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늪에 빠진 청년들, 채무 관리 어떻게… “대출 받아야 한다면… 반드시 상환 계획 세워라”
기윤실·희년은행 등 전문가 조언
“금리·상환 방법 등 파악하고 부채상담·재정 관리법 교육 받길”
2019년 장교로 전역한 A씨(29)는 대출에 손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가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 불확실한 미래와 레슨비 등을 따져 보고는 소방공무원으로 진로를 틀었다. 생활비 등 시험까지 200만원이 필요했다. 이곳저곳 알아봤지만 단기대출 이율이 생각보다 부담됐다. 지인 소개로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기독 단체를 만나 단기 대출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소방공무원에 최종 합격했다.
무이자 대출을 받은 A씨는 형편이 그나마 나았다. 소액 대출받은 20대 청년 4명 가운데 1명은 월 8000원 이자도 못 내고 있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이자 미납률은 24.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20대의 낮은 채무 능력은 구직활동을 하면서도 학자금에 생활비까지 써야 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없다면 청년들의 현실적 선택지는 금전 대출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대별 부채 현황에서 20대 이하 가구 대출 비율 상승률은 41.2%를 기록했다. 40대가 1.0%, 50대가 6.8%를 기록한 것과 견주어 20대 대출 비율 상승률이 월등하게 높았다.
전문가들은 기독청년에게 신중한 대출을 권했다. 김서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청년재무상담소장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꼭 필요한 의식주 비용을 빌리는 게 아니라면 대출은 가급적 받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독청년이 지킬 재정 관리의 기본은 주어진 물질에 감사하는 태도”라며 “꼭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상환 여력을 파악해 반드시 상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광 희년은행 센터장은 “금리나 상환 방법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대출을 받았다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청년이 많다”며 “교회나 기독청년 공동체가 청년들에게 부채 상담이나 건강한 재정 관리법을 교육하고 무이자 대출 단체 등을 소개해 안전망을 구축하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기윤실 청년재무상담소와 희년은행 등은 생활고를 겪는 청년을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청년재무상담소는 상담을 받은 청년에게 ‘희망지원금’ 명목으로 부채를 50만원까지 대신 갚아준다. 희년은행은 나이 구분 없이 내부 심사를 거쳐 기초생활비 30만원을 무이자 대출해준다.
두 단체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재무 교육과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저축이나 소비 습관을 살펴보고 재정관을 교정해주는 식이다. 물고기를 주고 물고기 잡는 법도 가르쳐주는 셈이다.
지역주민의 밀린 월세나 대출이자 등을 지원하는 교회도 다수다. 서울 큰은혜교회(이규호 목사)는 긴급구호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구청 행정복지센터와 협조해 1인 100만원까지 지원한다. 3년간 20대 청년 20여명의 숨통을 터줬다.
김동규 이현성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