자 블록, 수화 해설, TTS(Text to speech, 텍스트 음성 변환) 등 우리 주변에서도 배리어프리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장치들을 볼 수 있다.

 

그중 하나인 배리어프리 영화는 ‘가치봄 영화’라고도 하며, 화면을 설명하는 음성 해설과 화자 및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배리어프리 자막을 넣은 영화이다.2) 배리어프리 자막은 CC(closed caption)라고도 하며 의성어, 음악, 효과음, 대사 등 음성 내용에 대한 해설 자막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에도 배리어프리 영화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OTT에서 볼 수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들의 목록을 보고 싶다면, 웨이브, 티빙에서는 ‘배리어프리’를 검색하거나, U+모바일TV에서는 영화 카테고리 중 ‘가치봄’에서, 네이버 시리즈온에서는 상품별 카테고리의 ‘가치봄 영화관’을 확인하면 된다.

 

 

 

검색이 가능하도록 제목에 관련 키워드를 넣거나 카테고리가 나누어져 있지는 않지만, 앱 설정을 통해 한글 자막이나 CC, 화면해설 등을 사용할 수 있는 OTT도 있다. 가장 지원이 잘 되는 편인 넷플릭스에서는 영상 시청 중 음성 및 자막 버튼을 클릭해서 다양한 언어의 일반 자막과 CC, 화면 해설을 설정할 수 있고, 애플TV에서는 설정 탭에서 청각 장애인용 자막 사용을 설정할 수 있으며, 디즈니+에서는 영상 재생 중 키보드 아이콘을 눌러 일반 자막, CC, 음성 화면 해설을, 왓챠는 자막 설정에서 CC 사용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웨이브, 티빙에서는 한국어로 된 자체 제작 콘텐츠에 한글 자막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넷플릭스 앱에서 갈무리한 영화 <정이>의 음성 및 자막 설정 화면. 한국어 음성 화면 해설뿐만 아니라 청각 장애인용 한국어와 영어 자막도 선택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들이 이런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며,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제외하고는 OTT 앱에서 TTS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TTS가 지원되지 않거나 각 버튼을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지 않은 경우에는, 시각 장애인이 TTS가 읽어주는 음성을 통해 재생이나 설정, 음량 조절 버튼 등을 인식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이용하기가 어렵다. 넷플릭스는 미국청각장애인협회로부터 청각 장애인용 자막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소송을 당한 이후로 대부분의 콘텐츠에 자막을 제공하고 있으며, 화면 해설이나 TTS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법령이나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국산 OTT에서 볼 수 있는 배리어프리 콘텐츠가 비교적 많지 않고, 시·청각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 사실이다.

 

OTT를 구독하고 있지 않다면, 배리어프리영상위원회의 유튜브 채널에서 예고편이나 단편 영화를 볼 수 있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배리어프리 영화의 공동체 상영을 신청할 수도 있다. 혹은 배리어프리영상위원회가 매년 11월에 진행하는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에 참여하여 영화관에서 장·단편 영화들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배리어프리 콘텐츠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비장애인들은 배리어프리 콘텐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배리어프리 버전 예고편-수지 내레이션

KOBAFF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배리어프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배리어프리 콘텐츠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지 않았더라도 자막 서비스는 비장애인 시청자들에게도 수요가 늘고 있다. 대중교통에서처럼 소리를 제대로 듣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재생 속도를 조절해서 시청하는 경우에는 한글 자막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한글 자막이 가능한 작품은 꼭 자막을 켜고 보는데, 대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부가적인 설명으로 영화를 더 자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다양하고 깊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배리어프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좋은 콘텐츠들을 누릴 자격이 있고 장애로 인해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장애로 인해 교육권을 박탈당한 성인 장애인들을 위한 학교인 노들장애인야학의 홈페이지에는 멕시코 치아파스의 어느 원주민 여성의 말이 실려 있다.

 

만약 당신이 우리를 도우러 여기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긴밀히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 봅시다.3)

 

비장애인의 세계에 장애인들을 끼워 주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의 세계가 자연스레 하나가 되어 ‘우리’의 세계가 되어야 한다. 문화생활은 생활의 필수 항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나 교회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우선순위가 밀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은 기본적인 의식주의 필요를 채우는 것을 넘어서 문화생활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나누는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풍성한 삶을 누릴 기회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또한 우리는 언제든 어떤 모양으로든 크고 작은 장애를 갖게 되거나 약자가 될 수 있기에, 지금부터 각자의 고유한 모습으로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역할을 감당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1) pmg 지식엔진연구소, “배리어프리”,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제공.

2)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배리어프리 영화란?”,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홈페이지.

3)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노들장애인야학 소개-인사말”, 노들장애인야간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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