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자연재해의 결과라 하지만 결국 인간이 만든 쓰레기이다. 오염수를 처리했다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삼중수소를 제거하지 못하는 등 완전하게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쓰레기에는 폐플라스틱과 같은 고형물(고체), 폐수나 하수와 같은 액체, 그리고 미세먼지나 온실가스와 같은 기체가 있다. 이 오염수도 이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요즈음 우리 사회는 과학 아닌 과학 논쟁으로 뜨겁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비과학적 선동을 멈추고 과학을 존중하자는 주장과 그에 반대하는 주장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이 논쟁은 과학 논쟁이라 보기 어렵다. 사실 역사상 대부분의 과학 논쟁이 비슷했다. 과학을 넘어 정치, 종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의 논쟁과 관련하여 필자가 생각하는 과학적 혹은 상식적인 사실 몇 가지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자연재해의 결과라 하지만 결국 인간이 만든 쓰레기이다. 오염수를 처리했다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삼중수소를 제거하지 못하는 등 완전하게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쓰레기에는 폐플라스틱과 같은 고형물(고체), 폐수나 하수와 같은 액체, 그리고 미세먼지나 온실가스와 같은 기체가 있다. 이 오염수도 이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쓰레기들이 우리가 사는 지구의 땅과 바다와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폐플라스틱이나 폐수가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태안 앞바다에 유조선이 침몰했을 때 온 국민이 나서서 기름을 닦아 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온실가스도 마찬가지이다. 길거리에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들이 다니게 하고, 충전할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모아 저장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공기 중에 미세하게 들어있는 온실가스를 필터로 걸러 다시 모으는 기술까지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어떻게든 쓰레기를 모으려는 시대에 모아둔 오염수를 굳이 바다에 배출하는 것은 지극히 비과학적이다. 현대의 기술적 발전 추세로 볼 때도 비상식적이다. 당장 기술이 없으면 좀 더 기다리면서 기술 개발을 통해 해결할 길을 찾는 것이 과학적이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flickr_IAEA Imagebank

 

둘째로, 오염수에 대한 과학적 정보가 정확하다면 그 사실을 믿는 것이 과학적이다. 이는 우리 시대의 과학이고 상식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를 책임지고 있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까지는 사기업이었으나 이 사고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현재는 국유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고가 났을 경우 빠른 시일 내 사고를 수습하여 다시 이윤을 추구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기업의 속성상 기업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온전히 다 공개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그래서 각종 법규나 규제를 통해 정보를 공유토록 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정보를 정확히 공개했고 할 것이라 믿는 것은 과학으로보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일이다. 우리 국내에서 기업들이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했는지를 보면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각국 과학자들의 반응이 ‘정보가 맞다’라는 전제하에서의 의견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확한 과학적 정보를 공개하게 하고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구상의 생태계에는 인간만이 사는 것이 아니다. 바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셀 수없이 많은 미생물부터 수생 식물과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수중 생물들을 먹고 사는 각종 동물들과 인간까지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 인간에게 무해하다 해서 모든 생태계에 무해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당장 무해하다 해서 앞으로 계속 무해할 거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70여 년 전 플라스틱이 개발될 때 친환경이라 각광받았다. 그동안 나무를 베어 상자나 종이를 만들었는데 이제 나무를 베어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이 오늘날 인류의 가장 골치 아픈 쓰레기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 아직 인간에게까지는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작은 생물부터 서서히 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사실과 이론은 항상 변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안전과 생태계의 보존과 관련한 이슈들은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과학적이고 상식적이라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도 되돌아보면 지나치게 과잉 대응한 것은 아닌가 하지만,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전 세계가 그렇게 과잉 대응한 것이 유효했다 본다. 이번 오염수 사태도 그렇게 보면 어떨까 한다. 필자는 한때 서울시 수돗물 관련 자문을 한 적이 있다. 과학적 수치로 수돗물이 안전하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이 일생 마시는 물이라 수돗물을 불신하여 정수기를 설치하여 마시는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 이런 태도는 자신의 생명의 안전을 존중하는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오염수 논쟁도 국민 각자의 이런 심정을 헤아려 바라보면 좋겠다.

 

무엇보다 일본이 경제적 선진국으로서 또 과학기술의 강국으로서 모범적인 사례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기술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어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는 약소국도 아닌 일본이 방사능 쓰레기를 전 세계가 공유하는 바다에 공개적으로 버린다는 것은 도의적으로 지지받기 어려운 일이라 본다. 요즈음 <오펜하이머>라는 영화가 장안의 화제이다. 그 영화에서 원폭의 피해국이, 설령 그 오염 정도가 작을지라도, 전 인류에게 피해를 입히는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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